월간 인물과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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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사상 2018년 11월호

  • 관리자 (inmul)
  • 2018-12-03 12: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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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이후 10년

인터뷰: 우석훈(경제학자)

 

경제학자 우석훈을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자신은 “성격은 못되었고, 말은 까칠하다”고 설명하지만 내가 본 그는 마음이 따뜻하고, 사회를 보는 시선 역시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우석훈은 『국가의 사기』에서 “누군가 세상이 좋아지겠냐고 물었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쉬운 방법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틀릴 확률도 없다. 쉽기는 하지만, 비겁한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겁하기 싫어서 계속 발언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한 가장 비겁하지 않은 경제학자다. 직장 민주주의에 관한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에 막바지 힘을 쏟고 있는 그는 2007년 폭발적인 논쟁을 불러왔던 『88만원 세대』 외에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등 30권이 넘는 단독 저서를 낸 바 있다. 우석훈은 “문화의 최전선은 아직 책이 담당해야 한다. 책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질문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2시간으로는 묻고 싶은 질문을 다 하지 못했는데, 그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와야 한다며 총총히 떠나고 말았다.

 

최저임금이 문제가 되는 구조가 문제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 최대 이슈였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으로 고용참사가 일어났다며 이 정책의 전면 폐기를 주장했고, 여당인 민주당은 “경제 체질을 바꾸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진통”이라고 옹호했다. 또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놓고 여당과 야당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내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결정되었는데, 이는 올해(7,530원)보다 10.9퍼센트 인상된 금액이다. 근로시간은 ‘주 52시간’ 근무제로 올해 7월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부터 시행되었다.

2007년 우석훈은 『88만원 세대』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취업난과 비정규직 공포에 시달리는 20대들의 자화상을 그려냈다. 그 후 10년이 지났지만, 한국 사회는 달라졌는가? 우석훈은 “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망할 것 같다고 쓴 건데, 망했”며 한국 사회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석훈은 청년들에게 맞춰 정책을 시행한다고 해도 사회 문제는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회가 전체적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다시 말해 “생태계가 바뀌기 위해서는 산불이 한 번 나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은 맞지만, 공공 부문 정규직화로 모두 다 풀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석훈은 3동(同) 원칙을 제시했다. 동일 노동과 동일 임금에 처우도 똑같이 하는 게 3동 원칙이다. 기본적인 처우로 차별하는 것은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한국은 저임금에 의존하는 경제를 너무 오랫동안 운영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올랐을 때 편의점 점주 등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셌다. 경제 패턴이나 질적 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데, 갑자기 생태계 전반의 전환을 시도했기 때문에 충격이 강했던 것이다. 이제는 그 충격을 완화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그 속도와 대비책에 관해서 논쟁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 주요 내용

 

명랑 독서―――――――――

서민의 「명랑 독서」에서는 고전의 힘에 관해 이야기한다. 고전은 오랫동안 많은 독자에게 인정받아온 책이지만, 동시대 작가의 책과 달리 내 이야기라고 느껴지지 않아 선뜻 읽지 않는다. 페미니즘도 시대에 따라 조류가 변하기 때문에 예전에 쓰인 페미니즘 책을 굳이 지금 읽어야 하는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빨래하는 페미니즘』의 저자 스테퍼니 스탈도 『여성성의 신화』나 『여성의 권리 옹호』 같은 페미니즘 고전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남편인 존과 만나면서 상황이 변했다. 존은 좋은 남편이었다. 하지만 그는 스탈과 함께 살면서 자기 빨래를 스탈에게 떠넘겼고, 집안일과 육아에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 후 페미니즘 고전을 다시 읽은 스탈은 자신의 상황이 그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고전에 담겨 있는 고민은 아직도 유효하다.

 

이론으로 보는 세상―――――――――

강준만의 「왜 일상적 삶에서 권위주의는 건재할까?」에서는 ‘권위주의적 성격’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 인간은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보호와 권위에 의존하는 삶을 살다가 자립할 때에 충분한 힘을 갖지 못하면 오히려 자유가 부담스러워진다. 이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새로운 보호와 권위를 찾게 되는데, 이렇듯 자유로부터 도피하여 새로운 권위에 기대려는 심리 상태가 바로 ‘권위주의적 성격’이다. 직장에서 ‘권위주의적 성격’을 가진 상사가 부하 직원들에게 몹쓸 ‘갑질’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별 고민 없이 갑질을 저지른 사람에게 갑질의 책임을 묻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갑질을 저지르는 상사를 둘러싼 개인적인 상황이라기보다는 회사 전체, 더 나아가 사회 전반의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권위주의적 성격이 생존 경쟁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한다면, 제발 권위주의적 성격을 가져달라고 등을 떠밀어도 그런 성격을 가질 리 없다. 다시 말해 갑질을 저지르는 권위주의적 성격이 생존 경쟁에 도움이 된다는 걸 말해주는 게 아닐까?

 

인물 FOUCS―――――――――

김환표의 「로버트 웨그먼: “직원이 먼저, 고객은 그다음이다”」에서는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식료품 소매업체인 웨그먼스를 창업한 로버트 웨그먼에 대해 살펴본다. 로버트 웨그먼은 “직원이 먼저, 고객은 그다음이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푸드 마켓 웨그먼스를 창업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직원과 고객을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대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는 우선 직원들의 임금을 대폭 인상했다. 그는 1976년 아들 대니 웨그먼에게 사장 자리를 물려주고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대니는 아버지의 경영 철학을 100퍼센트 계승했다. 그는 “직원들은 저마다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도전하죠. 모두가 회사 일이 아니라 자기 일을 한다고 느껴요”라고 말한다.

 

박홍규의 인문 이야기―――――――――

박홍규의 「서양 중세의 제국주의」에서는 서양의 중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중세를 암흑기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근래 중세의 재발견이 이루어지면서 중세를 긍정적으로 보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세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양의 중세는 고대 제국주의에서 근대 제국주의로 이어지는 ‘중세 제국주의’로 보아야 한다. 중세 유럽은 정복과 식민지화로 형성되었다. 잉글랜드인은 켈트족 땅을 정복했고, 게르만족은 동유럽으로 이동했으며, 스페인은 재정복을 벌였다. 로버트 바틀릿은 950~1350년 사이 로마 가톨릭 세계는 식민지 침략으로 2배나 넓어졌다고 했다. 이런 중세 제국주의는 18~19세기에 똑같이 일어났으며, 21세기에도 국제 문제로 남아 있다.

 

정치 VS 정치――――――――――

이철희의 「닫히면 죽고 열려야 산다」에서는 유능한 진보, 성공하는 진보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해본다. 진보는 오랫동안 저항 세력, 소수파, 비주류, 야당의 입장에 서 있었기에 수구 세력의 온갖 악행을 막고자 습관적으로 변화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제는 집권 세력, 다수파, 주류, 여당의 입장이 되었다. 그럼에도 진보는 여전히 닫혀 있다. 낡은 교조에 매달려 습관적으로 변화를 거부한다. 이제는 진보-보수의 적대적 공존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수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데 집착하지 말고, 보수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연연하지 말고 국민의 삶을 봐야 한다. 더 크게 보고, 더 넓게 합치고, 더 멀리 나아가야 한다. 보수를 이기기 위해 안달할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진보가 되어야 한다.

 

청년, 그 경계인의 시선――――――――――

김민섭의 「생각하는 아재들을 위하여」에서는 위계 관계로 인한 세대 간의 몰이해와 갈등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기성세대는 자신들에게 익숙한 언어가 타인에게 어떻게 가서 닿을지 별로 고려하지도, 눈치 보는 삶을 살지도 않았다. 그런 ‘내가 너에게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식의 고압적인 태도가 청년세대에 달가울 리 없다. ‘재능 기부’나 ‘봉사’ 같이 청년세대의 희생을 강요하는 표현을 남용하는 것도 문제다. 그 표현이 본래 뜻에 맞게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누군가의 삶을 갉아먹는 데 이용되고 있지 않은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어떤 표현에서든 불편함이나 위화감을 느끼는 빈도가 낮다면 그만큼 그 언어를 소유한 ‘언어 권력’을 가진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권력을 누리고 살아온 기성세대에 무의식적으로 위계 관계를 강화하는 습관은 없는지 성찰해보기를 제안한다.

 

그 사람의 심리학―――――――――

박승숙의 「나이 들어가는 뇌가 반가운 이유」에서는 중년에 들어선 뇌의 노화 현상과 그 긍정적 측면에 대해 알아본다. 중년에 들어서면서 일반적으로 뇌가 노화의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중년은 사람에 따라 뇌가 아주 변화무쌍하게 변하기도 하는 연령대다. 다시 말해 뇌가 중년에 중차대한 갈림길에 서게 되고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며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뇌 모습을 결정해간다는 것이다. 단순한 암기와 고유명사의 출력은 다소 느려질 수 있지만, 전두엽을 꾸준히 자극해주면 교육과 경험으로 축적된 정보의 처리 속도는 나이가 들수록 한층 빨라진다. 자신의 행복에 필수적인 부분일수록 오래도록 고도의 능력을 보유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알고 있는 단어가 재빨리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일은 아니다.

 

언론 비평―――――――――

정철운의 「가짜뉴스·유튜브·극우보수와 저널리즘」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언론 자유의 시대를 누리던 한국 사회가 뜻하지 않게 만난 언론 자유의 적에 대해 논해본다. 오늘날 가짜뉴스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반복적인 ‘혐오’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저널리즘의 역할이다. 저널리즘은 진짜뉴스의 진지를 구축하는 가운데 유튜브·페이스북 등 플랫폼을 압박해야 한다. 노르웨이 언론은 팩트체크 연합체 ‘팩티스크’를 구축했다. 이들은 ‘틀림없는 사실’부터 ‘틀림없는 거짓’까지 5점 척도 스케일을 사용하며 보도의 출처를 재확인하고 있다. 헬리 솔버그 팩티스크 의장은 “가짜뉴스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미디어 리터러시로 뉴스를 접하는 시민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며 언론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차례

 

명랑 독서

남자는 왜 빨래를 싫어할까? | 서민 ․ 8

 

생각의 갤러리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 | <판문점, 분단 속 평화를 꿈꾸다> ․ 12

 

인터뷰: 우석훈(경제학자)

‘88만원 세대’ 이후 10년 | 지승호 ․ 14

 

이론으로 보는 세상

왜 우리는 의사결정과 인간관계를 뒤섞는가?: 평등 편향 | 왜 자신이 어리석다는 사실을 전혀 모를까?: 더닝-크루거 효과 | 왜 “모르는 악마보다는 아는 악마가 낫다”고 하는가?: 모호성 기피 | 왜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에 격차가 존재하는가?: 지행격차 | 왜 일상적 삶에서 권위주의는 건재할까?: 권위주의적 성격 | 왜 모든 중독 현상마저 합리적이라고 하는가?: 합리적 선택 이론 | 강준만 ․ 51

 

인물 FOUCS

로버트 웨그먼: “직원이 먼저, 고객은 그다음이다” | 김환표 ․ 89

 

박홍규의 인문 이야기

서양 중세의 제국주의 | 박홍규 ․ 105

 

정치 VS 정치

닫히면 죽고 열려야 산다 | 이철희 ․ 124

 

청년, 그 경계인의 시선

생각하는 아재들을 위하여 | 김민섭 ․ 139

 

그 사람의 심리학

나이 들어가는 뇌가 반가운 이유 | 박승숙 ․ 152

 

언론 비평

가짜뉴스․유튜브․극우보수와 저널리즘 | 정철운 ․ 168

 

신간안내

죽여 마땅한 자는 죽여라 ․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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