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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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함규진 페이지 | 372쪽 판형 | 152×225 값 | 16,000원 출간일 | 2015년 2월 27일
분야 | 역사 > 테마로 보는 역사 > 세계인물사 ISBN | 978-89-5906-319-2 03990
키워드 | 유대인, 수난, 방랑, 소외, 차별, 모순, 갈등, 편견, 신화, 변혁, 해방, 창조, 저항, 혁명, 분석, 사상, 탐구, 과학, 권력, 정치, 경제, 경영, 예술, 현대, 예언, 미래, 전통, 20세기, 히틀러, 나치, 레온 트로츠키, 옘마 골드만, 지크문트 프로이트, 빅터 프랭클, 에드문트 후설, 칼 포퍼,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발터 베냐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존 폰 노이만, 해나 아렌트, 레오 스트라우스, 헨리 키신저, 칼 폴라니, 밀턴 프리드먼, 피터 드러커, 프란츠 카프카, 레너드 번스타인, 지그문트 바우만, 에이브럼 놈 촘스키

▣ 출판사 서평

유대인의 초상은
지금 여기, 우리의 초상이다!


레온 트로츠키Leon Trotskii · 옘마 골드만Emma Goldmann · 지크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 ·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 · 칼 포퍼Karl Popper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 · 발터 베냐민Walter Benjamin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 존 폰 노이만Johann von Neumann · 해나 아렌트Hannah Arendt, · 레오 스트라우스Leo Strauss, ·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 칼 폴라니Karl Polanyi ·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 에이브럼 놈 촘스키Avram Noam Chomsky…….


우리는 그들이 만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혁이 놀랍도록 빠르게, 또한 무섭도록 폭넓게 일어난 세기였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20세기. 20세기의 격동은 유럽을 비롯한 각지에서 조용히 뿌리 내리고 살아가던 유대인들을 다시 한 번 유랑의 운명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그중 상당수는 그런 도전에 과감히 응전했으며, 세상이 바뀌려는 시점에서 자신의 색채로 세상을 바꾸어나갔다.
『유대인의 초상』은 이처럼 ‘세상을 움직인 유대 거인 21명’을 소개하고, 그들의 불꽃같은 삶을 총 8장으로 나누어 상세히 담아내고 있다. 제1장 ‘저항의 초상’에서는 레온 트로츠키와 옘마 골드만으로 대표되는 혁명가들을, 제2장 ‘분석의 초상’에서는 지크문트 프로이트와 빅터 프랭클로 대표되는 정신분석가들을, 제3장 ‘생각의 초상’에서는 에드문트 후설, 칼 포퍼,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발터 베냐민으로 대표되는 사상가들을, 제4장 ‘탐구의 초상’에서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존 폰 노이만으로 대표되는 과학자들을, 제6장 ‘권력의 초상’에서는 해나 아렌트, 레오 스트라우스, 헨리 키신저로 대표되는 정치학자들을, 제6장 ‘현대의 초상’에서는 칼 폴라니, 밀턴 프리드먼, 피터 드러커로 대표되는 경제·경영학자들을, 제7장 ‘창조의 초상’에서는 프란츠 카프카와 레너드 번스타인으로 대표되는 예술가들을, 제8장 ‘미래의 초상’에서는 지그문트 바우만과 에이브럼 놈 촘스키로 대표되는 현대의 예언자들을 만날 수 있다.

왜곡된 ‘유대인 신화’에 반대한다

『유대인의 초상』에 소개된 인물들은 소위 ‘유대인 신화’를 휘황찬란하게 펼쳐내는 주인공들과는 거리가 멀다. 유대인식으로 자녀를 교육하면 당신들의 자녀도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식의 상술이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트로츠키나 폰 노이만, 폴라니처럼 어려서 착실한 가정교육을 받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옘마처럼 거의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고, 비트겐슈타인이나 아인슈타인처럼 평범하게 학교에 진학했다가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둔 사람도 있다. 또한, 유대인 중에는 천재가 많다며 노벨상 수상자 수를 예로 들기도 한다. 노벨상 수상자 중 유대인이 중국인이나 무슬림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서구인’이 ‘비서구인’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이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에 이르는 동안 서구인이 고등교육을 받고, 지적인 영역에서 활동할 기회를 얻고, 같은 서구인들이 평가하고 수상을 결정하는 노벨상 후보로 오를 가능성이 비서구인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아프리카나 동구권에 살던 유대인들은 노벨상 수상 등의 영예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세기의 유대인들은 추구하는 이념이나 이론의 방향이 한결같지도 않았다. 사회와 경제를 보는 가장 좌측 시각에 트로츠키가 있다면 가장 우측에는 프리드먼이 있고, 미국이 힘을 가장 떨치던 시절 백악관에는 키신저가, 거리의 시위대에는 촘스키가 있었다. 포퍼는 프로이트를 불신하다 못해 혐오했고, 비트겐슈타인은 포퍼에게 부지깽이를 들고 덤비기도 했다.

수난과 방랑은 계속될 것이다

『유대인의 초상』의 인물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특징은 ‘수난’과 ‘방랑’이다. 유대인들은 20세기 초를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라는 악몽과 함께 살아가거나 죽을 수밖에 없었다. 실로 수백만이 죽고 수백만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근현대사 최대의 수난기였다. 물론 그런 수난과 방랑의 결과 그들이 대단한 업적과 명성을, 경우에 따라서는 권력을 얻은 셈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유대인들조차,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하기만 했던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의 영광은 숙명적인 암울함의 그늘에서 돋아난 버섯이었다.
아무리 부와 명성을 쌓는대도 결국 그들은 국외자일 뿐이었으며,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질 때마다 원흉 또는 희생양으로 제일 먼저 지목되었다. 그런 흐름은 오늘날도 예외가 아니다. 좌파와 진보주의자는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유대인을, 우파와 보수주의자는 ‘사회주의를 발명하고’ 사회운동을 이끌어온 유대인을 손가락질하며 “저들이 진짜 악의 축이다!”라고 외치고 있지 않은가.
바우만의 슬픈 예언대로라면, 조만간 모든 민족이 유대인처럼 방랑하게 될 것이다. 촘스키의 막연한 희망대로라면, 매우 어렵게 인류가 각성하고, 세계는 계몽의 빛 아래 사랑과 평화를 누리게 될 것이다. 어찌되든 우리는 이 독특하고 불운한, 비범하며 과감한 유대인을 연구해야 한다. 그 별들이 저마다의 분야에 남긴 지울 수 없는 발자취와 함께. 이것이 소외와 사회갈등이 점점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변해가는 우리 시대의 의무이며, 현대사에서 또 다른 비극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제1장 저항의 초상 · 혁명가들
근대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대인이 사는 나라였지만, 차르는 그들을 환영하기는커녕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변방에 유대인 거주 지구 ‘게토’를 만들고 그 밖에서는 살지 못하게 했다. 19세기 후반에는 농민들이 경제난의 분풀이로 유대인을 습격하고 집과 상점을 불태우는 ‘포그름’이 벌어졌으며, 정부도 어느 때보다 강력한 유대인 압박 정책을 실시해 러시아 유대인의 미래는 암울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암울함에 반동으로 사회혁명을 꿈꾸는 유대인이 차차 나타났으며, 무정부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아나키즘 역시 이 땅에서 꽃피우게 된다.

제2장 분석의 초상 · 정신분석가들
서구 지식인들은 사회주의를 비롯한 정치 이념에 힘입어 세상을 변혁하려는 원대한 꿈을 지녀왔지만, 대공황과 대전쟁은 오랜 미신과 관습의 사슬을 끊고 인간이 스스로를 위해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계몽주의의 믿음을 박살내버렸다. 그리하여 인간은 거침없는 진보의 발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떨며 선 채로 스스로의 본성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위대한 이성의 소유자면서 무시무시한 야욕에 휩쓸릴 수도 있는, 때문에 인류와 자연환경까지 파멸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임을 자각한 것이다. 그래서 마르크스 대신 프로이트가, 정치학 대신 심리학이 지성사에서 유행하게 되었다.

제3장 생각의 초상 · 사상가들
19세기에 서구인은 멋진 신세계에 있었다. 이성과 과학의 힘으로 하늘 끝과 땅끝까지 도달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20세기로 전환하면서부터 그런 자신감은 붕괴되어갔다. 사상 최악의 전쟁, 학살, 공황, 피지배 민족들의 반란. 그러한 몰락은 지적인 혼란과 분열도 동반했다.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에 뿌리를 두고 이성과 과학을 앞세웠던 서구 근대사상은 불신과 회의, 해체와 전복을 이겨내지 못한 채 나아갈 길을 잃어버렸다. 이런 가운데, 서구 사상의 전통을 밑바닥부터 재검토하는 한편 구원과 승화의 단초를 마련하려 분투하는 유대인들이 있었다.

제4장 탐구의 초상 · 과학자들
우리는 ‘유대인’ 하면 ‘뛰어난 두뇌’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런 두뇌는 주로 학술, 과학 계통의 천재성을 의미한다. 현대 문명은 여러 비범한 유대인 과학자의 업적에 빚지고 있다. 양자역학의 수립자 중 하나인 닐스 보어Niels Bohr, 전자기파를 발견한 하인리히 헤르츠Heinrich Hertz, ‘하버-보슈 법’을 창안해 질소비료를 탄생시키고 현대 화학공학의 대부가 된 프리츠 하버Fritz Haber 등. 그런 과학 영웅들은 찬란한 아우라에 싸여 있어서 우리는 그들이 유대인임을 잊어버린다. 그러나 그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를 살았고, 동족의 운명을 짊어졌다. 그리고 정치와 사회에 일정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제5장 권력의 초상 · 정치학자들
유대인들이 2,000년 가까이 겪은 끔찍한 학살 아니면 추방. 이는 유대인들이 어엿한 시민으로서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없었다는 현실이기도 했다. 그래서 비정치적인 삶을 선택하고, 어느 국가에도 소속되기를 거부하며 살아간 유대인도 많았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정치에 참여하고 정치의 주역이 되기 위해 애쓴 유대인들도 있었다. 이들 모두의 마음 깊숙이에는 학대받은 자, 영원한 방랑자로서 자신의 속성에 대한 인식이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찍혀 있었다.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고민과 노력은 현대 정치학의 윤곽과 핵심의 일부를 탄생시켰다.

제6장 현대의 초상 · 경제·경영학자들
여러 세기에 걸쳐 서구인들이 떠올려온 유대인이라면 돈밖에 모르는 이미지일 것이다. 기독교도인 평신도에게 대금업을 금지했던 중세 기독교 사회의 관습은 교회와 비기독교도인 유대인에게 대금업을 도맡게 했고, 그 결과 ‘수전노’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경제·경영학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긴 유대인도 많다. 18세기 고전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를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경제학 교과서를 저술한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 등. 이들이 하나의 경제철학만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시장 자유주의자들이 있는가 하면, 사회가 시장을 통제해야 마땅하다는 사회주의자들도 있다.

제7장 창조의 초상 · 예술가들
‘천재’의 아우라를 이루는 요소에 빠지지 않는 ‘창조성’. 그것은 과학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예술 분야에서도 두드러지는 요소다. 유대인 천재가 많았던 만큼, 예술 부문의 거장도 많았다. 문학가들은 저물어가는 세기말의 유럽 한복판에서 개인으로서, 유대인으로서 절감했던 불안과 비애를 원고지에 쏟아냈으며, 전후에는 유대인의 정체성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었다. 미술가들은 서로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동질적인, 미에 대한 야심적이고 강렬한 접근법을 나타냈다. 음악가들은 고전음악 전통의 황혼과 모더니즘의 새벽을 장식했으며, 연극인들은 현대 연극술의 기틀을 마련했다.

제8장 미래의 초상 · 현대의 예언가들
홀로코스트가 과거사가 되면서, 고난을 직접 겪지 않은 유대인도 늘어나게 되었다. 100여 년 전,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사회는 유대인을 완벽하게 받아들인 듯했으며, 유대인들은 그 땅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적어도 몇몇 유대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어두움과 위험을 감지하고, 다시 한 번 재난이 모든 인류에게 내릴 수 있음을 소리 높이 경고하고 있다.

▣ 지은이 소개

함규진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왕의 투쟁』, 『왕의 밥상』, 『정약용,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다』, 『조약의 세계사』 등의 책을 썼고 『죽음의 밥상』, 『대통령의 결단』, 『정치 질서의 기원』등의 책을 번역했다. 네이버캐스트와 월간 『인물과 사상』 등에 「장정의 역사」, 「최후의 선비들」 등을 연재하고 있다.

▣ 차례

책머리에 · 5

제1장 저항의 초상 · 혁명가들
레온 트로츠키 · 이 사람만 한 볼셰비키가 어디 있는가 · 20
옘마 골드만 · ‘약자 중의 약자’, 전사가 되다 · 32

제2장 분석의 초상 · 정신분석가들
지크문트 프로이트 · 낡은 소파 위의 정복자 · 52
빅터 프랭클 · 미칠 듯한 공포에서 살아남기 · 67

제3장 생각의 초상 · 사상가들
에드문트 후설 · 엄격하고 절대적인 철학을 찾아서 · 90
칼 포퍼 · 열린사회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다 · 105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 천재가 도착했다, 신이 도착했다 · 121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 137
발터 베냐민 · 불운이 가져다준 영광 · 153

제4장 탐구의 초상 · 과학자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이 조화로운 세계를 입증하라 · 171
존 폰 노이만 · 너무나 계산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185

제5장 권력의 초상 · 정치학자들
해나 아렌트 · 이 세계를 사랑하세요? · 206
레오 스트라우스 · 철학자와 정치인의 갈림길에서 · 220
헨리 키신저 · 대통령이 못 된다면, 황제가 되겠다 · 235

제6장 현대의 초상 · 경제·경영학자들
칼 폴라니 · 공동체가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 254
밀턴 프리드먼 · 일하기 싫은 자, 먹지도 마라 · 269
피터 드러커 · ‘구경하는 자’의 아이러니 · 284

제7장 창조의 초상 · 예술가들
프란츠 카프카 · 영원한 악몽 속에서 살아가기 · 304
레너드 번스타인 · 햄릿인가, 광대인가 · 319

제8장 미래의 초상 · 현대의 예언자들
지그문트 바우만 · 21세기의 예레미야 · 338
에이브럼 놈 촘스키 · 그림자를 뚫고 들어가야 한다 · 352

찾아보기 · 365


▣ 본문 중에서

그는 적어도 네 차례 주도권을 장악할 기회를 얻었지만 매번 그 기회를 흘려버렸다. 첫 번째는 1917년 혁명이 성공한 직후였다. 레닌은 그에게 인민위원회 의장을 제의했다. 새 정부의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자리였다. 1905년에 홀로 혁명을 시도했고, 이번에도 독자적으로 무장봉기를 이끌어 혁명을 성공시킨 그이기에 결코 자격이 모자란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사양했다. 그러면 내무인민위원이라도 맡으라고 했지만, 트로츠키는 “그러면 민족 문제를 다루어야 할 텐데, 유대인인 나로서는 곤란합니다”라며 그것도 사양했다. 이때 눈 딱 감고 새 정부의 수반이 되었다면? 스탈린 따위는 평생 그의 발밑에 엎드려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는 유대인 콤플렉스를 벗어버릴 수 없었고, 스스로 국외자, 머물 수 없는 운명의 소유자임을 의식해 투사는 몰라도 통치자는 꺼렸던 것이다.

-「레온 트로츠키 · 이 사람만 한 볼셰비키가 어디 있는가」 중에서

그는 그야말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아우슈비츠에 도착하자마자 수감자들은 일단 남녀로 분류되고 그다음에 친위대 장교 앞에 서게 되는데, 그가 말없이 왼쪽을 가리키느냐 오른쪽을 가리키느냐가 삶과 죽음을 갈랐다. 왼쪽으로 간 사람들은 곧바로 가스실로 들어갔으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연기로 변해서 아우슈비츠의 하늘 위로 날아갔다. 대다수가 왼쪽이었으며, 잘 부려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소수만 생명을 연장했는데 프랭클은 튼튼해 보이지 않았는데도 오른쪽이었다. 그 뒤로도 잘못하면 맞아죽을 뻔하던 상황에서 공습경보가 울리거나, 다른 수용소(전원 ‘처리’된다고 소문이 나 있던)로 이송되는 명단에 들었지만 별일이 없고 이전 수용소가 비참한 상황에 처하거나 하는 ‘운명의 장난’이 이어졌다.

-「빅터 프랭클 · 미칠 듯한 공포에서 살아남기」 중에서

비트겐슈타인의 끝없는 독설과 직설에 러셀은 지쳐갔고, 조지 무어George Moore나 존 케인스John Keynes 등도 비트겐슈타인이라면 손사래를 치게 되었다. 특히 무어는, 제자이던 비트겐슈타인이 자신을 ‘불러서’ 자기 원고를 ‘받아 적도록’ 하고는 그 원고를 학사학위 논문으로 통과시켜달라고 했다가, 주석이나 참고 문헌 등이 없기 때문에 논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전하자 몹시 화를 내며 “그따위 바보 같은, 쓰레기 같은 이유라니! 내 글이 특례를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진정 생각한다면, 지옥에나 가버려요!”라고 몰아붙인 일을 평생 잊지 못했다. 결국 비트겐슈타인은 케임브리지에서 학자들과 교류하느니 혼자서 연구에 몰두하는 편이 낫다고 여기고 노르웨이에 가 있기로 했다. 러셀이 다시 생각해보라고 붙잡았지만 들을 턱이 없었다.
“그곳은 어두운 날이 많을 텐데.”
“햇빛을 싫어해요.”
“……많이 외롭기도 할 테고.”
“여기 사람들과 떠들고 있는 것보다는 낫죠. 그럴 때마다 제 정신을 팔아먹는 것 같아요.”
“내가 보기에는 자넨, 미쳤네.”
“그게 신의 바람입니다. 신은 제가 제정신이기를 바라지 않아요.”
그건 그럴 테지, 하고 러셀은 속으로만 뇌까리고는 한때의 애제자를 보내주었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 천재가 도착했다, 신이 도착했다」 중에서

‘인간 컴퓨터’ 폰 노이만의 천재성에 대해서는 믿기 어려운 일화가 넘친다. 10대 시절에는 김나지움의 1년 선배인 유진 위그너Eugene Wigner에게 수학을 가르쳐주었는데, 위그너가 수업 시간에 배운 정리定理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자 그는 다른 정리를 사용해서 그 정리가 참임을 증명해보였다. 그 정리도 모르는 위그너가 쩔쩔매고 있으니, 그는 위그너에게 아는 정리가 뭐냐고 묻고 그 정리만 사용해서 다시 증명해주었다. 스스로도 천재라는 자부심이 넘쳤던 위그너는 그를 대할수록 주눅이 들어서, 스스로 그의 그늘에 기대는 존재로 만족했다고 한다. 훗날 1963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위그너에게 누가 ‘헝가리 출신의 천재가 참 많다’고 하자, 그는 “무슨 말씀이죠? 헝가리 출신 천재라면 폰 노이만 한 사람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존 폰 노이만 · 너무나 계산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중에서

그는 사교성은 뛰어났지만 세련미가 부족했고, 언제나 한물간 농담만 늘어놓아서 주변을 곧잘 썰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언젠가 그가 아주 그럴싸한 임기응변으로 청중의 폭소를 이끌어낸 적이 있다. 아마 적어도 몇몇은 쓴웃음을 지었을 테지만 말이다. 당신처럼 유능하고 인기도 많은 사람이 왜 대통령 선거에 나서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불행하게도 미국 법률에 이민 1세대는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고는 한번 싱긋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황제가 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어디에도 없답니다.”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농담이었다. 그는 실제로 미국 안에서 외교정책에 관련해서는 황제였고, 미국 바깥에서는 여느 황제보다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며 ‘제국’에 군림했으니까. 이 보기 드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임금의 예복은 무척 어울렸다. 그리고 투명 옷을 걸친 임금이 그렇듯이, 우스꽝스러웠다.

-「헨리 키신저 · 대통령이 못 된다면, 황제가 되겠다」 중에서

폴라니에게 여유가 생긴 것은 1924년,『오스트리아 이코노미스트』의 국제 전문 기자 겸 편집자로 발탁된 때였다. 권위 있는 경제지였던 이 신문의 봉급 수준은 상당했다. 그러나 3년 뒤에 폴라니와 처음 만나, 그의 집에 초대받은 드러커는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대체 그 많은 수입은 어디로 갔는지, 폴라니 부부와 어머니, 딸 카리는 빈 외곽의 다 쓰러져가는 빈민촌에 살고 있었다. 식사는 드러커가 기함할 정도로 초라했으며(“설익은 감자 몇 개! 오직 그것뿐!”), 가족들은 또 어디서 돈을 벌어서 적자를 메울 것인지 입씨름을 벌였다. 참다못한 드러커가 봉급은 어떡하고 이러고 사느냐고 물으니, 그들은 세상에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누가 자기 월급을 자기를 위해 쓴답니까?”
“다들 그러는데요.”
“우리는 그 ‘다들’이 아니에요!”
일로나는 “지금 빈에는 헝가리를 도망쳐 나온 헝가리 난민이 많고, 그들은 모두 변변한 직업도 없이 궁핍하게 살고 있다. 우리는 돈을 버니까, 당연히 그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칼 폴라니 · 공동체가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중에서

그와 오래 사귄 여인 중 두 사람은 유부녀였다. 펠리체와 한 번 파혼한 이유는 카프카가 그녀의 친구와 바람을 피웠기 때문인데, 죄스러운 부분이 많은 관계와 결혼의 틀에서 벗어난 관계가 정상적인 관계보다 오히려 그에게 위안을 준 것 같다. 정상적인 연애와 결혼은 그에게 아버지처럼 살 것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는 그것을 동경하면서도 혐오했기 때문이다. 그는 철저히 고독해져야만,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오지 않는 태아처럼 되어야만 안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아니 그의 본능은 다시 폭력적으로 그를 세상에 끌어내려고 했고, 그가 일시적이라도 고독에서 벗어나 친밀한 관계를 맺게끔 했다. 이런 혼란스럽고 병적인 삶은 계속적인 글쓰기를 통해서만 치유되었고, 현실의 병마로 대체되었다. 그는 치명적인 병에 걸리기 전까지 평생토록 두통, 불면증, 호흡곤란, 류머티즘, 만성피로 등에 시달렸다.

-「프란츠 카프카 · 영원한 악몽 속에서 살아가기」 중에서

우리 시대의 다수는 물론, 심지어 ‘운이 좋은 소수’까지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공포는 물처럼 어느새 우리 사이에 스며들어오고, ‘아차’ 하는 사이에 목까지 차오른다. 자본주의의 미친 질주가 언제고 끝날지 모른다는 공포(서브프라임 사태나 남유럽 디폴트 사태는 예고처럼 보인다), 자연이 염치없는 인간들을 더는 인내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공포(『침묵하는 봄』에서 레이철 카슨Rachel Carson이 느낀 공포 이래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고, 얼마나 많은 반성이 있었는가.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개선이 있었는가?), 억눌리고 빼앗긴 자들이 마침내 들고 일어날지 모른다는 공포(9·11에서 IS까지, ‘점거 프로젝트’에서 퍼거슨 사태까지), 전혀 엉뚱하게 우연(한때 운명이라 불렀던)이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게 움직이는 그 순간이 오리라는 공포(혜성 충돌, 화산 폭발……) 등. 우리는 그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다시 무한 경쟁이라는 비교적 친숙한 압박에 스스로를 몰아넣거나, 원색적이고 말초적인 엔터테인먼트에 몸을 맡기거나 한다. 그러나 벗어날 수는 없다. 잊을 수만 있을 뿐. 그리고 그날은 반드시 온다. 예루살렘이 멸망한다. 우리는 바빌론 강가에 주저앉아 통곡한다.

-「지그문트 바우만 · 21세기의 예레미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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