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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의 지퍼는 왜 길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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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의 지퍼는 왜 길어졌을까?
-일상을 위협하는 법 만능주의


지은이 필립 K. 하워드 | 쪽수 256쪽 | 판형 152×225(신국판)
값 13,500원 | 분야 인문사회 > 사회 일반
ISBN 978-89-5906-312-3 03300 | 출간일 2014년 12월 15일


키워드 법, 규제, 규제완화, 규정, 절차, 상식, 노스페이스, 정부혁신, 일률성, 법만능주의, 판단, 관료주의, 관습법, 사회보장제도, 공익, OSHA, 뉴딜정책



‘규제’가 ‘상식’을 대처하게 된 사회에서 상식 찾기


한국 사회에서 정부 조직의 ‘비효율’을 지탄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성역 없는 온라인 정보 민주주의의 시대에 들어서 그 폐해를 더 자주 접하다 보니, 과잉 규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규제는 그냥 두면 계속 늘어나는 속성을 가진다. 정부의 규제 담당 부서에서 규제의 절차와 기준 설정은 물론 집행의 모든 과정을 독점해, 규제가 공무원의 관점에서 만들어지고 집행되기 때문이다. ‘고비용 불량 규제’가 만연하게 된 원인이다. 정부 규제는 결국 국민의 시간과 돈의 문제다. 아무리 간단한 규제라도 그 규제가 적용되기까지는 국민의 세금이 든다. 규제라는 안 보이는 세금은 독점적 규제 담당 부서의 권한에 따라 견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
저자 필립 K. 하워드는 앨 고어가 추진한 미국의 정부 혁신 정책의 자문을 하는 등, 미국 내 규제 완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지식인이다. 그는 『노스페이스의 지퍼는 왜 길어졌을까?』를 통해 오늘날 미국 사회의 규제가 그들의 건국이념인 ‘자유와 책임’이라는 가치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국책 사업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부터 개인의 판단이 필요한 일상적 행위에 이르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규제가 불러일으킨 폐해를 진단한다. 하워드는 관료 조직의 규제 맹신 뒤편에는 ‘법은 일률적이고 공정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음을 강조하고, 이 실현할 수 없는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두려움에서 유래한 관료주의적 규제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식의 ‘법 만능주의’, ‘규제 제일주의’가 미국인들의 자율성을 침해해, 그들의 본래적 활력과 창의성을 갉아먹는다고 하며, 이를 ‘상식의 죽음’이라고 선언한다. 규제가 만사의 상식적 판단을 대처하게 된 사회에서 개인의 상식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필립 하워드의 TED 강연: http://www.ted.com/talks/philip_howard?language=ko#)
한국에서는 김대중 정부가 1998년 4월, 규제개혁위원회를 신설해서 취임 1년 만에 규제 총량의 50퍼센트를 감축한 전력이 있다. 이후 세계은행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를 모범 사례로 들어 다른 나라에 권장하기도 하였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스페이스의 지퍼는 왜 길어졌을까?』는 비록 미국의 사례들을 예로 들고는 있으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크게 불거지고 있는 규제 완화 및 개혁 논의에 참고할 수 있는 유용한 지적들로 넘쳐난다.


정부의 품질 규격을 지키려다가 옷 제작을 망친 ‘노스페이스’


오직 객관성만을 신봉하는 정부 체계에서 공익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는, 정부의 조달 업무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쉽다. 조달 업무는 물품과 서비스 구매가 주된 목적이라 간단하고 비교적 평가하기도 쉽다. 정부의 절차적 관례는 모든 공급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구실을 가지고 있지만 “서류 작업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규정은 헷갈리거나 종종 앞뒤가 맞지 않고 공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업체들은 정부와 일하기를 기피한다. 따라서 업체들은 정부와 일할 때는 현저히 높은 금액으로 입찰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한 업체 관계자는 “서류 작업이 적어도 8배는 많기 때문에, 정부와 일을 할 때는 일반적으로 민간부문에서 비슷한 일을 할 때보다 입찰가를 10~30퍼센트 가량 높인다”고 증언했다.
상거래에 필수적인, 쌍방 간의 정상적 협의를 배제하는 엄격한 절차 때문에, 정부는 결점이 있거나 적합하지 않은 물품을 정기적으로 구입하게 된다. 하버드대학의 케네디 행정대학원은 이러한 비효율성을 낱낱이 파헤치는 조사를 실시했다. 가령 방한 피복과 장비 제조사인 노스페이스North Face는, 방한복 세트를 정부에 납품하면서 정부 품질 규격을 준수하려고 하다 보니 옷감의 조각들이 서로 맞지 않았다. 지퍼는 너무 길었고 재봉실이 터져서 옷이 분리되었다.



화재로 버려진 건물에 노숙자 보호시설을 조성하려다 규제 때문에 포기한 ‘테라사 수녀’


1988년 겨울, ‘사랑의 선교 수녀회’의 테레사 수녀는 사우스 브롱크스에 있는 화재가 나서 버려진 건물을 노숙자 보호시설로 쓰기 위해 뉴욕시에 절차를 문의했다. 테레사 수녀는 몇 해 전 에드 코크 뉴욕 시장을 병원에서 만나 의견 일치를 본 상태였다. 뉴욕시는 버려진 빌딩 한 채당 1달러를 제의했고, 선교회는 50만 달러를 개축비로 떼어놓았다. 뉴욕시에 건물 소유권이 있었지만 건물의 양도 권한을 가진 담당 공무원이 없었기 때문에 소유권 이전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단지 수도자적 봉사 활동을 하며 살고 싶었던 수녀들은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 1년 반 동안 계속되는 공청회에 참석했고 그 후로도 뉴욕시의 상급 공무원과 세부 조항을 다시 논의했다. 1989년 10월, 뉴욕시는 드디어 계획을 승인했고 건물은 복구에 들어갔다.
그런데 승인된 지 거의 2년이 지난 시점에 수녀회는 ‘새로 짓거나 개조하는 2층 이상의 건물에 승강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뉴욕시의 건축 규정을 통보받았다. 수녀회는 수도자적 신념에 따라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을뿐더러, 그걸 설치하는 데 드는 10만 달러도 없다고 뉴욕시에 말했다. 하지만 수녀들은 법을 예외 적용할 수는 없다는 연락을 받았을 뿐이다.
테레사 수녀는 노숙자 보호시설을 포기했다. 그녀는 진정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도 아닌 일에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수녀회의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수녀회는 그 비용을 수프나 샌드위치 등을 제공하는 데 훨씬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즈 살균 통의 재질을 일일이 지적받아 치즈 공장을 폐쇄한 ‘치즈 장인’


폴 앳킨슨은 미국 최고의 식당 몇 곳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치즈 전문가다. 그런 그에게 정부의 한 검사관이 쳐들어와 치즈를 저온 살균하는 스테인리스 통이 규격에 맞지 않으니 없애라고 지시했다. 폴 앳킨슨의 치즈는 균이 없고 깨끗하다고 판명이 났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거기에 덧붙여 검사관은 “벽이 너무 거칠다”면서 벽에 덧칠을 하라고 폴 앳킨슨에게 요구했다. 그 사건 뒤로 폴 앳킨슨은 규제 때문에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치즈 공장을 폐쇄했다. “가장 짜증났던 것은 ‘미리 결정된 규칙’이었습니다. 치즈의 질이 기준에 부합한다면, 어째서 생산자 마음대로 치즈를 만들면 안 되는 거죠?”
사람들은 남의 생각에 자신의 창조성을 보태거나 하면서 고유의 방식으로 일하려고 하지만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법은 인간의 이러한 독특한 행동 양식을 무시한다. 법은 만사를 흑과 백의 논리로 설명하고 말뿐이다. 법을 어기는 사람이 눈에 띄면, 법은 반사적으로 거대한 발로 그를 짓밟아버린다.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신약이 있는데 정부 승인이 나지 않아 일본까지 날아간 ‘대학교수’


다른 서방 국가에서 승인한 신약을 다시 미국 FDA에서 승인하는 데는 평균 6년이 걸린다. FDA의 직원들은 어떤 결과에도 책임을 질 필요가 전혀 없어서 늘 “분명하지가 않군요. 그냥 검사를 다섯 번 더 해보세요”라는 말을 달고 산다. 루이스 자피 교수는 이를 두고 관료적 동맥경화증이라고 부른다.
FDA는 신약 검사는 아무리 주의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하지만, 신약을 거절하면 환자가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대학교수인 토머스 해즐럿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어머니의 치료법을 찾다가, 일본에 있는 한 하버드대학 출신 연구원을 찾아가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 연구원은 의약품 하나로 10년간 임상 실험을 해왔으며 간암 환자들의 생명을 최고 6년까지 연장시켰다고 했다. 하지만 FDA는 그의 어머니가 몇 달 안에 사망할 수 있는데도 이 의약품 승인을 거절했다. 결국 토머스 해즐럿은 어머니를 일본에 있는 병원에 입원시켰고, 그의 어머니는 고향을 버리고 그곳에 가야 했다. 치료를 마친 부자는 필요한 의약품을 구해서 돌아왔지만 미국 땅 어디에도 승인을 해줄 부서가 없었다. 결국 그는 매주 몇 번씩 어머니를 태우고 7시간씩 운전을 해 멕시코 국경을 넘나들었다.
FDA는 알려지지 않은 약품을 승인했다가 비판을 받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신약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다. 혹자는 이렇게 지적한다. “아픈 사람을 두고, 이로운 기술을 거절하는 행위는 해로운 기술을 시장에 허용하는 거나 매한가지 아닐까요?”


▣ 차례


책머리에


제1장 상식의 죽음
정확성에 눈이 멀다
법은 어떻게 인간성을 대신하게 되었나
정확성에서 무지함으로 전락하다
일률성의 불공평함
다양성을 불법으로 만들다
천사 같은 법
규제적 발작 증세
법에 대한 존중을 잃다


제2장 계속되는 책임 회피
절차의 매끄러운 함정
비효율의 극한
불신받는 계층
불신의 대가
절차에서 책임감으로
절차를 위한 절차
절차에 결정을 미루다
끊임없는 기다림
절차와 부패
부정행위가 판치다
모순적인 절차
절차적 공평이 공평하지 못한 현실


제3장 적대적인 사람들의 나라
권리를 향한 돌진
새로운 권리
사람을 분열시키는 법
공기 중에 퍼진 독처럼
권리의 만연
권리라는 녹색 신호등 복지 제도에 씌워진 굴레
상식을 가로막는 권리
권력과 자유를 혼동하다


제4장 스스로를 놓아주기
사람의 판단을 중시하다
생각을 허용하는 법
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밝은 세상에서 민주주의 되찾기
우리 자신에게 의지하기


맺음말_ 자유롭고 새로운 체계를 위하여


▣ 본문 중에서
내 동료와 그의 아내는 그들이 살고 있는 브루클린의 브라운 스톤의 욕실과 부엌을 개조하느라 몇 년간 공을 들였다. 모든 계획은 기일에 맞춰 공문서에 기록되었고, 검사관들은 진행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주기적으로 방문했다. 마침내 개조를 끝낸 부부는 검사관에게 확인을 받은 후 건물기본시설증명서를 받으러 갔다. 하지만 개조하는 동안 그 집에 머물렀다는 이유로 증명서 발급을 거절당했다. 자신의 집이므로 그곳에 머무르는 게 당연했다. 법이 개조 중인 주택에‘거주’를 금지한다는 사실은 그때 알았다. 지금껏 방문했던 검사관들은 아무도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법의 특수성이라는 부분적 결함이 규정 그 자체를 손상했다. 규정은 그 집이 살기에 적당치 않은 파손된 집인지, 말쑥이 꾸며놓은 집인지 구별할 능력이 없다. 하지만 그것은 접수창구의 공무원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로, 그에게는 내 동료 부부가 법을 어겼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그 부부는 수개월을 허비했다.
(「정확성에서 무지함으로 전락하다」,49쪽)


1991년에 OSHA(직업안전위생관리국)의 시카고 지부는 한 건설 현장을 시찰한 뒤, 벽돌공에게 벽돌 받침대에 MSDS 양식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규정 위반이라고 알렸다. OSHA는 벽돌을 자를 때, 그 과정에서 약간의 실리카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벽돌공들은 정부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밥 래작은 이렇게 말했다. “벽돌을 만들 때보다 창문을 열고 비포장도로를 운전할 때 더 많은 실리카에 노출됩니다.”벽돌 제조업자들은 직원을 위해 벽돌 구별법과 벽돌의 비등점을 기재한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양식을 성실하게 제출했다.
서류 작업도 번거로웠지만, 벽돌 제조업자들이 볼 때 그보다 큰 문제는 벽돌이 해로운 물질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었다. 무분별한 소송이 판치는 사회에서 MSDS 양식을 작성한다는 것 자체가 소송을 부르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일률성의 불공평함」, 53~54쪽)


1993년에 뉴욕시 125번가에서 쓰레기차가 뉴욕시의 수송 버스를 들이받은 사건이 있었다. 사고 후 한 달 동안 18명이 뉴욕시를 제소했는데, 그들은 버스에서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고는 버스 기사가 요금함에 낀 25센트에 한눈을 팔다가 일어난 것이 아니다. 요금함에는 요금이 없었고 버스 안에는 승객이 없었다. 버스는 고장이 나서 주차된 상태였다. 하지만 18명의 제소인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그들은 모두 버스에 타고 있었다고 주장했고, 경찰이 오기 전에 절뚝이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런 종류의 사기는 종종 성공한다. 뉴욕시가 사실을 증명하기보다는 웬만하면 합의를 본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기 때문이다.
절차를 들먹여서 보상을 받는 일은 아주 흔하며,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벌들도 상대를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법 절차를 이용하면서 비슷한 술수를 쓴다. 물론 사기를 치는 건 아니다. 다만 법을 사적으로 오용하는 것일 뿐이다.
(「부정행위가 판치다」, 128~129쪽)


▣ 지은이 소개 __ 필립 K. 하워드
1948년생으로 미국 켄터키에서 장로교 목사의 아들로 성장했다. 예일대학과 버지니아대학 로스쿨에서 법을 공부하고 뉴욕시에서 변호사로 일해왔다. 현대의 법과 관료주의가 인간 행동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활발하게 비평하는 시사평론가이자 저술가다. 미국의 법 제도와 변호사 과다가 초래하는 부작용이 크다고 주장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법이 일상을 억압하는 족쇄로 보고 법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뉴욕의 그랜드센트럴 기차역 등 오래된 건물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 소송’을 맡아 큰 명성을 얻었다. 또한 산업안전법과 환경보호법의 규제가 경직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초당파 비영리 단체인 ‘커먼굿(www.commongood.org)’의 창립자이자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공익의 붕괴The collapse of the Common Good』(1994),『변호사 없는 세상Life without Lawyers』(2009),『누구를 위한 규정인가The Rule of Nobody』(2014) 등이 있다.


▣ 옮긴이 소개 __ 김영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LA)에서 문화인류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으로 직장 생활을 오래했지만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어서 번역을 시작했다. 글밥 아카데미에서 출판번역과정을 마쳤다. 앞으로 다양하고 좋은 책을 번역해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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