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FOCUS

인물 FOCUS

데이비드 카프: “텀블러는 콘텐츠를 즐기는 미디어다”

  • 관리자 (inmul)
  • 2018-07-12 14:42:00
  • hit28
  • vote0
  • 106.244.230.233

“방통위가 알아서 텀블러 홍보해주네”
“방통위가 알아서 텀블러 홍보해주네(arth****), 텀블러는 엄연한 외국 기업인데 ㅋㅋ(dglk****), 텀블러 모르던 사람들도 이제 다 알게 되었네(nopp****), 뭐 하러 텀블러가 한국말을 듣겠나 상식적으로 억지지 ㅋ(akr1****), 아니 애초에 다른 나라 회사에 너희 야동 많아 삭제해! 이러는 요청이 이게 말이 되냐? ㅋ(polk****), 국내 웹하드 사이트들 음란물들은 아직도 범람하는데 그것도 아직 못 잡으면서 외국 회사 텀블러 건들기는 ㅋ(bak5****), 방통위야~~ 아프리카tv 규제 제대로 못하니까 일부러 텀블러 건들지? 그지?(sink****), 해외 텀블러 신경 쓸 시간 있으면 국내 유사한 것들부터 처리하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jwch****).1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미국의 마이크로 블로그 앱 텀블러(Tumblr)에 성매매·음란물 대응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2017년 9월 25일 누리꾼들이 보인 반응의 일부다. 포털사이트에 달린 댓글이 시사하듯, 적지 않은 누리꾼들이 “결국 텀블러 홍보만 해준 꼴이 됐다”는 지적을 쏟아내 방통심의위는 체면을 구기고 수모만 당하게 되었는데, 사연인즉슨 이렇다.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방통심의위가 시정을 요청한 텀블러의 ‘성매매·음란’ 정보는 9,477건으로 SNS 서비스 가운데 1만 165건으로 가장 많았던 트위터보다 적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해 시정을 요청한 트위터의 음란물 정보는 6,853건으로 줄어들었지만 텀블러에선 오히려 4만 7,480건으로 5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텀블러는 전체 ‘성매매·음란’ 정보의 58퍼센트를 차지했다.2 오죽했으면 이해 3월 「텀블러, 블로그라 쓰고 음란물 성지라 부른다」는 기사 제목까지 등장했겠는가.3
이렇듯, 인터넷 음란물이 텀블러를 통해 급속히 확산하자 방통심의위는 2016년 8월 텀블러에 “최근에 성적으로 노골적인 많은 동영상이 텀블러에 업로드되고 있어 텀블러는 한국에서 새로운 포르노 사이트로 오해받게 되었다”며 “불법 콘텐츠에 대한 대응에 협력을 요청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텀블러는 8월 말 보낸 답장에서 “텀블러는 미국 법에 의해 규제되는 미국 회사다. 텀블러는 한국에 물리적 사업장을 두고 있지 않으며 한국의 사법 관할권이나 법률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협력 요청을 거부했다. 이어 텀블러는 “게다가 텀블러는 성인 지향 내용을 포함해 폭넓은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서비스”라며 “신고된 내용을 검토했으나 우리 정책을 위반하지 않으므로 현재로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4
텀블러에서 유통되는 음란물 건수는 대폭 늘어 2017년 들어 텀블러는 한국에서 음란물 유통의 최대 창구로 자리 잡았다. 2017년 상반기 현재 방통심의위가 시정을 요청한 음란물 건수 3만 200건 가운데 텀블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만 2,468건으로 74.4퍼센트에 달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2017년 9월 26일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종합 대책’ 브리핑에서 “사이트 자체를 막는 게 타당하냐(를 봤을 때) 거기까지는 아직 안 된다”면서도 ”문제가 심각하면 그 부분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대체 텀블러는 어떤 특성을 지닌 서비스기에 한국에서 음란물 유통의 최대 창구가 된 것일까? 미국판 싸이월드로 불리기도 하는 텀블러는 쉽고 간단하게 블로그를 만든 뒤 글이나 사진을 친구와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마이크로 블로그 사이트이면서도 SNS의 특성도 함께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SNS와 일반 블로그의 중간 형태 서비스라 불리기도 한다.5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텀블러는 이용자 취향에 따라 블로그로 사용할 수도 있고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처럼 SNS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처럼 사진이나 영상 등 시각물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라 할 수도 있는데, 비주얼로 빠르게 영감을 주기 때문에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느낌을 주는 서비스라는 평을 듣고 있다.6 2017년 12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3억 4,500만 명이 가입해 있으며 지난 10년간 올라온 게시물 숫자는 1,540억 건이 넘는다.7 

고교를 중퇴하고 텀블러를 창업하다
텀블러 창업자 데이비드 카프(David Karp)는 1986년 뉴욕에서 영화음악 작곡가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한 카프는 11세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전문 프로그래머 수준으로 잘 만들 만큼 천재 프로그래머였다. 이 시절 그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대신 이웃의 웹사이트를 만들어주기도 했다.8
카프는 14세에 고교를 중퇴하고 홈스쿨링으로 나머지 과정을 마쳤다. 여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카프는 뉴욕 최고의 공립 영재 학교 중 하나로 꼽히는 브롱크스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학교 공부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대신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와 붙어 지냈다. 이른바 컴퓨터에 중독된 은둔형 아이였던 것이다. 이에 그의 어머니는 카프에게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하고 싶은 컴퓨터 공부를 실컷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카프의 어머니는 이런 제안을 한 배경에 대해 “카프는 낮에는 학교에 있다가 밤에는 집에서 내내 컴퓨터에 빠져 있었어요”라며 이렇게 말했다. “카프가 자신의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것은 다름 아닌 컴퓨터였습니다.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것이었죠.”9
학교 공부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고등학교 중퇴는 생각하지 않았던 카프는 처음엔 어머니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에 흔쾌히 동의하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카프가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자 그의 친구들은 ‘카프가 완전히 컴퓨터에 미쳤다’, ‘부모가 그를 사이보그로 만들었다’고 수군댔다. 하지만 훗날 카프는 ‘학교를 그만두라’는 엄마의 말은 자신이 성공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했다.10
고교를 중퇴한 후 카프는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기 시작했다. 카프는 14세 때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 프레더레이터 스튜디오(Frederator Studios)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일종의 블로그 서비스 회사이자 온라인 상담 업체인 프로덕트 오브 어번베이비(Product of UrbanBaby)의 프로그래밍 오류를 해결해주었다. 이게 계기가 되어 카프는 17세까지 이곳에서 일을 하며 프로그래밍 실력을 쌓아나갔고 이 회사의 주식도 일부 받게 되었다. 17세에 일본에 건너가 도쿄의 한 인공지능 로봇 관련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1년간 근무한 카프는 친구들이 대학교에 들어갈 때쯤 프로덕트 오브 어번베이비의 대표가 되었다.
2005년 카프는 이곳에서 훗날 자신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존 멀론(John Malone)을 만났으며, 텀블러를 창업한 후 그를 회장으로 모셔왔다. 카프는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한 게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자신과 같은 나이에 부모와 대학 교수 등만 만났지만 자신은 운 좋게도 어린 나이에 어른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는데, 실수투성이에 사회를 잘 모르는 자신을 어른처럼 대우해준 어른들을 만난 것이야말로 인생에서 받은 최고의 축복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인생 모토가 ‘어른이 곧 동료(adult as peers)’인 이유다.11
카프는 2006년 프로덕트 오브 어번베이비를 미국의 IT 전문매체 씨넷(CNet)에 매각하고 회사 매각 자금을 기반으로 개발 컨설팅 업체인 데이비드빌(Davidville)을 설립해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2007년 그는 어머니 아파트에서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었는데, 그 결과들 중 하나가 바로 텀블러였다. 이때 그의 나이 21세였다.12 카프는 독일의 17세 고등학생 크리스 노이키르헨이 개발한 ‘텀블린’이란 마이크로 블로깅 사이트의 핵심인 단문 형태 블로깅과 마르셀 몰리나와 샘 스티븐슨이 개발한 ‘프로젝션 리스트’의 디자인을 참고해 텀블러를 만들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모방 의혹이 일기도 했지만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대중적 서비스로 발전시킨 건 카프의 역량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며, 노이키르헨 등도 카프에게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13

“텀블러는 다시 상상하는 데서 시작됐습니다”
카프는 왜 텀블러를 창업한 것일까? 텀블러는 장황한 글을 쓰고 예쁘게 꾸며야 하는 복잡한 블로그에서 벗어나 누구든지 쉽게 올릴 수 있는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고심한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카프는 누군가 소규모 블로그 사이트를 만들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렸지만 아무도 만들지 않자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14
카프는 문화의 다양성과 창의적인 표현을 위해서 텀블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 세계 크리에이터를 위해 텀블러를 창업했다는 것이다. 카프는 페이스북·트위터가 인터넷에서 우리가 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인간관계만큼 중요한 창의성을 놓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즐기는 예술과 미디어는 인간의 경험에서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창의성을 느끼는 것까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기존의 인터넷 도구들은 한계가 명백하게 보였거든요. 그 기술을 이용하는 도구들엔 강요와 규제만 존재하게 됐습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초창기의 웹은 무질서에서 시작해 개방하고 상상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게 그렇게 독특하고 아름다울 수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됐나요? 유튜브엔 비디오만 올릴 수 있죠? 사진 공유 사이트 플리커는 사진을 드래그해 저장만 할 수 있습니다. 트위터는 글을 140자 이내로만 쓸 수 있습니다. 동영상은 6초, 사진은 정사각형 같은 제한도 있습니다. 텀블러의 비전은 그런 답답함, 규제, 강요를 없앤 커뮤니티 사이트였습니다. 텀블러는 다시 상상하는 데서 시작됐습니다. 어떻게 하면 와일드한 과거의 창의성을 복원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15
이런 이유 때문일까? 카프는 텀블러가 페이스북·트위터와는 다른 서비스라는 것을 자주 강조했다. 그는 “지인과 소통하는 페이스북과 흥미 있는 사진을 구독하는 텀블러는 완전히 다른 서비스”라며 “페이스북이 일종의 개인 이메일이라면 텀블러는 콘텐츠를 즐기는 미디어”라고 강조했다.16 트위터에 대해선 독설을 쏟아내기까지 했다. 그는 2013년 6월 트위터가 이용자를 인기와 영향력에만 연연하게 만든다면서 “팔로어 수를 공개하는 트위터 방침은 정말로 역겨운 일”이라고 했다. 트위터는 양질의 콘텐츠보다 자극적이고 가벼운 콘텐츠 생산에만 집중하도록 한다는 카프의 주장은 훗날 텀블러가 음란물 논란에 휩싸이면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17
서비스 시작 2주 만에 7만 5,000명의 사용자가 가입하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2007년 10월 75만 달러를 투자 받았으며, 이후 지속적인 펀딩이 이루어졌다. 2011년 9월 기업 가치는 8억 달러로 평가 받았으며,18 카프는 2012년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되었다. 텀블러는 2013년 3월 현재 이용자 수가 1억 1,700만 명, 하루 게시물 숫자가 9,000만 개에 달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을 구가했다. 2013년 4월 씨넷은 텀블러가 사용자 서비스 체류 시간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카프는 “사용자는 한 번 텀블러에 접속하면 평균 14분가량 머문다”며 “체류 시간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보다 10~20%가량 길다”고 자랑했다.19

음란물 때문에 고민에 빠진 야후
그간 실리콘밸리 업체들의 수많은 인수 유혹을 뿌리쳐왔던 카프는 2013년 5월 야후(Yahoo!)에 11억 달러(1조 2,300억 원)를 받고 텀블러를 매각했다. 카프는 인수 대금 중 약 2억 달러를 챙기면서 27세의 나이에 말 그대로 벼락부자가 되었는데, 4년간 회사에 남는 조건으로 8,100만 달러를 추가로 받기로 했다. 야후의 텀블러 인수는 시장을 출렁거리게 만들었지만, 그보다 큰 충격을 준 것은 카프의 최종 학력이었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처럼 ‘대학 중퇴 이후 창업자’는 적지 않았지만 ‘고교 중퇴 후 창업’을 해 대박을 터트린 사람은 미국 내에서도 드문 케이스였으니 말이다.
당시 텀블러의 기업 가치는 약 8억 달러로 추산되었는데, 야후는 왜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인수한 것일까? 그건 텀블러가 야후가 골머리를 앓고 있던 모바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었고 젊은 층에게서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다. 한 조사를 보면, 텀블러 전체 사용자의 46퍼센트가 16~24세로, SNS 사이트 중 10~20대 초반 이용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3~18세 사이에서 텀블러를 이용하는 비율은 이보다 훨씬 더 높아서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61퍼센트를 기록했다.20 텀블러에서 주로 유통되고 있던 콘텐츠도 패션, 예술, 음식, 여행 등 특히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콘텐츠였다.21 가수 비욘세(Beyonce)와 레이디 가가(Lady GaGa) 등 사생활이 철저하게 가려져 있는 엔터테이너들이 즐겨 사용한 것도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22
야후의 텀블러 인수와 관련해 시장의 반응이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엇갈리는 가운데 텀블러 이용자들 사이에선 텀블러가 야후의 광고판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였을까? 야후 CEO 머리사 메이어(Marissa Mayer)는 서비스 제공과 브랜드 운영은 기존 텀블러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카프가 자신과 함께 텀블러의 공동 CEO로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어는 5월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공식 발표문에서 “텀블러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텀블러의 명성을 망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고 강조했다.23 카프 역시 “텀블러가 기존 포털사이트들처럼 광고판으로 사용되도록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임새를 넣었다.24
거금을 투입해 텀블러를 인수했지만 야후는 한 가지 골칫거리에 직면했다. 바로 텀블러에 올라오는 ‘성인물’이었다. 미국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야후의 텀블러 인수 발표 직후 “야후가 텀블러 인수로 젊은 층과 모바일 사용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지만 수많은 포르노 사진들 때문에 고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는 게 이를 잘 시사해주었다.25
이런 평가가 나올 만도 했다. 카프는 모든 게 다 있는 “21세기판 백과사전”을 꿈꾼다고 말했지만,26 ‘음란물의 백과사전’이 되어가고 있던 게 텀블러가 처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예컨대 웹 분석 전문업체인 시밀러그룹은 텀블러 내의 인기 상위 20만 개 블로그 가운데 약 11퍼센트가 성인 콘텐츠 전문 블로그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외부에서 텀블러로 들어오는 트래픽까지 따지면 성인물 비중은 더욱 높아져 텀블러로 인도해주는 트래픽(referral traffic) 중 22.37퍼센트가 성인사이트로 집계되었다.27

‘1조 원짜리 성인사이트’라는 악명을 얻은 텀블러
이런 조사 결과는 향후 텀블러가 음란물 콘텐츠 때문에 큰 홍역을 치르게 되리라는 것을 시사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간 음란물 게시에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왔던 야후는 이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많은 콘텐츠를 솎아낼 생각은 없다며 ‘불간섭 원칙’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메이어는 “그런 부분 역시 이용자 제작 콘텐츠의 특성”이라고 잘라 말했다. 물론 이런 결정은 텀블러의 주요 이용자인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 때문이었지만, 음란물이 기승을 부리면서 텀블러는 이후 ‘1조 원짜리 성인사이트’라는 악명까지 얻게 되었다.28
그렇다면 텀블러는 왜 이렇게 음란물 유포의 성지로 부상한 것일까? 그건 카프가 텀블러를 창업하면서 강조한 ‘자유로운 콘텐츠 공유’와 적잖은 관련이 있었다. 카프는 텀블러 약관에서 “미성년자와 관련하여 성적 또는 폭력적인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은 올리지 마라”고 명시하긴 했지만, “지나치게 잔혹하거나 사회적 규범에 위배되지 않는 한 어떤 종류의 음란물도 환영한다”고 말할 정도로 음란물에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알몸 사진을 공개하는 등의 기행을 벌이기로 유명한 팝스타 레이디 가가를 비롯해 노출을 즐기는 유명인들과 포르노 스타들이 텀블러를 애용한 것도 음란물에 친화적인 텀블러의 특성 때문이었다.29
다른 SNS에 비해 가입하기가 쉬우며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도 텀블러에서 음란물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로 작용했다. 텀블러는 SNS 앱 가운데 드물게 12세 나이 제한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이 제한은 실효성이 없는 기준이었다.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별다른 인증 절차 없이 가입이 가능하기에 사용자가 나이를 거짓으로 입력해도 가입해 이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30
텀블러에 존재하는 ‘리블로그(reblog)’ 기능도 음란물 유포의 유력한 창구로 활용되었다. 리블로그는 다른 이가 올린 게시물을 자신의 계정으로 가져오는 기능으로, 페이스북의 ‘공유하기’와 같은 개념이다. 리블로그를 누르면 해당 콘텐츠가 자신의 계정으로 복사되어 게시되는데, 원작자가 해당 글이나 사진을 삭제해도 리블로그된 게시물은 남는다. 심지어 유명한 음란 계정의 ‘미러링’ 계정도 존재하는데, 다양한 이용자의 음란물을 모아 자신의 계정을 꾸미는 사람들마저 등장했다.31
카프는 ‘자유로운 콘텐츠 공유’를 강조하며 음란물에 관대한 정책을 고수했지만, 카프의 발언을 그대로 믿기엔 석연치 않는 구석이 적지 않다. 광고에 대한 카프의 진술 변화는 이런 혐의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사례 가운데 하나다. 카프는 2010년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텀블러의 창의성과 커뮤니티를 잃어버리게 될까 두려워 광고에 반대하며 오로지 플랫폼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2012년에 유료 광고 모델을 선보이면서 과거에 광고에 대해서 자신이 한 발언은 바보 같았다고 말했으니 말이다.32

미국에서 직면한 윤리적 비난과 CEO 사임
서비스 화면은 모두 한국어로 제공하고 있지만 인터넷 사업자라면 법적 고지 의무가 있는 개인정보 보호 방침과 이용 약관은 모두 영어로만 제공하고 있는 것 역시 석연치 않다. 한국에 물리적 사업장이 없긴 하지만 ‘자유로운 콘텐츠 공유’를 강조하면서 한국 이용자들과의 ‘소통’에는 장벽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하선영은 “텀블러에 올라온 게시물로 피해를 보았거나 사생활을 침해당했을 때 신고하는 메뉴도 무용지물이다”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피해 신고’를 눌렀더니 피해 유형을 ‘Malicious or hate speech(증오 발언)’, ‘Self-harm(자해)’ 등 영어로만 표시되어 있다. 텀블러로 피해를 입은 개인이 피해 사항을 신고하는 고객센터에서도 ‘한국어로 보내주는 문의사항은 처리할 수 없다’며 ‘반드시 영어로 작성해달라’고 요구한다.……피해 사항을 적는 칸에도 ‘한국어로 보내주시는 문의 사항은 아직은 처리할 수 없다. 이 양식을 반드시 영어로 작성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작 국내 사용자들이 텀블러로 인한 피해를 겪었을 때 실질적으로 이용자들을 구제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33
2017년 11월 27일 카프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내 개인적인 야망에 대한 몇 달간의 고민 끝에 사퇴를 결정하게 됐다”며 텀블러의 CEO에서 물러났다. 카프의 사임을 두고선 여러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한국에선 배짱을 부렸지만 텀블러가 미국 내에서도 각종 유해성 게시물을 방치하고 범죄를 조장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2016년 12월 텀블러에서 미성년자 성관계 동영상이 유통되면서 뉴욕 맨해튼주 법원이 “영상을 유포한 281명의 개인 신상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는데, 플랫폼 사업자인 관계로 텀블러는 법적 처벌은 피해갔지만 윤리적인 비판에선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텀블러는 미성년자 성관계 동영상 유포는 “텀블러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위반하는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피해자의 변호인은 수많은 피해자가 “텀블러가 피해자나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것보다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음란물을 미끼로 더 많은 광고로 돈을 벌어들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34 음란물에 대한 텀블러의 태도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이 최근 아동 포르노를 포함한 음란물 차단을 위해 다양한 기술적 조치와 캠페인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어서 텀블러 내에서 카프의 입지가 줄어든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35
텀블러를 통해 큐레이션 서비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20대에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랐지만 이렇게 해서 카프는 자신이 창업한 텀블러와의 인연을 끝내게 되었다. 카프는 2012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에는 수많은 부자들이 있지만 수십만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물건을 만든 특권을 누린 사람은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면서 돈보다는 텀블러의 명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36 카프와 텀블러에 대한 평판은 어떻게 기록될지 지켜보기로 하자. 

 

 

주 
1) 「텀블러에 수모…누리꾼 “국내 음란 사이트도 못 잡으면서, 홍보해준 꼴”」, 『동아닷컴』, 2017년 9월 25일.
2) 김영석, 「[한마당-김영석] 텀블러」, 『국민일보』, 2017년 9월 22일.
3) 윤설아, 「텀블러, 블로그라 쓰고 음란물 성지라 부른다」, 『경인일보』, 2016년 3월 25일.
4) 한영예, 「‘성매매·음란’ 정보 판정 58% 텀블러 “우리는 미국 회사다”」, 『중앙일보』, 2017년 9월 26일; 이미나, 「최명길 위원 “‘음란 정보’ 온상 텀블러(Tumblr), 방심위 협력 요청 거절”」, 『한국경제』, 2017년 9월 25일.
5) 윤예나, 「야후 ‘텀블러’ 1조 원에 인수키로…SNS 강화」, 『조선일보』, 2013년 5월 20일.
6) 예카테리나 월터·제시카 지오글리오, 박준형 옮김, 『비주얼 스토리텔링의 힘』(시그마북스, 2015), 109쪽; 한상기, 『한상기의 소셜 미디어 특강』(에이콘, 2014), 158쪽.
7) 하선영, 「“미국 사이트니 한국 법 상관없다”는 텀블러에 쏟아지는 비난」, 『중앙일보』, 2017년 12월 7일.
8) 이신영, 「[Cover Story] SNS ‘텀블러’ 창업해 야후에 11억 달러에 판 데이비드 카프」, 『조선일보』, 2014년 1월 11일.
9) 정재호, 「야후 텀블러 인수, ‘은둔형 외톨이를 억만장자로 만든 엄마의 비결’」, 『이데일리』, 2013년 5월 21일; 이강원, 「텀블러 창업자 어머니, 아들에 “학교 그만두렴”」, 『연합뉴스』, 2013년 5월 22일.
10) 이신영, 앞의 기사.
11) 이신영, 앞의 기사.
12) 주명호, 「야후, 블로깅 업체 텀블러 1.2조에 인수키로…고교 중퇴 창업주 ‘눈길’」, 『뉴스핌』, 2013년 5월 20일.
13) 정진욱, 「야후 인수 ‘텀블러’ 카피캣 의혹 등장」, 『전자신문』, 2013년 5월 27일.
14) 박정현, 「고교 중퇴생 텀블러 창업자…27세에 자산만 2억 불」, 『조선일보』, 2013년 5월 20일; 이진경, 「‘20代 젊은 IT 갑부’ 또 나왔다」, 『세계일보』, 2013년 5월 21일.  
15) 이신영, 앞의 기사.
16) 정진욱, 「텀블러 “우리는 페이스북보다 오래 간다~”」, 『전자신문』, 2013년 4월 18일.
17) 정진욱, 「텀블러 창업자 “트위터 역겨운 서비스”」, 『전자신문』, 2013년 6월 24일.
18) 한상기, 앞의 책, 159쪽; 에런 샤피로, 박세연 옮김, 『유저: 애플과 구글은 소비자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물건을 판다』(민음사, 2012), 148쪽.
19) 정진욱, 앞의 기사.
20) 예카테리나 월터·제시카 지오글리오, 박준형 옮김, 앞의 책, 110쪽.
21) 김익현, 「중년 야후+청년 텀블러 결합, 성공할까」, 『아이뉴스24』, 2013년 5월 21일.
22) 허정윤, 「“늙은 생각은 버려야” 스스로 물러난 존 말로니 텀블러 회장」, 『전자신문』, 2012년 4월 30일.
23) 최은주, 「야후 CEO, 1조 2천억 텀블러 인수 “망치지 않겠다” 트위팅」, 『오센』, 2013년 5월 21일; 「야후 CEO “텀블러 명성 망치지 않겠다” 의지 드러내」, 『서울경제』, 2013년 5월 21일.
24) 김희주, 「야후가 인수한 ‘텀블러’…광고판 될까 우려」, 『뉴스토마토』, 2013년 5월 21일.
25) 류지영, 「포르노 가득한 ‘텀블러’ 야후, 감당할 수 있을까」, 『서울신문』, 2013년 5월 22일.
26) 이신영, 앞의 기사.
27) 김익현, 앞의 기사; 노자운, 「‘포르노 천지’ 텀블러 창업자 “트위터 역겹다”」, 『조선일보』, 2013년 6월 24일.
28) 서윤심, 「아는 사람만 아는 SNS ‘텀블러’에선 무슨 일이? “내 야동 퍼가셈” 음란물 유포 성지 부상」, 『일요신문』, 제1228호(2015년 11월 25일).
29) 박상은, 「미성년 동생 알몸 올리자 “연락 달라” 수천 명…텀블러로 간 ‘소라넷’」, 『국민일보』, 2017년 12월 5일; 류지영, 앞의 기사.
30) 서윤심, 앞의 기사.
31) 서윤심, 앞의 기사; 전준범·정용창, 「카카오톡·텀블러·인스타그램…모바일 앱 열면 음란물이 가득」, 『조선일보』, 2015년 9월 27일.
32) 한상기, 앞의 책, 159쪽; 구성찬, 「고교 자퇴 텀블러 창업자 26세에 1조 2천억 돈방석」, 『국민일보』, 2013년 5월 20일.
33) 하선영, 앞의 기사.
34) 하선영, 앞의 기사.
35) 김민수, 「‘포르노 왕국’ 텀블러, 음란물 왜 차단 못하나」, 『CBS노컷뉴스』, 2017년 9월 27일.
36) 권영미, 「[분석] 야후의 텀블러 인수 문제점과 과제」, 『뉴스1』, 2013년 5월 21일.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작성

열기 닫기

댓글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