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인물과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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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사상 2019년 4월호

  • 관리자 (inmul)
  • 2019-03-20 08: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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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고통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인터뷰: 김규리(영화배우)

 

지난 2월 25일부터 tbs 라디오 <김규리의 퐁당퐁당> DJ를 맡은 배우 김규리를 만났다. 지난 10년간 작품 이외의 일로 외롭고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던 김규리는 그 시간을 통해 더 단단하고 큰 존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금은 방송만 생각하고, 청취자에게서 받는 사랑이 행복하다고 말한 김규리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는 말과 함께 “아직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을 자주했다. 김규리는 드라마 <학교 1>, <현정아 사랑해>, <선녀와 사기꾼>, <한강수타령>, <무신>, <우리 갑순이>,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하류인생>, <가면>, <미인도>, <하하하>, <풍산개>, <또 하나의 약속>, <화장> 등에 출연했고, 현재는 7월 tvN에서 방영될 <지정 생존자>를 촬영하고 있다. 김규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표지가 인쇄된 인터뷰어의 노트를 보고 반색을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어의 우문에 김규리는 현답을 했다.

김규리는 2008년부터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했다. 그동안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일의 정체가 2017년에서야 밝혀졌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김규리의 이름이 오른 것이다. 10년이라는 인생의 황금기가 ‘블랙리스트’라는 다섯 글자로 잿빛이 되었다. 그 당시 김규리는 광우병 사태에 문제의식을 표현했는데, 배우는 그 정도의 소신 발언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각기 다른 의견을 품고 개선하며 더욱 진일보해야 할 정부가 반대 의견의 싹을 자르고 여러 인생을 송두리째 날리는 잔악성을 보인다면 그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김규리는 2014년에 개봉한 <또 하나의 약속>에도 출연했다. 이 영화는 대기업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던 중 백혈병으로 숨을 거둔 딸을 가슴에 묻은 평범한 택시 운전기사가 그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인생을 걸고 재판을 벌이는 내용을 그린 실화극이다. 김규리는 이 영화에서 피해자의 아버지 곁을 끝까지 지키며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한 용기 있고 의로운 노무사 역을 맡아 진한 감동을 주었다.

김규리는 지난 3월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곽예남 할머님의 부고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저 죄송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할머님의 강인하셨던 삶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저희에게 맡겨주시고 부디 평온하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곽예남 할머니를 추모했다.

10년의 상처를 견디고 다시 밝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김규리에게 지난날의 아픔을 소환해 질문하기란 어려웠다. 또 김규리가 소속되어 있는 기획사도 연예인이 사회적 발언을 한다는 것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규리에게 아름답고 행복한 일들이 가득하길 바란다.

 

라디오 DJ로 시민 사이에 서다

 

김규리는 오랫동안 소통의 부재를 느끼며 억울해도 참고, 할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두렵고 무서웠으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시민 속으로 들어온 후 시민들이 품어주고 보호해주는 것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김규리는 무엇보다 청취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쌍방향 소통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은 일방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정보,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고 정보가 밀려드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자신이 라디오를 진행하는 동안만이라도 환기를 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함께하고 있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것이 김규리의 바람이었다. 마음에 상처가 있으면 낫기 전까지는 그것을 표현하지 않게 되지만, 때로는 그것을 밖으로 끄집어내야 낫는다는 것이다. 김규리는 인생 별거 아니라며, 서로 응원해주고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 주요 내용

 

명랑 독서―――――――――

서민의 「명랑 독서」에서는 불륜과 성폭행에 관해 이야기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심에서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그의 부인 민주원은 문자메시지 등을 예로 들어 김지은이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 불륜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불륜과 성폭행은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성폭행 가해자 대부분은 피해자와 교제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적 자기 결정권이다. 많은 사람이 피해자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성폭행이 아니라고 한다. 『미투의 정치학』은 춘향이 죽기보다 살기를 선택해 변 사또의 수청을 들었다면 그것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한 것인지 질문을 던지며, 승낙에 대한 진위 여부는 성별 불평등한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론으로 보는 세상―――――――――

강준만의 「왜 <SKY 캐슬>은 경멸보다는 동경의 대상이 되었는가?」에서는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끈 JTBC 드라마 <SKY 캐슬>을 통해 ‘사회적 증거’의 효과를 살펴본다. ‘사회적 증거’는 많은 사람이 하는 행동이나 믿음은 진실일 것이라고 생각해 그것이 옳건 그르건 따라서 하는 경향을 말한다. 언론이 좋은 뜻으로 한 사회 고발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사회적 증거의 원리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해드네기에 따르면, ‘사회적 증거’는 ‘불확실성’과 ‘유사성’이라는 2가지 조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국은 불확실성과 유사성이 매우 높은 나라다. ‘사회적 증거’ 효과가 한국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교육과 부동산 문제에서 자주 나타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인물 FOUCS―――――――――

김환표의 「마크 베니오프: “모든 비즈니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에서는 세일즈포스닷컴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베니오프에 관해 살펴본다. 마크 베니오프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의 창시자이자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척자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오늘날 그는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기업가가 조언을 받고 싶어 하는 ‘멘토’로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2002년 “소프트웨어는 끝났다”는 과격한 슬로건을 내걸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기업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온 고가 판매 시대는 지나갔다”고 선언하고, “소프트웨어가 일반 상품처럼 싼 가격에 대량 판매되는 새 시대가 올 것”이라고도 역설했다. 2006년부터는 ‘모든 비즈니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기업들이 단순한 자선을 넘어서 어떤 식으로 사회적 책임에 기여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박홍규의 인문 이야기―――――――――

박홍규의 「중세 중국의 사상」에서는 중국의 중세 불교와 유교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교와 유교는 지난 2,000년간 동아시아의 사회와 정신을 지배해왔으나, 불교는 기복 불교로 타락했고 유교는 전제 유교로 타락했는데 그 과정을 살펴본다. 불교가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전래될 때 반세속적인 본래의 성격과 달리 세속 정권을 옹호하는 호국 불교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위진남북조 시대를 지나 당나라 때는 사원경제와 승려지주계급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많은 해악을 초래했다. 당나라 말기부터는 유교가 불교를 비판하며 부흥했다. 중국 중세의 유교는 송나라에서 특히 번성했으며, 과거를 통해 문관 정치와 관련되었다. 남송 이학의 최고봉이 주희였다. 주희는 생전에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으나, 국제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적 필요에 따라 사후 적극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유교의 정통으로 자리 잡았다.

 

미디어 전략―――――――――

이정환의 「저널리즘 싱킹, 기자처럼 생각하라」에서는 좋은 글에 담겨야 할 사회적 의미를 짚어본다. ‘저널리즘 싱킹’은 지금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 것인지 찾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본질인지 묻고 답을 찾는 과정이다. 국민 청원이 71만 명이 넘어서 청와대가 답변을 했다면, 답변 내용을 요약하고 전달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그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무엇이 왜 문제인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기자처럼 생각하고 기자처럼 사실을 마주하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어떤 새로운 것이 있는가, 무슨 이야기를 더 끌어낼 수 있는가, 당연한 것을 흔들고 의심하고 뒤집어보고 불편한 질문을 던지면서 본질에 접근하는 게 ‘저널리즘 싱킹’ 방법론의 핵심이다.

 

정치 VS 정치――――――――――

이철희의 「좋은 정치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에서는 유능한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에 대해 살펴본다. 무엇이 유능한 정치를 가능하게 할까? 선거 때마다 수없이 반복해서 사람을 대거 바꾸는 물갈이 공천을 하고, 스펙이 좋거나 심성이 착하거나 잘 알려진 사람들을 발탁해도 정치의 질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정치와 유권자 간에 만리장성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정치를 풀고 정치의 역동성을 열어야 한다. 이것이 정치가 유권자나 사회경제적 약자의 삶에 반응하도록 하는 유일한 해답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제도가 중요하다. 또한 선거에서는 정치의 기본단위를 인물보다 정당에 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친절한 경제학――――――――――

성현석의 「정부는 ‘돈 쓰는 실력’으로 평가 받는다」에서는 정부의 재정 관리 역량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민주적인 정부는 사회의 수준을 반영한다. “정부의 철학” 역시 어느 초인이 갑자기 나타나서 던져주는 게 아니다. 시민이 논쟁하고 합의하는 가운데서 만들어진다. ‘우리 정부는 어떤 일을 하고,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는가.’ 재정의 규모와 쓰임새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다. 따라서 시민이 “정부의 철학”, 즉 재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금을 매기고 걷는 과정과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과정을 감시하고 평가하며,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등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재정을 쓰는 실력, 나라 살림을 꾸리는 역량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만 기를 수 있다.

 

언론 비평―――――――――

김도연의 「판사 이탄희와 『조선일보』」에서는 자본·사법 권력과 기사를 거래한 언론의 행태를 비판한다. 홍보 대행업체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박수환은 대기업과 언론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했다. 일종의 ‘로비스트’다. 송희영이 『조선일보』 논설위원실 주필 겸 편집인이던 2014년 8월 22일부터 2016년 7월 29일까지 40회에 걸쳐 자신이 『조선일보』에 연재하는 「송희영 칼럼」 초안을 박수환에게 보내 사실관계 확인 등 감수를 부탁했고 박수환은 그때그때 칼럼 초안을 검토해 바로 송희영에게 답장을 보냈다. 금품 수수와 기사 거래는 언론 신뢰를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당사자들을 언론계에서 추방해도 모자랄 사건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묵언수행 중이다.

 

 

- 차례

 

명랑 독서

불륜과 성폭행 | 서민 ․ 8

 

생각의 갤러리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소개합니다 | <황제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 ․ 12

 

인터뷰: 김규리(영화배우)

소통은 고통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 지승호 ․ 14

 

이론으로 보는 세상

왜 “SUV 애호가일수록 이기심이 강하다”고 하는가?: SUV 이데올로기 | 왜 “차라리 시험으로 줄 세워주세요”라고 외쳐댈까?: 시험주의 | 왜 뉴스를 ‘막장 드라마’로 소비해야만 하는가?: 솔루션 저널리즘 | 왜 “내가 날 모르는데 넌들 날 알겠느냐”고 착각할까?: 조하리 창 | 왜 <SKY 캐슬>은 경멸보다는 동경의 대상이 되었는가?: 사회적 증거 | 강준만 ․ 42

 

인물 FOUCS

마크 베니오프: “모든 비즈니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 | 김환표 ․ 87

 

박홍규의 인문 이야기

중국 중세의 사상 | 박홍규 ․ 104

 

미디어 전략

저널리즘 싱킹, 기자처럼 생각하라 | 이정환 ․ 123

 

정치 VS 정치

좋은 정치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 이철희 ․ 138

 

친절한 경제학

정부는 ‘돈 쓰는 실력’으로 평가 받는다 | 성현석 ․ 153

 

언론 비평

판사 이탄희와 『조선일보』 | 김도연 ․ 169

 

신간안내

우리는 왜 개인이 아닌가 ․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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