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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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민주주의
자동차는 어떻게 미국과 세계를 움직이는가

신국판 | 320쪽 | 14,000원
2012년 3월 10일 펴냄 | 인물과사상
ISBN 978-89-5906-208-9 (03300)

자동차는 미국과 미국인을 어떻게 움직여갈까
2008년에 지엠(GM)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라는 타이틀을 빼앗겼고, 2009년엔 크라이슬러가 이탈리아 피아트에 넘어갔다. 이처럼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예전의 위용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자동차 회사가 어떻게 되건 간에 자동차에 대한 미국인의 신앙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는 아메리칸 드림이면서 그 ‘드림’과는 달리 갈수록 소외되고 왜소해지는 미국인의 마지막 피난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달리 유별나게 높고 강력한(high and mighty, 영어 숙어로는 ‘오만한’이란 뜻) SUV를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SUV를 타고 높은 시야를 확보해 일반 승용차들을 내려다볼 때 생기는 ‘권력 의지’(258쪽)가 왜소해지는 자신을 감춰준다고 착각하는 것인가. 아마 흔들리는 세계 제국 미국이 다른 나라와 세계를 대하는 방식도 이와 같을 것이다.
이런 미국이 SUV에 숨어 오직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할 때 우리 세계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할까? 아니 민주주의가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걸까? 자동차를 종교로 삼은 미국인, 아니 한국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던져진 질문이자 숙제다.(289쪽)

자동차는 한 국가의 유사 이데올로기
자동차에 대한 인식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유사 이데올로기’라 해도 좋을 정도로 자동차는 한 국가의 중심적인 가치를 대변한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의 역할을 살펴보면 ①근대화 상징, ②국가적 자부심 상징, ③국토 재발견 수단, ④공동체 의식 재편성 기제, ⑤지위 구별짓기 수단 등 다섯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땅덩어리의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자율’과 ‘이동성’만 추가하고, 세계 자본주의 후발 주자로서 한국인에게 중요했던 ‘근대화 상징’만 빼는 걸로 족하다.
자동차는 유럽에서 발명되었지만, 자동차 문화가 만개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동서로 약 4300킬로미터, 남북으로 약 3000킬로미터나 되는 거대한 대지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래서 미국인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자유를 ‘자율’과 ‘이동성’의 개념으로 파악해왔던 것이다. 자유가 곧 자동차를 의미한다. 그래서 미국의 문명비평가 제레미 리프킨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미국인은 자유를 자율(Autonomy)과 이동성(Mobility)이란 개념으로 파악하니 이를 상징하는 게 곧 자동차(Auto+Mobile)다.”(8쪽)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자동차가 국토 재발견 수단, 공동체 의식 재편성 기제, 지위 구별짓기 수단으로 기능하는 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를 바 없다. 자동차가 국가적 자부심의 상징으로 기능하는 것도 앞서가느냐 쫓아가느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다.
2009년 2월 2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첫 의회 연설에서 “자동차를 발명한 나라인 미국이 자동차 산업을 포기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나, 자동차를 발명한 당사자인 독일의 벤츠가 이 실언을 강력하게 반박하고 나선 것은 자동차가 오늘날까지도 국가적인 자부심의 상징임을 잘 말해준다. 이처럼 대통령조차 실수하고 의외로 많은 미국인들이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발명했다고 믿을 정도로 미국인에게 자동차는 자부심의 상징이자 그들의 신앙이다.

자동차는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이자 미국인의 신앙
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모델 T의 가격을 인하하면서 “자동차를 사기 위해 부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사야 한다”(7쪽)라고 선전했다. 이 선전 구호가 시사하듯, 미국에서 자동차는 ‘자유 이데올로기’와 ‘개인주의’뿐만 아니라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자 실체이기도 하다. 탄생 이후 오늘날까지 아메리칸 드림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있는 고급 브랜드(27쪽)인 캐딜락의 광고를 보자.

“31년 전 화창한 6월 어느 날이었지요. 한 소년이 분주한 거리에 있는 신문 판매대 옆에 서서 캐딜락의 친근한 경적 소리를 들었어요. ‘거스름돈은 그만둬라.’ 운전하는 남자는 신문을 받아들면서 미소를 짓고는 미끄러지듯 거리로 사라졌어요. 소년은 동전을 손에 꼭 움켜쥐고서 ‘저것이 바로 나를 위한 자동차구나!’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곳 미국은 소년이 가슴 속에 새긴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기에 그는 이제 실업가가 되었지요. 그는 가족에게 안겨주고 싶은 세계를 얻기 위해 부단히 싸운 거예요. 이 시대에 타협이란 결코 있을 수 없으니까요.”(139쪽)

아마 이 소년이 품은 소망을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도 똑같이 품고 있었나 보다.

“가수로 데뷔하기 전 트럭 운전사로도 일했던 엘비스는 못 말리는 자동차광이었다. 아직 유명해지기 전 중고 캐딜락을 산 그는 그날 밤 호텔 방에서 몇 시간 동안 자기 차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 차가 그게 곧 불에 타는 아픔을 겪은 엘비스는 다시 중고 캐딜락을 사서 자신의 무대복과 비슷하게 분홍색과 검은색으로 칠했다. 그는 점차 유명해지면서 새 캐딜락을 살 수 있게 되자 그 차를 온통 분홍색으로 칠해 어머니에게 선물했다.”(127쪽)

이와 같은 아메리칸 드림 정도면 애교로 봐줄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는 미국인들에게 더 큰 의미를 가졌다. 역사학자 루이스 멈퍼드가 ‘자동차 종교’라는 말을 만들어 미국인들의 자동차 생활을 비판했을 정도로 미국인에게 자동차는 일종의 세속적 신앙의 지위에까지 오른 것이다. 이런 자동차 신앙은 미국 대중이 원해서 혹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었다. 자동차 회사들의 집요한 로비로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미국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자동차
1920년대 도로 건설비는 미국 정부의 공적 지출에서 두 번째로 큰 항목이었다. 지엠을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이 정유․타이어 회사와 손잡고 대규모 로비 군단을 조직해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도로를 건설하도록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대중교통 수단을 없애려는 노력도 서슴지 않았다.

“1922년 지엠 사장 앨프리드 슬론은 회사 내에 그 일을 전담할 특별 조직을 설치했다. 이렇듯 대장 노릇을 한 지엠의 지도하에 자동차 회사들은 전차 시스템(회사)을 사들여 전차를 폐기처분하고 선로와 전선을 제거함으로써 일반 시민들이 자동차를 타지 않고선 움직일 수 없게끔 만들고자 한 것이다.”(59쪽)

여기서 자본주의의 대표 상품 자동차가 어떻게 미국 대중을 움직여왔는지 잘 알 수 있다. 자동차가 집의 구조를 바꾸고(67쪽), 도심에서 먼 교외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해 집의 위치까지 바꾸고(114쪽), 드라이브인 맥도날드, 외각에 있어 차를 타고 가야만 하는 월마트, 심지어는 자동차 안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교회(151쪽) 등. 자동차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국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미국인의 일상에 깊게 뿌리내린 자동차와 미국인의 자동차 생활을 알지 못하곤 세계 제국 미국을 이해할 수 없다. MIT 명예교수 린우드 브라이언트는 1975년에 이런 말을 했다.

“자동차가 미국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상응하는 연구가 학계에서 이루어진다면, 그렇게 해서 나오는 책이 적어도 우리 도서관 장서의 40%는 차지할 것이다.”

1990년엔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사람보다 훨씬 많은 1억 9000만 대의 자동차가 있었으며, 하루 평균 도로 유지 비용은 2억 달러였다. 미국인은 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세계 자동차 운행 거리의 50%, 휘발유 소비의 40%를 점하고 있으며, 1년에 850시간을 운전하는 데 사용한다. 그로 인해 미국인의 3분의 2가 과체중이고, 교통비는 주택비와 비슷한 수준이다.(6쪽)
‘자동차 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미국을 살펴보는 데 자동차만 한 키워드가 어디 있겠는가. 한마디로 미국 사회를 알고 싶으면 ‘자동차’를 통해 보는 것이 수월하다는 힌트인 것이다.


▣ 저자 소개

강준만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위스콘신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총 200권에 달하는 단행본이 말해주듯 다작으로도 유명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외교 등 그의 저술 활동은 분야와 경계를 넘어 전 방위적이며 숱한 의제들을 공론화․이슈화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저서로는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책』(전 23권), 『한국 근대사 산책』(전 10권), 『미국사 산책』(전 17권),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룸살롱 공화국』, 『저널룩 인물과 사상』, 『대중문화의 겉과 속』(전 3권), 『한국인 코드』 외 다수가 있다.


▣ 차례

머리말 미국인의 자동차 종교

1장 자동차의 탄생과 포드주의 혁명 1900~1910년대
자동차의 발명 1769~1899년
포드 자동차의 탄생 1903년
지엠 왕국의 탄생 1908년
포드주의는 소비자 혁명의 씨앗 1914년

2장 포드냐 마르크스냐 1920년대
자동차는 섹스 도구 1920년대
포드냐 마르크스냐 1927년
자동차 회사의 전차 죽이기 1920년대
전 세계 자동차의 85퍼센트를 생산한 자동차 왕국 1920년대

3장 고의적 진부화와 자동차 파시즘 1930~1940년대
대공황과 고의적 진부화 1929년
유럽의 자동차 파시즘 1930년대
트랙터는 오르가즘을 느끼며 땅을 강간한다 1930년대
교외와 드라이브인 영화관의 번성 1940년대

4장 자동차와 문화 혁명 1950년대
지엠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 1953년
백인의 도시 탈출 1954년
맥도날드와 홀리데이 인의 탄생 1955년
제임스 딘의 이유 없는 반항 1955년
엘비스 프레슬리와 척 베리 1956년
쇼핑몰에서 길을 잃다 1956년
도로는 자유의 상징 1956년

5장 자동차의 꿈과 현실 1960년대
아메리칸 드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1962년
아메리칸 그래피티와 머스탱 샐리 1962~1964년
어떤 속도에서도 안전하지 않다 1965년
로드 무비의 탄생 1967~1969년

6장 석유 위기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 1970~1980년대
1973년 석유 위기와 카풀 운동 1973년
1979년 석유 위기와 나르시시즘의 문화 1979년
크라이슬러의 파산 위기 1979년
리 아이아코카의 원맨쇼 1980년대 전반
렉서스*인피니티*어큐라의 미국 공습 1989년
테일게이팅과 로드 레이지 1980년대 후반

7장 자동차와 공동체 1990년대
LA폭동과 벙커 도시의 확산 1991년
자동차와 공동체주의 운동 1993~1999년
브랜드 공동체의 성장 1990년대
왜 미국인들은 라디오 토크쇼에 열광했나 1994년
크라이슬러의 몰락 1998년

8장 자동차와 미국의 자존심 2000년대
왜 미국인들은 SUV에 열광했나 2002년
빅20 스포츠 이벤트 중 17개가 자동차 경주 2002년
디트로이트의 마지막 겨울인가 2008년
법정 관리에 들어간 지엠 2009년
토요타 리콜 사태의 행운 2010~2011년

맺는말 십대에겐 어떤 자동차가 어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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