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인물과 사상

월간 인물과 사상

인물과 사상 2019년 7월호

  • 관리자 (inmul)
  • 2019-07-19 11:40:00
  • hit2755
  • vote5
  • 175.193.237.208

지방은 뭉쳐야 산다

 

인터뷰: 마강래(중앙대학교 교수)

도시를 가득 메운 빌딩, 하루가 멀다고 치솟는 마천루 때문에 서울은 답답하다. 그에 비해 지방 소도시는 텅텅 비어 있다. 그래서 지방분권은 필수라고 생각했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돈과 자본이 이전되면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을까? 지난 6월 6일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지방분권이라는 성역을 깨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중앙정부가 지자체 간 격차를 완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방분권은 지자체 간 경쟁을 촉진해 가난한 지자체를 사지로 내몰 것이고 취약한 지자체는 줄줄이 파산할 것이라는 우려다. 마강래 교수는 “지방은 뭉쳐야 산다. 수도권이 인구·산업·경제·사회 등 모든 것을 독식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지방도 뭉쳐야 한다”고 했다. 이를 집약한 개념이 ‘압축도시’다. 쇠퇴하는 지방 도시를 모두 살릴 수 없다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도시 거점에 인구를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거꾸로 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약속했다. 정부는 5년 동안 50조 원을 투입해 500곳의 옛 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되살리겠다고 했다. 마강래 교수는 ‘공평 배분’에 매몰되면 지방은 무너질 수밖에 없으며,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치와 경제 논리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찾는 듯했다.

 

도시는 압축될수록 좋다

 

마강래 교수는 2017년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지방도시 살생부』를 펴내며, 지방도시가 쇠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40년까지 전국 지자체 중 30퍼센트가 기능 마비 상태에 빠질 위기에 처했는데, 이런 위기의 도시는 대부분 지방 중소 도시다. 쇠퇴한 지방 중소 도시는 정부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고, 재정 위기에 직면한 중앙정부는 ‘살생부’를 작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암담한 미래를 피하려면 도시 거점을 빽빽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서 도시를 압축해 ‘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라고 역설했다. 도시를 압축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산다는 의미다. 빽빽하게 모여 살수록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줄어든다. 난방 공급 효율이 높아지고 사람들은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다. 1인당 에너지 소비가 줄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그래서 도시는 압축될수록 좋다.

쇠퇴가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교통의 결절점 중심으로 여러 시설과 산업, 나아가 사람을 모아야 도시가 생존할 수 있다. 사람과 인구가 빽빽해야 문화·체육 시설 이용률도 높아지고, 인프라 공급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원도심이 에너지를 잃는 가장 주된 이유는 외곽 개발이다. 인구는 계속 빠져나가는데 도시 외곽에 아파트 단지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 인구 유입은 없다. 다시 말해 도심 내부에서 신도심으로 인구가 재배치된 것이다. 원도심 쇠락은 신도심 개발과 맞물려 있다. 그렇게 원도심이 위태로워지면 다시 ‘원도심 살리기’ 정책을 편다고 하는데, 지자체 차원의 외곽 개발은 자제해야 한다. 인구가 축소되는 도시 내에서 제로섬보다 못한 폐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시 내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인구를 강제로 재배치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시설과 인프라를 도시 중심부에 가능한 한 모아야 한다. 지자체는 그런 노력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인구도 시설 주변으로 따라온다. ‘시설 이전을 통한 인구의 간접적 재배치’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될까? 병원, 관공서, 문화·체육 시설, 은행 등을 교통 중심지(원도심)로 모으는 것이다. 그렇게 모아야 대중교통도 들어갈 수 있다. 인구가 흩어지면 대중교통망을 만들기도 어렵다. 그래서 도시 압축이 필요한 것이다.

 

 

- 주요 내용

 

명랑 독서―――――――――

서민의 「명랑 독서」에서는 정치가 왜 중요한지 이야기한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은 뛰어난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그가 신문에 연재한 과학 칼럼을 모은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1』은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정치 이야기가 너무 많다며 불만을 표시한 사람도 많았다. 이 책은 박근혜 정부 때 쓴 글을 모은 책인데, 저자도 정치 이야기를 안 하려고 다짐했지만, 시대가 워낙 처참해서 자기도 모르게 ‘기승전-박근혜’가 되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는 정권이 교체된 뒤에 쓴 글들을 묶었다. 정치가 안정되고 나자 이정모 관장의 글은 원래의 재미를 되찾았다.

 

이론으로 보는 세상―――――――――

강준만의 「왜 막말은 정치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는가?」에서는 ‘갈등의 사유화’에 대해 살펴본다. “위대한 리더십은 큰 갈등에서 비롯된다.” 미국 정치학자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의 말이다. “리더는 갈등을 피하거나 억누르거나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기회로 본다.” 미국 리더십 전문가 워런 베니스의 말이다. “갈등은 ‘민주주의의 위대한 엔진’이다.” 미국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의 말이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주요 갈등들의 정체가 ‘갈등의 사유화’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른바 ‘막말’의 대행진이 벌어지는 것이 좋은 증거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정치와 언론의 ‘갈등 장사’에 놀아나야 하는가? 편 가르기 갈등에 적극 화답하는 일반 시민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유권자라고 하는 수요 측면에서 ‘갈등의 사유화’가 지배적이라면 정치는 그런 ‘갈등의 사유화’에 영합하고 그걸 이용하는 기술이 될 수밖에 없다.

 

인물 FOUCS―――――――――

김환표의 「인드라 누이: “소비자들은 영혼이 있는 브랜드를 좋아한다”」에서는 2006년 10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12년간 펩시코의 CEO로 활동한 인드라 누이에 관해 살펴본다. 누이는 2006년 10월 스티븐 레인먼드 이사회 의장 겸 CEO의 후임으로 펩시코 역사에서 첫 여성 CEO가 되었으며, 이로부터 7개월 후인 2007년 5월부터는 펩시코의 회장직까지 겸했다. 누이는 『포천』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 리스트의 터줏대감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누이가 펩시코에 합류했을 무렵 펩시코는 ‘콜라 전쟁’에서 사실상 코카콜라에 패배한 상태였다. 펩시코를 종합 식품 회사로 키우고자 했던 누이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 인수를 적극 추진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다. 누이는 펩시코를 “세상에서 가장 책임 있는 기업 중 하나”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펩시코는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를 통해 코카콜라는 ‘낡은 것’, 펩시는 ‘새로운 것’이란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박홍규의 인문 이야기―――――――――

박홍규의 「한반도의 중세」에서는 우리가 ‘전통’이라고 부르는 족보, 민족과 국가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고 한반도의 중세는 어떠했는지 살펴본다. 한반도의 역사를 서양식으로 고대-중세-근대로 나누면 보통 고려가 중세에 해당한다고 보지만, 통일신라도 중세라고 볼 수 있다. 한반도 중세의 특징은 대단히 개방적인 국가였고 유불선의 공존을 인정한 다양성의 국가였다는 점이다. 물론 통일신라 이전에도 그런 개방성과 다양성은 인정되었지만 조선에 들어서, 특히 임진왜란 이후에는 인정되지 않았다. 조선시대 유교에 의해 망각되기는 했지만, 한반도의 중세는 동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와 함께한 시기였다. 우리는 중세 동아시아의 인문 공동체로 돌아가야 한다.

 

미디어 전략―――――――――

이정환의 「좋은 질문이 절반이다」에서는 저널리즘 싱킹의 핵심인 질문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한 게 아니다. KBS 송현정 기자에게도 지난 5월 9일은 정말 특별한 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날 인터뷰는 그의 22년 기자 경력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정도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취임 2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구상이나 현안에 대한 의견 등 인터뷰의 내용은 거론되지 않고 기자의 표정이나 질문의 태도가 부각되는 것만 봐도 실패한 인터뷰였다고 할 수 있다. 질문을 잘하려면 불필요한 질문을 버리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계속해서 반문하고 결정적인 질문을 뽑아내는 것이 인터뷰의 기술이다.

 

정치 VS 정치――――――――――

이철희의 「인사검증인가, 인사전쟁인가?」에서는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이 정치와 민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업무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다. 자질과 업무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도덕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없듯이, 부패한 사람에게 막대한 예산과 권력이 주어지는 자리를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주 사소한 흠, 그 시대에는 흔히 용인되던 부적절한 행위 등을 어떻게 평가할지다. 크든 작든 흠이 있으면 무조건 안 된다고 할 것인지,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도면 양해할 것인지 등에 대해 정치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변혁을 꿈꾸는 사람들――――――――――

안문석의 「런던의 카스트로, 제러미 코빈」에서는 진솔하고 인간적인 영국 노동당 당수 제러미 코빈에 대해 알아본다. 그동안 영국 노동당을 지휘했던 최고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들과 달리 제러미 코빈은 대학 졸업장이 없다. 학벌은 없지만 그에겐 그보다 훨씬 나은 장점이 많다. 우선은 진솔하고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정계 유일하게 남은 정직한 사람’이라고 불릴 정도다. 게다가 잘난 체하지 않고 겸손하다. 진보적 리더들이 가지기 쉬운 포퓰리즘적 선동도 그에게는 없다. 정치인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과는 많이 다른 것이다. 그의 설득이 노동당뿐만 아니라 영국 사회, 나아가 세계로 확대되어 그가 역설하는 복지·평화의 아이디어들이 하나하나 실현되어 나가길 바란다.

 

친절한 경제학――――――――――

성현석의 「미국과 중국으로 쪼개진 세계경제」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경제전쟁과 새로운 세계 질서를 짚어본다. 미국은 세계대전의 승자였으며, 이후 전개된 동서 냉전의 승자였다. 그런데 미국의 중산층은 일자리를 잃었다. 세계대전과 냉전의 승리를 뒷받침했던 제조업과 과학기술에서 주도권을 놓쳐갔다. 트럼프와 그를 지지했던 이들은 화가 난다. 그 분노는 중국을 향했다. 화웨이를 규제했고 미국 정부 문서에 타이완을 국가로 표기했다. 미국과 중국이 수교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했던 1979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신호다. 트럼프와 시진핑, 모두 2008년 이후 체제가 낳은 지도자들이다.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의 환상을 믿지 않는다. 이런 공통분모를 지닌 이들이 서로 부딪히고 있다.

 

 

- 차례

 

명랑 독서

과학자에게 정치가 중요한 이유 | 서민 ․ 8

 

생각의 갤러리

치유와 수신의 그림 | <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 12

 

인터뷰: 마강래(중앙대학교 교수)

지방은 뭉쳐야 산다 | 김도연 ․ 14

 

이론으로 보는 세상

왜 전통시장 살리자면서 정작 당신은 안 가십니까?: 현시 선호 이론 | 왜 막말은 정치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는가?: 갈등의 사유화 | 왜 정치를 정치인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가?: 바닥치기 경쟁 | 왜 어떤 개인주의자들은 집단주의자로 돌변하는가?: 관료주의적 개인주의 | 왜 ‘게이티드 커뮤니티’가 크게 늘고 있는가?: 가난의 범죄화 | 왜 서울 혼자 잘나 서울이 되었다고 생각할까?: 잔인한 무지 | 왜 리더십을 ’사람의 약점을 착취하는 기술’이라고 하는가?: 상징 조작 | 왜 ‘문화적 속물’은 예술가들의 은인인가?: 속물근성 | 강준만 ․ 42

 

인물 FOUCS

인드라 누이: “소비자들은 영혼이 있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 김환표 ․ 91

 

박홍규의 인문 이야기

한반도의 중세 | 박홍규 ․ 107

 

미디어 전략

좋은 질문이 절반이다 | 이정환 ․ 125

 

정치 VS 정치

인사검증인가, 인사전쟁인가? | 이철희 ․ 132

 

변혁을 꿈꾸는 사람들

런던의 카스트로, 제러미 코빈 | 안문석 ․ 157

 

친절한 경제학

미국과 중국으로 쪼개진 세계경제 | 성현석 ․ 169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작성

열기 닫기

댓글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