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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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禮)로 지은 경복궁
- 동양 미학으로 읽다


글․사진 임석재 | 쪽수 888쪽 | 판형 176×248(크라운판)
값 50,000원 | 분야 인문예술 > 건축학
ISBN 978-89-5906-345-1 13610 | 출간일 2015년 5월 29일


키워드 : 경복궁, 동양 사상, 동양 미학, 법궁, 성리학, 유교, 예학, 정도전, 태조, 태종, 세종, 『주례』, 풍수지리, 북악산, 한양, 자금성, 동심원, 제왕론, 후왕론, 맹자, 중화, 조화, 중용, 왕도정치, 애민사상, 법치, 예치, 순자, 맹자, 『조선경국전』, 광화문, 흥례문,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음양오행, 교태전, 민본주의, 이상국가



▣ 출판사 서평


‘예(禮)’로 지은 궁궐, 경복궁
“경복궁의 탄생 과정을 다각도로 추적하다”



경복궁은 조선의 법궁(法宮)이자 다른 궁궐들의 기준과 모범이 되는 궁궐이다. 또한 조선,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궁궐이기도 하다. 이런 대표성은 현대까지 이어진다. 많은 사람이 서울의 중심을 광화문이나 경복궁이라고 생각한다. 광화문이 서울의 중심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경복궁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중심이면 결국 한국의 중심이 된다. 확실히 경복궁은 ‘서울’ 하면 남산과 남대문시장 등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콘이다. 경복궁에는 그에 합당하고 걸맞은 위엄과 무엇인지 모를 기품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조선이나 유교를 싫어하는 것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이런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경복궁은 조선이나 조선 유교에 더해 이른바 플러스알파를 갖고 있다. 이 책은 더 정확히 말하면 결국 그 ‘플러스알파’가 무엇이냐를 찾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알차고 깊이 있게 정리해서 담았다.
그 ‘플러스알파’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첫째,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이다. 경복궁은 품격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검소하다. 위엄이 있으면서도 아기자기하다. 근정전 앞에 서면 ‘과연 나라님이 사시던 궁궐은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또 어느 한 구석인가 친숙한 느낌이 든다. 친숙함도 종류가 있을 텐데, 경복궁에서 느끼는 친숙함은 ‘인간적 범위 내에 머문다’ 같은 것이다. 바로 검소함의 미학이다. 검소하다 보니 아기자기해졌다. 이런 양면성이 바로 경복궁 미학의 핵심이며 그 속에는 매우 소중하고도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둘째, 경복궁이 탄생하게 된 정신적·미학적 배경이다. 그것은 경복궁이 ‘예’로 세운 궁궐이라는 점이다. 경복궁의 위엄과 기품은 ‘예 정신’과 ‘예 미학’에서 나온다. 경복궁에는 ‘예 정신’과 ‘예 미학’이 스며들어 배어 있다. ‘예 정신’은 고려 말 나라의 한계 상황을 극복할 정신 가치로 선정되어 조선 건국을 이끌었다. 경복궁도 마찬가지여서 ‘예 미학’은 경복궁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책은 8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는 경복궁 창건과 관련된 역사적 내용으로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내사산과 외사산을 중심으로 한 자연환경이 경복궁의 건축적 조형 의식에 녹아든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제2부는 문(門)에 관해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경복궁에는 유독 문이 많은데 이것의 배경이 된 『주례』「동관고공기」의 오문삼조 규정과의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제3부는 경복궁의 배치 구성에 관한 해석으로, 축과 동심원의 두 가지로 요약해서 연구했다. 오문삼조와 경복궁 전체를 함께 보아 건축 구성으로 환원하면 축 구성과 동심원 구성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이 둘의 조화가 된다. 축 구성과 동심원 구성이 동아시아 역사에서 갖는 의미를 추적한 뒤 이 둘의 조화가 갖는 여러 상징적 의미를 미학 사상으로 정리해서 해석했다.
제4부는 조화의 미학이다. 동아시아의 조화의 미학 가운데 경복궁에 해당되는 것을 골라서 적용·해석했다. ‘화-인-예’, 중화, 중용, 강유상제, 청탁상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제5부는 『주례』와 성리학이다. 둘은 조선 건국 전반을 이끈 책과 사상·학문이었으며 경복궁에 미친 영향도 절대적이었는데 그 내용을 추적해서 해석했다. 경복궁은 수기치인을 내걸었던 성리학을 반영한 하나의 작은 이상국가였다. 또한 역성혁명을 이끌었던 신진사대부가 온 세상에 자신들의 예학 이상을 공포한 예절 교과서였다.
제6부는 법치와 예치다. 조화의 미학과 성리학적 배경의 구체적 예로 법치와 예치의 조화를 들어 그 내용을 살펴보았으며 이것이 경복궁에 반영된 내용을 추적·해석했다. 제7부는 세종과 경복궁이다. 법치와 예치의 조화에 대해 특히 많이 고민했던 순자와 세종의 사상이 경복궁 건축에 끼친 영향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제8부는 오문삼조의 중심 영역 다섯 곳인 광화문-흥례문,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의 건축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각 영역이 갖는 기본적 기능이 사상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해석했다.


경복궁을 동양 미학으로 읽다


우리가 경복궁을 바라보는 시각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경복궁의 탄생 과정이다. 경복궁이 어떻게 설계되고 왜 이런 구성으로 지어지고 이런 모습으로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추적하는 것이다. ‘예’를 주축으로 한 동아시아의 중요한 사상 가치들이 그 핵심이 될 것이다. 둘째, 그렇게 해서 창조된 건축 미학의 구체적 내용들이다. 이는 좁게는 현재 경복궁의 상태에 대한 조형적·건축적 감상 방법이 되며 넓게는 경복궁의 탄생 과정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 된다. 셋째, 조선의 역사를 거치며 역대 왕들과 왕실과 신하들이 실제로 경복궁을 사용하며 쌓았던 내용들이다. 넷째, 용어 연구다. 경복궁을 구성하는 수많은 건축 부재, 장식물, 미술 요소, 현판 등은 어려운 전통 용어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복궁에 관한 연구에서 가장 기초가 되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연구는 첫째와 둘째다. 이런 내용들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거의 없었다. 경복궁이 어떤 곳인가? 한국 역사에서 규모도 가장 클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나 예술적으로 가장 훌륭한 건축 작품이다. 경복궁이 담고 있는 사상 가치는 막대하며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크고 무겁다. 그럼에도 이런 경복궁의 탄생 과정과 그것을 현대에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없다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이 책은 경복궁의 탄생 과정과 건축 미학을 연구한 최초의 연구서다. 그 방향과 기준은 ‘예’를 토대로 동아시아의 주요 사상 가치로 삼았다. 이런 가치들을 개념 주제어로 잡은 뒤 그것이 경복궁에 반영된 내용을 추적했으며, 그것들을 현대의 관점에서 어떻게 감상하고 받아들일지를 고민했다. 이런 접근 방법은 경복궁의 탄생을 생각하면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경복궁의 설계자는 성리학자인 정도전이라는 정치가였기 때문이다.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창작 과정을 기록한 ‘작가 노트’ 같은 것이 없다. 성리학자라는 사상가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 대신 엄청난 사상적 배경이 있다. 이것을 정밀하게 추적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상 가치들은 ‘동양 미학’으로 묶을 수 있다. ‘철학’이나 ‘사상’이라는 단어보다는 ‘미학’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다. 건축물은 조형 작품이기 때문에 궁극적 목적은 심미 형식이 되는 것이 상식적이다. 동아시아의 철학과 정치·사회를 이끌었던 주요 사상 가치를 심미 형식을 통해 조형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 경복궁이다. 이때 ‘사상 가치+심미 형식=미학’이 된다. 따라서 경복궁을 연구하고 해석하는 데에는 미학적 접근이 가장 적합하다. 그래서 최근에 출간된 몇 권의 주요한 동양 미학 연구를 참고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전 원본을 대입해서 심도를 높인 뒤 다시 이를 경복궁에 적용해서 해석했다.
건축에 국한시켜 보아도 건축물을 짓는 데 동서고금을 망라해서 세계적으로 이렇게 사상적 배경이 축적된 예는 흔치 않다. 서양의 기독교 건축이 경복궁에 견줄 만하지만, 사상의 포괄성에서는 경복궁보다 많이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경복궁의 배경을 이룬 그 사상은 집중성이 아주 강했다는 사실이다. 고려시대까지 한반도의 사상은 전통사상, 불교, 도교, 유교 등이 섞여서 다원주의로 진행되었다. 조선이 건국되면서 이것이 유교, 특히 성리학으로 통일·집중되었으며 이것이 집약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경복궁이었다. 이 책에서는 이런 사상적 배경을 ‘건축 미학’으로 이론화해서 연구했다.


경복궁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경복궁은 ‘한 권의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책의 종류도 실로 여러 가지다. 역사를 기준으로 하면 역사책이요 철학을 기준으로 하면 동양철학책이다. ‘역사책’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경복궁이 조선 역사의 가장 생생한 현장이었다는 뜻이다. 물론 조선 역사 전 기간에 경복궁을 사용한 것이 아니고 많은 기간에 비워두긴 했지만, 조선 제1궁으로 많은 조선 역사가 이곳에서 생산되었고 진행되었다. ‘동양철학책’은 경복궁에 『주례』, 『논어』, 『맹자』, 『순자』, 『춘추좌전』, 『국어』, 『시경』, 『서경』, 『주역』, 『관자』, 『한비자』,『문심조룡』 등 동아시아의 거의 모든 고전이 총망라해서 반영되었다는 뜻이다. ‘미술책’일 수도 있다. 경복궁의 수많은 전각을 가득 채웠던, 그리고 지금도 채우고 있는 각종 전통건축 부재, 조각 석상, 그림, 단청, 문살 등을 다 모으면 아주 훌륭한 미술책이 된다. 경복궁은 무엇보다도 건물들의 집합 터다. 경복궁은 물론 이후 전개될 조선 건축의 교과서였다. 하지만 그 이전에 조선의 헌법이자 정치학 교과서였다. 왕과 신하와 만백성 모두에게 예절 교과서였다.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이상국가였다.
경복궁은 내적 구성이 복합적이고 풍부하다. 책 한 권이 될 만큼 수많은 이야기가 얽히고 쌓여왔다는 뜻이다. 철학이 있고 사상이 있으며 종교가 있다. 나라가 있고 수도가 있다. 산을 받고 강을 향한다. 숫제 산과 강을 갖는다. 산이 솟고 강이 흐른다. 지붕이 하늘을 덮듯 넘실대고 사방으로 문이 뚫린다. 계급이 있지만 평등도 있다. 왕의 권력과 권위도 있지만 백성을 향한 사랑도 있다. 공부가 있고 수양이 있다. 이런 수많은 내용을 진짜 책 한 권으로 풀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다시 지은 현대판 경복궁이다.
우리는 경복궁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 경복궁은 유적지나 문화재로서 관광과 감상의 대상이기 이전에 현대 한국 사회에 크나큰 생각거리와 배울거리를 던져주는 현자 같은 존재다. 첫째, 현대 시점에서 조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의 문제다. 이는 우리의 역사성에 관한 문제다. 현대 한국 사회는 조선을 최소한 벗어나고 극복할 대상으로 보며 심한 경우는 부끄러워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조선은 자랑할 만한 우리의 역사다. 경복궁이 좋은 증거다. 경복궁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내용으로 차고 넘친다. 이는 조선의 역사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해준다.
둘째, 교훈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경복궁은 ‘예’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생생하게 가르친다. 현대 한국인이 부담스러워하는 부정적 의미의 ‘예’가 아니라 현재 이 시점에서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긍정적 ‘예’를 온몸으로 웅변한다. 그런 덕목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충실함, 호연지기, 대미(大美) 등의 가치다. 이는 곧 본분과 당당함의 가치다. 사람이 왜 각자의 본분을 지켜야 하는지를 설명해주는 동시에 각자의 본분에 충실했을 때 나타나는 당당하고 보기 좋은 모습을 이론화한 개념들이다. 바로 현대 한국 사회에 결정적으로 결여된 가치이자 자세다. 또 하나는 중화(中和)와 조화 등의 가치다. 이는 곧 어울림의 가치다. 궁궐은 일단 왕을 중심으로 뭉친다. 관건은 그다음이다. 왕에게 집중된 ‘중심’을 어떻게 베풀고 구현하느냐의 문제다. 전 세계 궁궐은 모두 왕을 향한 구심력을 지향한다. 경복궁만 나눔의 미학을 실천했다. ‘중(中)’이되 ‘화(和)’이니 ‘중화(中和)’인 것이다. 동서양의 공통어로 하면 ‘조화의 가치’이며 순 우리말로 하면 ‘어울림의 가치’다.
이것들은 모두 현대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지금 우리는 ‘나’를 절대주체로 삼아 주변과 갈등하고 충돌하며 산다. 한국 사회에는 구심력 하나만 존재한다. 인구수만큼의 구심력이 충돌하니 사람들은 병들고 나라는 기울어간다. 나누고 어울리는 법을 잊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 개개인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누렸을 조선의 왕들은 그러지 않았다. 원심력을 함께 작동시켜서 나누고 어울렸다. 경복궁이 그 증거다. 이처럼 경복궁에는 숭고하고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모두 사람에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며 이것은 한 사회와 나라를 유지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된다. 21세기 기계문명이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아니 이런 덕목은 오히려 현대사회에 훨씬 더 필요하다. 최첨단 기술이 우리 생활을 지배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인성과 사회관계는 더 나빠지고 불안해져만 간다. 지금 이 시대에 그 누가 경복궁이 진부하고 고리타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 차례


서문 경복궁에 존재하는 ‘플러스알파’를 찾아서 ․ 5


제1부 경복궁의 역사


제1장 한양, 경복궁, 풍수지리
태조와 한양 천도 28 | 고려 때 도읍 후보지, 남경 31 | 한양은 명당 중의 명당 34 | 정도전이 경복궁을 짓다 37

제2장 북악산 대 인왕산-풍수지리논쟁
북악산 대 인왕산-풍수지리의 의미 41 | 풍수지리로 보는 북악산과 인왕산 43 | 한국 문학과 한국화에 등장하는 북악산과 인왕산 46 | 경복궁과 함께 본 북악산과 인왕산 52 | 진산으로 인왕산보다 북악산이 적합한 이유 61 | 진산 논쟁에 대한 해석 63 | 좌묘우사-종묘와 사직의 건설 68 | 문묘와 성곽의 건설과 한성부 5부의 제정 72

제3장 의외로 외로웠던 경복궁
왕들이 꺼렸던 경복궁 77 | 경복궁 약사 (1)-창건에서 세종까지 79 | 경복궁 약사 (2)-힘들었던 비운의 역사 83 | 왕자의 난과 태종의 경복궁 기피 88 | 엄격한 구성과 심리적 부담감 92 | “산이 가두고 물이 말라”-산과 물의 문제 96


제2부 『주례』와 오문삼조 : 경복궁의 배치 원리 (1)


제1장 오문삼조의 다양한 의미
『주례』의 궁궐 지침 107 |『주례』의 참뜻-축 구성과 동심원 구성의 조화 110 | 삼문삼조와 ‘3’의 미학 112 | 오문의 기본 구성 115 | 오문의 건축적 의미 (1)-축 구성 119 | 오문의 건축적 의미 (2)-동심원 구성과 어울림의 미학 123 | 오문의 미학적 의미-‘5의 미학’ 126 | ‘오문’의 두 가지 범위-궁성과 황성 128 | 오문 구성의 두 가지 종류 131 | 오문삼조의 모호함과 중국 궁궐 135

제2장 『주례』와 경복궁의 오문삼조
『주례』와 경복궁의 탄생-경복궁의 다섯 가지 정의 140 | 경복궁의 세 단계 143 | 경복궁의 네 가지 도판 145 | 경복궁의 오문삼조 (1)-창건 당시 안 152 | 경복궁의 오문삼조 (2)-임진왜란 이전 안 157

제3장 삼문과 오문 사이-경복궁의 교묘한 문 체제
경복궁과 오문삼조의 해석 문제 165 | 경복궁의 교묘한 문 구성-자존심과 사대 사이 169 | ‘왕궁 오문, 제후 삼문’-삼문과 오문 사이 172 | 국가의 자존심, 제후의 도리, ‘예 정신’ 176

제4장 『주례』와 중국 궁궐
『주례』와 동아시아 궁궐 180 |『주례』와 중국 궁궐의 역사 182 |『주례』와 자금성 188 |『주례』의 오문삼조가 잘 안 지켜진 이유 195


제3부 축과 동심원 : 경복궁의 배치 원리 (2)


제1장 경복궁의 축 구성과 동심원 구성
『주례』와 궁궐 건축의 두 유형-축 구성과 동심원 구성 202 | 축과 동심원의 조화는 법치와 예치의 조화 205 | 경복궁과 축과 동심원의 조화-‘창건 당시 안’ 207 | 세 개의 초점-‘임진왜란 이전 안’과 강화된 동심원 구성 214

제2장 경복궁의 풍부한 동심원 구도
경복궁의 동심원 구도 (1)-공간을 뛰어넘은 다차원적 ‘관계 맺기’ 222 | 경복궁의 동심원 구도 (2)-세 초점과 네 겹 동심의 의미 226 | 경복궁의 동심원 구도 (3)-다중 동심원 231 | 경복궁의 동심원 구도 (4)-원심력을 지향하다 233 | 자금성과의 비교-경복궁의 동심원 구도를 확인하다 237 | 경복궁의 주체성과 예치 이상 240 | 고려 궁궐과의 비교 (1)-고려 궁궐의 배치 구성 243 | 고려 궁궐과의 비교 (2)-경복궁의 조화의 미학을 한 번 더 확인하다 248

제3장 축의 미학 (1)-맹자의 ‘충실함’, 호연지기, 대미
반듯하고 번듯한 경복궁-축의 미학 255 | 축 질서와 맹자의 미학 (1)-충실함과 호연지기 257 | 축 질서와 맹자의 미학 (2)-대미 260 | 축 질서와 맹자의 미학 (3)-제왕론 262 | 맹자의 미학, 경복궁, 조선 건국 264

제4장 축의 미학 (2)-사순언문
사순언문-반듯한 사리와 전거 있는 표현 272 | 사순언문과 경복궁의 축 구성 275 | 사순과 언문의 상호작용에 대한 세 가지 경우 284 | 사순과 언문의 상호작용과 경복궁 286 | 사순언문의 확장-기, 예, 덕, 예술 형식
292 | ‘기-예-덕’이 하나 된 예술 작품으로서의 경복궁 295

제5장 축의 미학 (3)-‘하늘은 쉽고 땅은 간단하다’
하늘은 쉽고 땅은 간단하다-인의와 천지의 공통 원리 302 | 음양의 상호 교합-경복궁 축 구성의 궁극적 목적 306

제6장 동심원의 미학 (1)-동심원과 동아시아 문화
『삼재도회』와 『한국삼재도회』의 동심원 예들 313 |『삼례도』-<율려상생지도>와 <정전도> 318 | 기타 여러 예들과 동심원 구도의 의미 324

제7장 동심원의 미학 (2)-‘중’과 궁궐
‘中’=가운데 막대기+둥그런 원형 332 | 천하의 중심으로서의 궁궐 333 | 중국 궁궐의 예 (1)-‘중’ 개념의 형성과 발전 337 | 중국 궁궐의 예 (2)- ‘중’ 개념의 완성 340

제8장 동심원의 미학 (3)-한양과 경복궁의 ‘중’ 개념
한양과 경복궁의 예 (1)-풍수지리의 중심 346 | 한양과 경복궁의 예 (2)-자연의 권위를 빌린 중심 349 | 한양 내에서 경복궁의 동심원, 안팎으로 아홉 겹을 이루다 354 | 한양을 밖으로 둘러싸는 다섯 겹의 동심원 358 | 경기제-정치·경제의 중심이 만들어내는 동심원 361

제9장 동심원의 미학 (4)-경복궁의 14겹 동심원
중앙 집중 구도-왕권과 방위 문제 369 | 수도 집중의 문제 372 | 자연 동심원과 인공 동심원의 조화 374 | 자연이 점지한 궁궐, 경복궁 376


제4부 조화의 미학 : 경복궁의 배치 원리 (3)


제1장 화, 인, 예
‘화’의 세 가지 의미-이상과 현실의 양면성 386 | ‘화’와 공자의 ‘인’-이상을 공유하다 389 | ‘화’와 ‘예’ (1)-공자의 등급 법과 현실 전략 392 | ‘화’와 ‘예’ (2)-묵자의 겸애사상과 평등 이상 395 | ‘화’의 진정한 완성=이상과 현실의 통합 399 | 경복궁과 조화의 미학 (1)-‘화’의 이상과 현실을 표현하다 401 | 경복궁과 조화의 미학 (2)-이상과 현실을 합해서 완전한 ‘화’에 이르다 404

제2장 중화, 중용, 예
중화 미 (1)-딱 들어맞아서 어울리는 상태 408 | 중화 미 (2)-중용과 ‘예’ 411 | 경복궁과 중화 미의 구현 414

제3장 강유상제와 청탁상제
강유상제 (1)-강함과 부드러움이 서로 구제하다 420 | 강유상제 (2)-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다 423 | 강유상제 (3)-경복궁에 구현된 내용 426 | 청탁상제 (1)-궁음에 담긴 화합과 벼리의 뜻 437 | 청탁상제 (2)-궁음의 뜻과 경복궁의 모범 439 | 청탁상제 (3)-한계를 지키며 상호 교합한다 443 | 청탁상제 (4)-상탁과 청음근애 446 | 청탁상제 (5)-경복궁에 구현된 내용 449

제4장 축 구성과 동심원 구성을 공유하는 다양한 문헌들
『예기』의 <왕궁오문>과 『서경』의 <요제오복도> 455 | 『삼례도』와 『예경궁실답문』-오문삼조, 축 구성, 동심원 구성 459 | 『삼재도회』와 『한국삼재도회』-『주례』의 충실한 계승자 464 | 『주례』와 예 정신-경복궁에 담긴 참뜻 469


제5부 『주례』, 성리학, 경복궁


제1장 『주례』와 조선 건국
『주례』, 조선 건국, 성리학 477 | 『주례』는 어떤 책일까? 479 | 『주례』와 이상국가-‘주’와 ‘예’의 이상성 483 | 『주례』와 성리학 488 | 신진사대부와 『주례』-『주관육익』의 편찬 491 | 『주례』와 『조선경국전』-왕도정치의 이상 494

제2장 신진사대부와 성리학
한국 유교의 흐름 502 | 고려 말의 한계 상황과 성리학의 수용 505 | 성리학으로 무장한 신진사대부 509 | 고려 성리학-고려 개혁 대 조선 건국 512 | 송나라 성리학의 성립 514 | 성리학이란 어떤 유교인가? 517

제3장 성리학과 이상국가-왕, 신하, 백성의 성스러움
성리학과 경복궁 (1)-배치 규범과 ‘경’의 가치 522 | 성리학과 경복궁 (2)-도덕 교과서로서의 경복궁 524 | 정도전과 성스러운 이상국가 (1)-왕과 신하의 성스러움 527 | 정도전과 성스러운 이상국가 (2)-경복궁과 백성의 성스러움 531

제4장 경복궁과 세 가지 성스러움
왕의 성스러움과 ‘경복’ 536 | 신하의 성스러움과 ‘평’의 미학 538 | 백성의 성스러움 (1)-애민사상과 검소함의 미학 541 | 백성의 성스러움 (2)-규모의 미학 545 | 백성의 성스러움 (3)-조율의 미학 551 | 성리학적 이상의 좌절 (1)-왕자의 난과 왕도정치의 종말 553 | 성리학적 이상의 좌절 (2)-경복궁 기피 현상 556

제5장 『조선경국전』과 경복궁
왕과 신하의 성스러움 560 | 백성의 성스러움 563 | 성스러움을 매개로 한 ‘왕-신하-백성’의 육적 통합 570 | 애끓는 애민사상과 민본국가 574


제6부 법치, 예치, 경복궁


제1장 법치와 예치 (1)-『주례』의 예
‘예’의 세 가지 이상성 585 | ‘예’를 매개로 한 『주례』와 성리학의 연관 587 | ‘예’의 양면성-법치와 예치 592 | 『주례』와 법치-순자와 관중을 종합하다 595 | 『주례』와 예치 (1)-등급 법과 법 집행에 끼치는 영향 597 | 『주례』와 예치 (2)-교화 작용과 오례의 실천 수칙 600

제2장 법치와 예치 (2)-순자의 예
순자의 법치 사상-‘법’의 세 가지 의미 604 | 순자의 예치 사상 (1)-인위성과 화성기위론 606 | 순자의 예치 사상 (2)-분업으로서 계급 608 | 순자의 예치 사상 (3)-‘선’의 이상과 성왕정치 610

제3장 경복궁에 나타난 등급 법과 법치 정신
전각에 나타난 등급 법 615 | 은유적인 전각의 이름-겸손함의 미학을 견지하다 618 | 문에 나타난 등급 법 620 | 품계석과 어도에 나타난 등급 법 623 | 경복궁에 담긴 등급 법의 여섯 가지 의미 627

제4장 『조선경국전』에 나타난 법치와 예치
‘예’로 세운 나라, 조선-정도전과 예치 633 | 『조선경국전』에 나타난 예치의 내용 637


제7부 세종과 경복궁


제1장 순자의 예치 정신과 경복궁
순자의 ‘예 이상’ (1)-법은 예법이다 647 | 순자의 ‘예 이상’ (2)-법치는 예치를 돕는 수단이다 650 | 경복궁과 순자의 예치 사상 (1)-인위성과 검소함의 미학 653 | 경복궁과 순자의 예치 사상 (2)-등급 법, 예별이, 형식미 655 | 경복궁과 순자의 예치 사상 (3)-분업론과 나누기의 미학 658 | 순자의 예 이상과 ‘평’의 미학 659 | 경복궁과 순자의 예치 사상 (4)-‘평’의 미학 662 | 경복궁과 순자의 예치 사상 (5)-이상성과 어울림의 미학 664

제2장 순자의 후왕론과 세종-‘지금 이 시점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자’
순자의 후왕론 671 | 후왕론과 조선의 왕계 674 | 후왕론과 세종 678 | 천인론+후왕론=하늘을 대신해서 ‘인’과 ‘덕’으로 다스리다 681 | 민본주의=애민사상+예치 685

제3장 ‘평’의 미학-융평, 풍평, 예치
융평, 풍평, 예치 692 | ‘평’ 정신과 평등사상-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697 | 형평주의와 신형주의-‘평’의 미학의 구체적 실천 정책 701

제4장 세종의 경복궁 중건-‘평’의 미학을 구현하다
후왕론과 경복궁 707 | 세종과 경복궁 중건-“삼대를 지나서는 안 된다” 708 | 경복궁 중건에 나타난 ‘평’의 미학 711 | 다중 동심원-인정을 구현하고 ‘예’의 미학을 강화하다 715 | 인정을 통해 검소함의 미학과 ‘화’의 미학을 구현하다 717 | 문의 미학-군덕을 행하다 720 | 왕계, 백성, 합리주의-애민사상을 구현하다 724 | 덕과 화락을 실어 예치를 완성하다 727


제8부 중심 삼조의 건축 미학


제1장 광화문과 흥례문-‘예’로 시작하다
광화문 (1)-왕을 보호하는 품격 있는 갑옷 735 | 광화문 (2)-‘소리 길’의 한가운데에서 바깥세상을 향하다 740 | 광화문과 흥례문-서로에게 읍양의 예를 갖추다 745 | 흥례문-‘예’로 궁궐을 감싸다 751 | 흥례문 외행각과 유화문-문양 구성과 비대칭으로 ‘화락’을 표현하다 754 | 영제교-궁궐과 바깥세상을 이어주던 물길 760

제2장 근정전-위엄 있는 누대
누대의 미학 (1)-높은 산을 대신해 하늘로 오르다 768 | 누대의 미학 (2)-천하의 중심지 771 | 누대의 미학 (3)-상고시대 이상 누대 774 | 근정전, 상고시대 이상 누대를 부활시키다 776 | 상고시대 이상 누대를 부활시켜 성리학의 가르침을 구현하다 781 | 북악산을 닮은 인공 산을 토템기둥이 떠받치다 785

제3장 사정전-검소하지만 역동적인 ‘생각’하는 공간
한국사에서 중요한 역사를 창출하던 현장 793 | 생각하는 공간-검소하지만 역동적이다 796 | 지자요수-지혜로운 사람은 움직인다 801 | 나누기의 미학과 휘언휘서 806 | 완곡하고 너그럽게 보여 군신 간의 예를 지키다 810

제4장 강녕전-‘변’과 음양오행
왕의 침전, 강녕전 818 | 가장 역동적인 남성 공간 821 | 음양-‘양’을 양답게 해주는 것은 ‘음’이다 827 | ‘변’의 미학-변덕과 변통 829 | ‘변’과 음양이 구현된 건축 처리 831 | 오행-역동적 균형에 의한 순환 작용 838 | 오행 원리를 구현한 건축 처리 843

제5장 교태전-사랑으로 사람을 품는 산
강녕전의 짝, 왕비의 침소 850 | 좌유좌기 참유참양-용마루 없는 지붕 854 | 인자요산-사람을 품는 따뜻한 품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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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경복궁은 조선의 건국과 한양 천도와 동시에 지어진 법궁(法宮, 왕이 늘 기거하면서 나랏일을 돌보는 정궁)이다. 조선은 처음에 개경에서 건국했지만 민심을 완전히 수습하지 못하고 초반에 어려움을 겪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한양 천도를 감행했다. 계룡산 일대가 후보에 올랐으나 풍수가 길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대두되자 다시 남경 일대를 물색하게 되었다. 지금의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일대인데 모두 9곳이 후보로 올랐으나 한양이 최종 낙점되었다. 한양은 여러 가지로 유리한 점이 많았다. 한반도 전체에서 허리에 해당되는 지점이라 전국에서 접근하기가 공평했고, 한수라는 큰 강을 끼고 있어서 물 공급과 교통로 확보에 유리했다. 내사산과 외사산이 두 겹으로 에워싸고 있어서 풍수지리의 사신도와 배산임수의 조건을 잘 지켰으며 그 사이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서 백성들이 모여서 정착할 만했다. 「제1부 경복궁의 역사」(본문 27쪽)


경복궁은 누가 설계했으며 왜 이런 구성으로 탄생하게 되었을까? 경복궁을 설계한 사람은 건축가가 아닌 정도전이었다. 정도전은 조선 건국의 주역으로 성리학자 겸 정치가였다. 정도전은 『주례』라는 책을 참고해서 경복궁을 지었다. 『주례』는 이상적 국가 관제와 예학을 다룬 책으로 정치사상 분야에서는 단연 중국 최고의 고전이다. 설계자와 참고한 문헌 모두 건축과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주례』에는 동아시아 궁궐 건축의 구성 원리를 제시한 지침이 있다. 좌묘우사, 면조후시(전조후시), 전조후침, 오문삼조 등 네 가지가 그것이다. 이 지침들은〈왕국경위도궤도王(國經緯途軌圖)〉와〈조위침묘사직도(朝位寢廟社稷圖)〉라는 도면에 잘 나와 있다. 표면적으로는 건물의 물리적 배치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깊고 풍성한 정치 이상이 담겨 있다. ‘예치와 법치의 조화’라는 동아시아의 통치 이상이다. 「제2부 『주례』와 오문삼조: 경복궁의 배치 원리 (1)」(본문 105쪽)


경복궁의 문과 관련된 해석에서 중요한 것은 경복궁의 문이 몇 개였는지, 혹은 삼문 체제였는지 오문 제체였는지를 결정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더 중요한 것은 경복궁의 문 체제 속에 담긴 참뜻이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례』의 궁궐 지침 네 가지에 담긴 참뜻부터 알아야 한다. 네 지침은 궁궐 구성의 표면적 현상에 대한 기술이고 그 속뜻은 ‘축 구성과 동심원 구성의 조화’다. 나아가 이는 법치와 예치의 조화로 확장·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중국 궁궐 가운데 이 속뜻을 지킨 예는 거의 없었던 반면 경복궁은 잘 지켜 구현했다. 동아시아 궁궐 전체를 통틀어서 경복궁만이 『주례』의 속뜻을 온전히 표현한 거의 유일한 궁궐이었다. 하지만 『주례』의 지침을 그대로 좇지만은 않았다. 경복궁은 다중 동심원이라는 나름의 특징과 작품성을 확보함으로써 주체성을 잘 지켰다. 「제3부 축과 동심원: 경복궁의 배치 원리 (2)」(본문 201쪽)


조화는 『주례』에서 제시한 궁궐 지침의 참뜻이자 궁극적 목적이기도 했다. 넓게 보면 조화는 궁궐에 한정된 가치 질서가 아니었다. 동아시아 문명이 지향하는 이상적 가치 질서였다. 이런 조화의 출발점은 ‘화(和)’ 사상이었다. ‘화’는 세 가지 기본 의미를 갖는다. 첫째, 가장 기본적인 의미로 ‘나눔의 규범’이다. 둘째, 나눔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평등과 어울림으로 정리한다는 뜻으로 ‘화’의 이상성에 해당된다. 셋째, 갈등을 힘의 논리로 정리한다는 뜻으로 ‘중심-계급’을 파생시키면서 ‘화’의 현실성을 이룬다. ‘화’는 이처럼 양면적인데 ‘인’과 이상성을, ‘예’와 이상성과 현실성을 각각 공유한다. ‘인’은 공자가 요구한 개인의 이상적 인성으로 하늘의 신성을 대신하는 점에서 이상성을 이룬다. ‘예’의 이상성은 ‘인’의 개인적 성격을 집단 규범으로 확장한 것인데 핵심은 ‘겸’에 있다. 「제4부 조화의 미학: 경복궁의 배치 원리 (3)」(본문 385쪽)


『주례』는 동아시아 궁궐 건축과 관련해서 풍성한 연관성과 역사적 기록을 남기고 있다. 동아시아의 정치사나 문화사와 관련해서 그 뜻이 깊고 다양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궁궐의 모범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단순히 궁궐뿐이 아니었다. 궁궐은 부수적인 것일 뿐, 『주례』는 중국 역사에서 난세를 평정해서 천하를 통일하고 국가를 세우려던 세력에게는 늘 이상국가의 모범으로 참고 되었다. 한나라 이후에 벌어진 왕조 교체 때마다 새 왕조의 국가 모범으로 참고 되었다. 정치 변혁과 개혁을 꿈꾸는 학자와 정치가들은 자신들의 이상국가를 늘 『주례』에서 구했다. 조선도 마찬가지였다. 『주례』는 조선의 건국 전체에 대해서도 중요한 모범 역할을 했다. 조선을 건국한 신진사대부의 성리학자들이 정신적 지주처럼 섬기고 교과서처럼 참고했던 책이다. 「제5부 『주례』, 성리학, 경복궁」(본문 475쪽)


경복궁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었다. 사상적 배경 위에 세워진 상징체이자 정신체였다. 그 자체가 하나의 경전이며 이상국가였다. 통치이상을 담은 헌법이자 도덕 교과서였다. 그 배경에 『주례』와 성리학이 있었다. 『주례』에서는 ‘축 구성과 동심원 구성의 조화’가 핵심이었다. 성리학에서는 ‘왕-신하-백성’의 세 가지 성스러움이 핵심이었다. 이 둘이 만나는 접점 혹은 둘을 합한 통합 지점에 ‘예’가 있다. 『주례』와 성리학의 핵심을 이처럼 좁히지 않고 일반론적으로 확장하더라도 둘의 이상은 ‘예 정신’에 의해 하나로 만나고 하나로 합해질 수 있다. 경복궁은 이런 ‘예 정신’으로 지은 궁궐이었다. 이는 곧 조선의 통치이상이 예치에 있다는 뜻이다. 「제6부 법치, 예치, 경복궁」(본문 583쪽)


예치는 『주례』의 기본 정신이기도 했지만 이미 그 이전의 원시유교에서부터 예치는 정치와 사상의 핵심 자리를 차지했다. 공자의 정치사상에서 ‘예’는 빠질 수 없는 핵심 항목이었으며 순자가 이것을 이어받아 예치 이론을 정립시켰다. 순자는 유교에 법가 이론을 섞은 인물로 공자 이래 예치와 법치의 통합을 주장한 대표적인 사상가였다. 이 때문에 원시유교의 순도를 떨어뜨린 것으로 비판받기도 한다. 하지만 순자의 법치는 예치를 확실하게 보장하고 완성시키기 위한 뒷받침의 성격이 강했다. 순자에게 법은 예법이었으며 그가 꿈꾸던 이상국가 역시 궁극적으로는 ‘예’로 다스리는 나라였다. ‘예’로 지은 경복궁에도 예치의 정신이 잘 나타났는데 그 내용에는 순자의 이론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제7부 세종과 경복궁」(본문 645쪽)


경복궁에는 현재 최소 14영역이 있으며 나머지에 대해서도 복원이 진행 중이다. 이 책에서는 이 가운데 중심의 삼조 영역에 나타난 건축 미학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영역은 광화문과 흥례문 영역이다. 각각 궁궐의 정문과 중문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미 이곳에서부터 예치의 의지가 건축 미학을 통해 강하게 드러난다. 광화문에서는 모두 일곱 가지의 예치의 미학을 찾을 수 있다. 일곱 가지는 크게 두 단계로 한 번 더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예치의 미학 가운데 ‘등급 법으로서의 예’다. 이는 반듯한 형식미, 누대 성문 형식에 담긴 과시의 미학, 법궁의 권위와 중심축의 출발점 등 세 가지 세부사항으로 표현된다. 이는 모두 ‘예’를 통해 왕의 권위를 보장하려는 것으로 왕권을 성립시키기 위한 전제 조건에 해당된다. 또 하나는 백성을 향해 열린 마음이다. 「제8부 중심 삼조와 건축 미학」(본문 733쪽)



▣ 지은이 소개 __ 임석재(任奭宰)


임석재는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공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를,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를 각각 받았다. 1994년 이화여대 건축학과를 창설하며 1호 교수로 부임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의 연구 분야는 건축을 매개로 매우 포괄적이며 융합적이다. 건축 역사 이론과 설계를 주 전공으로 삼아 동서고금을 아우르면서 주로 건축과 인문학을 융합한다. 탄탄한 종합화 능력과 날카로운 분석력, 자신만의 창의적인 시각으로 독특한 학문 세계를 일구며 저술 업적을 남기고 있다. 그는 또한 다작으로도 유명해서 지금까지 50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그의 50번째 저서다. 그는 자신의 50번째 저서를 한국의 대표 건축물이자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에 대해서 쓰게 되어 뜻 깊다고 말한다.
대표 저서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전5권), 『서울, 골목길 풍경』, 『건축, 우리의 자화상』,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전2권), 『기계가 된 몸과 현대건축의 탄생』, 『서울, 건축의 도시를 걷다』(전2권),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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