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구입

도서구입
지은이 | 서민 페이지 | 328쪽 판형 | 140×205 값 | 14,000원 출간일 | 2015년 4월 27일
분야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책읽기 ISBN | 978-89-5906-332-1 03810
키워드 | 책, 독서, 읽기, 서평, 작문, 사회, 일상, 학문, 다독, 다작, 다상, 무지, 오해, 편견, 생존, 양심, 변명, 고소, 시련, 원칙, 비리, 20대, 젊은이, 스승, 멘토, 평화, 인터뷰, 사형, 거짓말, 여성, 세월호, 일베, 차별, 진실, 역사, 고전, 진보, 보수, 경제, 문학, 의학, 과학, 상상력, 세균, 기생충, 노벨상, 인문학, 고발, 수술, 비유, 표현, 경고, 시민

 출판사 서평

정찬우, 정혜윤, 박지훈 강력 추천!

대체불가 기생충 박사,
촌철살인 서평가 되다!

▶ 집 나간 책, 세상을 향하다

『경향신문』 칼럼은 물론 블로그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로 기생충 박사라는 고유한 영역을 넘어 시대의 비평가로 많은 이의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낸 서민. 그가 이번에는 『집 나간 책』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들고 촌철살인 서평가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서민에 따르면 『집 나간 책』의 의미는 이렇다. “책은 집구석에서 읽을지라도 앎을 통한 실천은 집 밖에서 해야 한다.” 흔히 독서는 개인적 차원의 취미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서민의 생각은 다르다. 독서는 개인을 넘어 사회를 향해야 하고, 그러려면 책은 자신만의 공간인 집을 나가 더 큰 세상 속에서 다른 이의 손을 잡고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타인과 공감하고 연대해야 한다. 이것이 서민의 읽기와 쓰기의 근본적인 이유이자 지향점인 것이다.

▶ 독서는 무지, 편견, 오해에 맞서는 것

『집 나간 책』은 2015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시민으로서 서민의 고군분투 생존기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뼈저리게 깨달은 것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살길을, 생존법을 찾아야 한다’였다. 그렇다고 신체적 안전만 꾀하는 것이 생존은 아닐 것이다. 독서 역시 우리에게 앎을 통한 생존법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서민은 무엇보다 독서를 통해 무지, 편견, 오해에서 벗어날 것을 권한다. 진실에 눈을 감고 외면해버리는 것, 대상을 공정하게 보지 못하고 자기 생각에만 갇혀버리는 것, 그릇된 이해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모두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세와 어긋나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 감추어진 진실을 바로 보고, ‘좌우’라는 이데올로기를 넘어서고, 다른 이의 생각을 가슴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생존을 넘어 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당신도 '서민처럼' 쓸 수 있다

서민이 쓰는 글의 특징은 쉽게 쓰였지만 묵직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는 데 있다. 서민은 「책을 내면서」에서 당신도 그렇게 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내 서평집에는 다른 서평집과 차별화되는 장점이 있다. 서평집을 내는 분들은 대개 리뷰를 아주 잘 쓰지만,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 탓에 글들이 무지하게 쉽다. 독자로 하여금 서평을 쓰고픈 욕구를 느끼게 하는 것이야말로 내 서평집의 가장 큰 순기능이리라.” 저자의 지식이나 통찰을 전달하는 서평집은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서민처럼’ 쓰였고 그렇기 때문에 더 큰 감동과 친근함을 불러일으키는 책은 이전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제1장 사회 | 무지에서 살아남기

우리를 때로는 경악하게 만들고, 때로는 분통 터지게 만드는 역사적 사건들. 제대로 이해하기는커녕 무지만 판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2005년 황우석의 줄기세포 사기극, 2007년 김명호의 석궁 사건, 2010년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출범, 2012년 대통령 선거, 2013년 장진수 주무관의 양심선언, 2014년 세월호 참사, 2014년 국정원의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2014년 쌍용차 정리 해고 등 우리의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닫게 한 22개의 사건과 그 실상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만나보자.

제2장 일상 | 편견에서 살아남기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건 커다란 이데올로기나 사상이 아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이야말로 우리의 됨됨이와 양심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이자 기회다. 살아가면서 수없이 부딪히게 되는 수많은 편견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성에게 집중된 외모 비하, 비난에 치우치곤 하는 부부간 대화, 거절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 가장은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는 통념, 애견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애로 사항 등 서민이 생생하게 겪은 15개의 편견과 그 극복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만나보자.

제3장 학문 | 오해에서 살아남기

의학, 과학, 경제학, 문학 등 다양한 학문은 제각각 전문적이고 존중받아야 할 영역이지만, 오히려 그런 속성으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낳기도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의 영역, 타인의 영역을 구분 짓는 오해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국 유학만이 답이다'라는 인식이 팽배한 대한민국 물리학계의 현실, 경제학은 인문학처럼 이론에 치우쳐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통념, 기생충과 그 영향에 대한 그릇된 인식 등 기생충 박사이자 학자로서 서민이 체감한 17개의 오해와 그 해소에 대한 통쾌한 해설을 만나보자.

 지은이 소개

서민
단국대학교 의대에서 기생충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말 대신 글로 뜨자고 결심, 십수 년의 지옥훈련 끝에 결국 『경향신문』 칼럼니스트가 된다. 또한 『서민의 기생충 열전』으로 기생충 책 시장을 평정하고, 여세를 몰아 1년여 동안 MBC <베란다쇼>를 비롯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자질 부족으로 잘리고 난 뒤 초심으로 돌아가 책만 쓰며 살기로 한다. 『집 나간 책』은 그 결심을 실천하는 첫걸음이다.

 추천하는 글

“서민의 책이라면 무조건 읽어보아야 한다. 개그맨으로 살아오면서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도, 서민은 단순한 ‘교수님’을 넘어 한 수 위에 있는 ‘형님’이기 때문이다. 민이 형이 여러분에게 책을 권유한다면 책이 아닌 세상을 권유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원한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 정찬우(컬투, 개그맨)

“아! 서민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서민은 고유하다. 서민이 있어서 우리가 겪는 일들은, 기억들은, 세계는 지루하기를 멈춘다. 이 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서민의 작은 눈인데, 그 작은 눈으로 그는 우리의 눈을 250배는 키워준다. 서민의 책 읽기는 납작 엎드린 겸손함을 위장하지만 사실은 책 읽는 자의 모범, 즉 자기 교육의 성실함과 치열함을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자기도 모르게 알게 할 뿐만 아니라, 읽은 후에 현실 세상에서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까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러나 이 책에는 한 가지 논쟁거리가 있다. 수많은 여성 팬을 몰고 다니는 주진우 기자와 자신의 얼굴이 닮았다고 주장하는 부분인데, 앞으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 정혜윤(CBS 라디오 PD)

“재판이나 방송 녹화를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이 제법 많다. 언젠가 <베란다쇼> 녹화 때 틈만 나면 책을 읽던 민이 형이 생각나서 책 추천을 부탁했더니, 제목과 더불어 읽어야 할 이유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었다. 덕분에 그 책을 읽고 싶은 욕망이 용솟음친 기억이 있다. 다른 이로 하여금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글을 좋은 서평이라고 한다면, 서민은 타고난 서평가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 책을 보니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 박지훈(변호사, 방송인)

 차례

책을 내면서 …… 5

제1장 사회 | 무지에서 살아남기

양심이 더 간지 난다 『양심을 보았다』…… 17
좌파의 앞날을 예언하다 『유령 퇴장』…… 23
닭의 나라 『대한민국 치킨전』…… 28
변명의 여지가 없다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 34
당신도 고소당할 수 있다 『주기자의 사법활극』…… 41
젊은이들은 왜 이렇게 된 걸까? 『가장 멍청한 세대』…… 46
세 번의 시련에서 살아남기 『언브로큰』…… 51
원칙주의자가 필요하다 『부러진 화살』…… 57
교회 비리, 고작 이 정도? 『서초교회 잔혹사』…… 62
사라진 63조 원을 찾아서 『말라리아의 씨앗』…… 67
2017년이 멀지 않았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73
괴물이 되어버린 20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78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 83
만나기 힘든 스승 『정희진처럼 읽기』…… 88
우리는 평화를 사랑했을까? 『종횡무진 한국사』…… 94
마법의 인터뷰어 『그의 슬픔과 기쁨』…… 99
가상의 그분이라면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 105
사형 제도를 반대한다 『리뎀션』…… 110
거짓말일까, 아닐까? 『텔링 라이즈』…… 116
살아서 싸워야 한다 『멈춰버린 세월』…… 122
다시 황우석을 생각한다 『진실, 그것을 믿었다』…… 128
여성이여, 버티시라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133

제2장 일상 | 편견에서 살아남기

이 얼굴로 여자였다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141
하석아, 미안하다 『온도계의 철학』…… 146
아내에게 잘하자 『가트맨의 부부 감정 치유』…… 152
베스트셀러에 내 이름이 『나의 한국현대사』…… 161
거절을 잘할 수는 없을까?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165
아버지는 빨대다 『소금』…… 171
개를 기른다는 것 『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177
글이 술술 써진다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182
내가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187
나도 당할 뻔했다 『유괴』…… 193
커피는 염소도 춤추게 한다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199
아는 티를 내자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205
고전을 놓치지 말지어다 『아주 사적인 독서』…… 211
평창에는 별이 산다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216
그의 책을 보고 싶다 『해피 패밀리』…… 222

제3장 학문 | 오해에서 살아남기

멋진 고발, 멋진 보수 『공부 논쟁』…… 231
명품 대사 『사랑이 달리다』…… 236
여성에게 감사하자 『가슴 이야기』…… 242
경제학자의 족집게 과외 『불황 10년』…… 248
제약회사에 속지 말자 『불량 제약회사』…… 253
파리도 기생충일까? 『투명인간』…… 258
죽음이 다가왔다 『다잉 아이』…… 266
우리나라 의사는 뭐해?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271
프로파일러는 답답하다 『프로파일러』…… 276
의사는 포기하지 않는다 『제노사이드』…… 281
마음속 멍울을 뱉어내자 『수박』…… 286
사랑스러운 과학소설 『라면의 황제』…… 292
책만 읽지 말라는 경고 『면도날』…… 298
소주 값은 싸야 한다 『19금 경제학』…… 304
거장의 ‘거대한’ 상상력 『신세계에서』…… 309
우리는 세균으로 덮여 있다 『좋은 균 나쁜 균』…… 314
노벨 생리의학상은 글렀다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 319

이 책을 찾습니다 …… 324

 본문 중에서
치킨집을 차린 사장님들은 과연 행복할까? 치킨집 사장치고 살이 찐 사람이 없다는 게 힌트가 될 법하다. “기름 냄새 때문에 도무지 식욕이란 것이 생기지 않았다. 기름 냄새에 질려 치킨집 주인들은 오히려 살이 빠진다는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니겠구나 싶었다.”(90쪽) 돈이라도 많이 벌면 그래도 보상이 되겠지만,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본사에서 공급하는 치킨 한 마리 원가가 5,300원이고, 한 마리를 튀기는 데 들어가는 식용유가 1,000원, 배달비가 2,000원에 탄산음료와 배달용 박스, 무 등을 합치면 1만 1,000원 정도 된다. 여기에 매장 운영비와 인건비를 합치면 하루 종일 기름 냄새 맡아가면서 닭을 튀기는 보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창업 후 3년 내 폐업하는 치킨집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게 현실을 말해준다. 이걸 알면서도 치킨집에 뛰어드는 사람이 속출하는 건 다른 길이 없어서인데, 이런 사태를 계속 방치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정치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만, 우리나라 정치권은 이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다. 2014년 9월 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장년층 고용안정 및 자영업자 대책’을 발표했다. 여러 방법이 제시되어 있지만, 이 대책이 작금의 현실을 바꾸어주리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하기야, 닭들이 내놓는 정책이 뭐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 「닭의 나라」(정은정, 『대한민국 치킨전』) 중에서

요즘 아이들은 책을 멀리하는데, 더 무서운 사실은 자신이 책을 안 읽는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서를 장려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전화를 걸어 “책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라고 말한 학생이나 “우리 아빠는 만날 책 같은 것에만 몰두해 있어요. 인터넷 같은 것이 책을 대체해버렸다는 걸 아직 깨닫지 못한 거죠”(54쪽)라고 말한 학생을 보라.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요즘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한겨레』 2014년 11월 17일자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려 있으니까. “옛날이나 책이 중요하다 그러지. 이제 인터넷만 켜면 훨씬 더 양질이고 실용적 정보가 널렸는데 책 찾을 필요가 없지.” “책 읽으면 돈이 나옵니까? 쌀이 나옵니까?” 저자는 여러 근거를 들면서 책 안 읽는 세대의 무식을 개탄한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사실은 따로 있다.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해가 2008년이라는 것. 스마트폰의 효시라 할 아이폰3G가 출시된 해다. 다들 알다시피 스마트폰은 책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조차 앗아가버린 무서운 기계다. 이 책에 나온 스마트폰 이전의 세대만 해도 충분히 무서운데, 스마트폰 출시 이후의 세대는 과연 어떨까? 이것만 이야기하자.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무시무시한 악플을 달았던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가 정식으로 출범한 때가 바로 2010년이다.
- 「젊은이들은 왜 이렇게 된 걸까?」(마크 바우어라인, 『가장 멍청한 세대』) 중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현관에 있던 대형 거울 앞에 선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바라보았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너무도 실망스러웠기에, 어린 마음에 내가 아니기를 바랐으니까. 눈은 양쪽으로 처졌고, 그나마도 너무 작았다. 심지어는 길을 가다가 모르는 애한테 이런 말도 들었다. “야! 너는 왜 이렇게 바보같이 생겼냐?”……내가 길을 걸을 때 고개를 숙이고 걷게 된 것, 수줍어하는 태도를 콘셉트로 가지게 된 것도 다 외모 콤플렉스 때문인데,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한 건 공부마저 못하면 인생의 루저가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감 때문이었으니까. 물론 괜찮은 대학에 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예를 들어 소개팅 자리에 나온 여자애는 나를 보자마자 공포에 질린 얼굴로 주선자에게 말했다. “언니, 금방 갈 테니 조금만 기다려요.” 이런 상처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은 외모에 대해서 어떤 말을 들어도 신경 안 쓰는, 달관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래도 나는 남자고, 키가 작은 편은 아닌 데다 직업도 뭐 그렇게 나쁘지는 않으니 외모의 열세를 만회할 수단이 있다. 만약 내가 이 얼굴로 여자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그저 암담하다. 박민규가 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나처럼 생긴 여자 이야기다.
- 「이 얼굴로 여자였다면」(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중에서

장하석 교수와 나는 초등학교 동창이다.……미국으로 건너간 장하석의 행보는 오직 나를 이기기 위함이었다. 내게 전교 1등을 빼앗긴 분풀이로 미국의 명문고인 마운트허먼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고, 내가 서울대학교 의대에 가자 노벨상의 산실인 캘리포니아 공대(칼텍)에 진학하는 것으로 퉁을 쳤다. 칼텍에서 물리학박사를 받은 그는 내가 기생충학으로 박사를 받자 박사학위의 숫자로 나를 앞서고자 스탠퍼드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28세에 런던대학 교수가 된 그는 내가 만 32세에 단국대학교 교수가 되자 위기감을 느꼈고, 결국 캠브리지대학 석좌교수가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가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 써서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로 만들자 자신이 쓴 『온도계의 철학』 번역판을 국내에서 출간한다. 참고로 내 책은 2015년 3월 기준 알라딘에서 평점 9.5인 반면 하석이의 책은 평점 7.5다. 그가 한국에 자주 오지 않는 것도 내가 <베란다쇼>를 비롯해 각종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유명인사가 된 까닭이 아니겠는가? 오랫동안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하석이에게 직접 진실을 들을 기회가 생겼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강연 프로그램에 그가 나온 것. 나는 담당 PD에게 장하석이 미국에 간 이유를 말했는데,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PD가 손을 들고 내가 그렇게 궁금해하던 질문을 던졌다. “서민 박사에게 전교 1등을 빼앗겨서 미국으로 간 것이라는데, 진짜인가요?” 장하석은 매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 중학교 때 읽은 칼 세이건Carl Sagan의 『코스모스』가 자신으로 하여금 미국에 가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 「하석아, 미안하다」(장하석, 『온도계의 철학』) 중에서

경제학자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경제에 그럴듯한 이론을 내놓을 줄만 알지, 자기 돈 버는 것은 잘 못한다는 편견 말이다. 유명한 경제학자 존 케인스John Keynes가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벌기는 했지만, 그 사례가 내 편견을 불식하지는 못했다. 이 생각은 우석훈이 쓴 『불황 10년』을 본 뒤 깨졌다. 자칭 C급 경제학자라는 우석훈은 이런 적이 있다고 한다. “주변의 활동가들에게 부모님께 돈을 빌리든, 장모님께 돈을 빌리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아파트를 사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12쪽)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 테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갑자기, 평소 경제학자와 좀 친해놓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재테크에 목숨을 거는 사람은 아니다. 돈이 있으면 그냥 써버리는 스타일이라, 결혼 전 외로운 늑대로 살 때는 물론이고 결혼 후에도 따로 돈을 모은 적은 없다. 차 욕심은 물론이고 아파트 욕심도 없었다. 늘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며 살았다. 서울 당산동에서 아내와 함께 전세를 살 때, 전세금이 어마어마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내 집 마련은커녕 있던 곳에서도 쫓겨날 뻔한 위기였는데, 갑자기 천안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과분할 만큼 훌륭한 아파트가 당산동 아파트의 전셋값밖에 안 되었기에, 얼떨결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었다. 그런 경험이 있다 보니 그 이후에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살고 있었는데, 우연히 만난 이 책은 이런 무사안일주의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 「경제학자의 족집게 과외」(우석훈, 『불황 10년』) 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일본에도 우리나라 의료계가 겪는 문제가 산재해 있었다. “연간 100만 명이 사망하는데 부검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3만 건 남짓. 부검은 현재 사망 시 유일한 의학적 검사입니다. 부검 비율이 5퍼센트라는 것은 95퍼센트가 사망 이후 의학 검사를 하지 않고 장례를 치른다는 이야기입니다.”(162쪽) “의료 과실 문제에 대해 사회가 갖추고 있는 조사 시스템은 매우 엉성한 모양이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서 엉성하기 짝이 없기에 줄줄 샌다.”(165쪽) “절묘한 수술 기술로 많은 환자의 목숨을 구한 외과 의사보다 쥐의 시체로 학술 잡지의 여러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인간이 대학병원에서는 더 높이 평가받는다.”(204쪽) 마지막 구절이 특히 마음에 와 닿는다. 환자들은 대개 큰 병원을 선호한다. 물론 큰 병원 의사들이 실력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요즘 큰 병원에서 의사를 채용하는 기준을 보면 누가 더 쥐 실험을 많이 하고, 그걸 누가 더 논문으로 많이 썼느냐인 듯하다. 이런 풍토에서 누가 환자를 열심히 볼까? 이건 영국도 마찬가지여서, 환자를 보다 늦게 숙소로 들어온 의사에게 선배가 말했단다. “환자 보느라 네 장래를 망치지 마.” 외국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환자 진료보다 연구에 점점 많은 비중이 쏠리는 작금의 현실은 우려스럽다. 끝으로 한마디. 이 책을 쓴 가이도 다케루는 현역 의사다. 의사이기에 이렇게 현장감 있는 의료 소설을 쓸 수 있었을 텐데, 이런 말을 하면 다들 묻는다. “우리나라 의사는 뭐해?”
- 「우리나라 의사는 뭐해?」(가이도 다케루,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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