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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가슴을 물들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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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가슴을 물들인 만남

느낌 있는, 국어 교과서 속 시인 읽기


고광석 지음 | 신국판변형 | 280쪽 | 13,000원 | 2013년 3월 15일 발행
978-89-91945-49-4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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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가슴을 물들인 시와 시인들의 삶

우리는 대부분 학교에서 국어 교과서를 통해 시와 처음 만난다. 하지만 학교나 학원에서 하는 수업은 대부분 성적을 올리기 위한 것이다. 국어 시간은 딱딱하고 재미없게만 느껴진다. 그렇게 중고등학생 시절을 보내고 나니 오히려 시와 멀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감수성이 가장 풍부한 시기에 가슴에 짜릿하게 스며드는 시 한 편을 읽을 때의 흥분과 설렘을 수없이 놓쳐버리는 셈이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나서 세월이 흐를수록 시는 우리의 삶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간다. 한 사람의 영혼이 시의 향기와 빛깔로 물들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는 20년 넘게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면서 항상 이 점이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교과서에 실리는 시와 그 시를 쓴 시인들은 우리나라 시 문학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시와 인생은 실제로 수많은 시인들의 삶과 시에 영향을 주었다. 고은 시인은 한하운 시인의 시집을 우연히 읽고 시인이 되기로 결심했고, 정약용과 황상의 만남은 그들의 인생을 시의 향기로 물들였다. 또한 김영한과의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던 백석이 쓴 시는 윤동주, 신경림 등을 비롯해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사랑을 나눈 홍랑과 최경창의 이야기는 대를 이어 전해 내려오며 후대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두 사람의 애틋한 만남이 없었다면 애초에 그토록 아름다운 시가 나올 수 있었을까?


모든 만남은 시인의 손끝에서 시로 피어났다

우리는 평소에 시를 읽을 때 그 시를 쓴 시인이 청록파 시인인지 아닌지, 운율은 무엇인지, 표현 기법은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시인도 그것을 파악하라고 시를 세상에 내놓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시를 그렇게 만나고 스쳐 지나가게 된다. 그렇다보니 시가 존재해야 할 이유조차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시를 읽는 까닭은 어느 날 한 줄 시가 가슴 속에 깊이 박힌 순간의 떨림과 전율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느닷없이 타인들 틈에서 / 격렬한 불길 속에서 / 혹은 내가 홀로 돌아올 때 / 얼굴도 없이 저만치 지키고 섰다가 / 나를 건드리곤 했다.’라고 파블로 네루다가 그의 시 <시(詩)>에서 말했듯, 인생에서 누구나 한 번쯤 반드시 만나게 되는 운명과 같은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돼서, 혹은 영혼 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느끼고는 지독히 고독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감흥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 칠판에 적힌 무의미한 단어의 나열만을 바라보며 살게 된 것은 아닐까? 이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우리가 삶 속에서 시를 만나듯, 시인들도 시를 만났고, 잊힐 수 없는 사람을 만났다. 이 책에 나열된 시인 15명의 삶과 사랑, 신념들은 바로 그러한 가슴 떨리는 순간들을 잘 포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시의 원천인 시인의 삶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만남들은 알알이 시인의 가슴에 박혀 손끝을 타고 아름다운 시로 태어났다.


문학 수업이 즐거워지는 시인 이야기

저자는 이런 이유로 시인이 시를 쓰게 된 배경과 상황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는 1942년 일본 유학 중에 쓴 작품인데, 윤동주가 왜 일본으로 유학가게 되었는지, 그 시를 쓸 때 윤동주가 처한 상황과 심경이 어떠했는지를 설명한 다음에 시를 해설하는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또 시를 해설할 때 너무 구체적으로 분석하려 하지 않고 되도록 쉽고 간결하게 해설했다. 시 해설이 지나치게 상세하면 오히려 지루함을 느끼게 하고 몰입을 할 수 없게 함으로써 온전한 감상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백석, 한하운, 홍랑, 황진이, 계랑, 천상병, 맹사성, 윤선도, 허난설헌, 정약용, 도종환, 정몽주, 윤동주, 김지하, 한용운의 삶. 그리고 그들의 주위에서 시인과 교감했던, 시인이 시를 쓰는 계기가 되었던 만남들을 통해 우리는 매 순간 시와 새롭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 책 속에서

시인 백석은 왜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고집했던 것일까? 왜 비싼 양복을 입으면서 월급의 상당 부분을 외모를 꾸미는 데 지출했을까? 그것은 바로 개인적으로 멋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과 위상을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거만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백석의 특유한 올백형 헤어스타일은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시작되었다. 청산학원에서 백석은 다른 여러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일본어는 잘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으며 고고한 헤어스타일로 상대를 압도하려고 했다. 그 외모에는 일본에 대한 굽힘 없는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이다. (p. 21)

최경창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파주에 당도한 홍랑은 무덤 앞에 움막을 짓고 여막살이를 시작했다. 그러나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여막살이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홍랑은 3년 동안 몸을 씻거나 꾸미지 않았다. 다른 남자의 접근을 막기 위해 스스로 얼굴에 상처를 내고 숯검정을 칠하고 살았다. 그뿐만 아니라 커다란 숯덩이를 통째로 삼켜 스스로 벙어리가 되기도 하였다. (p. 62)

마흔세 살 노총각 천상병과 서른여섯 살 노처녀 목순옥은 1972년 5월 14일에 김동리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린다. 술과 담배, 친구를 좋아하는 천상병의 성품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살림 형편이 어려워져 생계 걱정을 할 때 천상병의 친구인 강태열 시인이 300만 원을 빌려줘서 인사동 골목에 ‘귀천’이란 찻집을 열었다. 천상병 시인의 작품 제목을 따서 이름을 지은 ‘귀천’은 예술인, 작가, 언론인, 지식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p. 101)

허난설헌의 시는 명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명나라 사신이 조선에 오면 허난설헌의 시를 얻어가고 싶어서 허균을 찾았다. 1606년에는 조선에 온 사신 주지번이 허균에게 부탁하여 받은 허난설헌의 시집을 명나라에 가져가 《난설헌집》을 발간하였다. 그 시집은 크게 환영을 받아 명나라 각지에서 주문이 밀려들어 말 그대로 낙양의 종잇값을 올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p. 148)

도종환 시인은 담쟁이처럼 살기로 했다. 나 혼자 살길 찾으려 하지 말고 함께 손잡고 어려운 벽을 헤쳐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나날의 일상에서 벽을 만났을 때 포기하지 않으면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여, 마침내 절망적인 환경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꿀 수 있다면 담쟁이처럼 벽을 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해직 교사들의 복직을 위해 단식농성을 하다가 쓰러져서 여섯 달 동안 쉬고 있던 1994년에 여섯 번째 시집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를 출간했다. 그 시집에 실려 있는 시 중 하나가 <흔들리며 피는 꽃>이다. (p. 194)




◈ 지은이 - 고광석

경기도 평택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평택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비가 그친 뒤 풀에서 풍겨나는 냄새를 좋아했고, 봄방학 때 받은 교과서를 미리 읽을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했다. 현재 서울, 부천 지역의 학원에서 햇수로 23년째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국어를 재미있게 가르치려 노력하고 있다.
다섯 살 때 “아빠랑 나랑 책 속에 뛰어드는 거야. 자, 손을 잡아, 아빠.”라고 말했던 딸. 여덟 살 때 “산타할아버지, 과자 드시세요. 아빠 이, 과자 먹지 마.”라는 글을 썼던 아들. 두 아이가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책 쓰기를 꿈꾸며 살아왔다. 2000년 4월 《우리교육》 특집 <학교 교사, 학원 강사를 만나다> 꼭지에 대담자로 참여했고, 2000년 7월 EBS 리포트 <학원은 정말로 잘 가르치는가?> 편에 출연했다.
unjae01@hanmail.net




◈ 차례

글쓴이의 말

1부 시인의 사랑

1. 외롭고 높고 쓸쓸한

- 굳고 정한 갈매나무처럼 고고히 자기 세계를 지킨 백석
2. 푸른 하늘 푸른 들을 울어 예는 파랑새 되리
- 사랑과 생명을 노래한 ‘문둥이 시인’ 한하운
3. 묏버들 골라 꺾어 보내노라 임에게
- 애절한 사랑으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여류 시인 홍랑
4.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 조선 시대 최고의 여류 시인 황진이
5.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 매화꽃보다 아름다운 시를 쓴 여류 시인 계랑

2부 시인의 삶

1. 무욕의 삶이 빚어낸 아름다운 시 세계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 시인 천상병
2. 소를 타고 피리를 부는 정승을 보았는공?
- 비 새는 초가살이를 기쁨으로 여겼던 청백리 맹사성
3. 자연과 사람을 뜨겁게 사랑하였노라
- 우리말과 우리글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 윤선도
4. 스물일곱 송이 붉은 연꽃이 지다
- 중국에서 최초의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킨 천재 시인 허난설헌
5. 혼신의 힘을 다하여 백성의 삶을 바꾸다
- 실학사상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시인 정약용

3부 시인의 신념

1.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 삶도 문학도 ‘부드러운 직선’ 같기를 꿈꾸는 시인 도종환
2.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 영원한 충절을 노래한 시인 정몽주
3. 아직 나의 청춘은 끝나지 않았다
- 하늘과 바람과 별을 노래한 시인 윤동주
4. 타는 목마름으로 네 이름을 쓴다
- 1960~70년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존재 김지하
5.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 겨레와 조국을 사랑한 한국 근대사의 큰스님 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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