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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건축의 지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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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재 지음 | 2013년 1월 15일 | 인물과사상사 펴냄 | 신국판 | 단도 | 376쪽 | 15,000원
ISBN 978-89-5906-229-4 (94610) 세트 978-89-5906-228-7 (94610)

인문 > 문화이론 , 예술 > 건축 , 사회과학 > 한국사회비평 |
키워드 : 임석재, 현대건축, 한국건축


지금 한국 건축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가.
이 책은 한국 현대건축을, 더 나아가 한국 사회를 예민하게 읽어내는 방법을 보여준다.


▦ 건축은 한 시대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

“건축은 참으로 묘하다. 건축가가 아무리 시대를 앞서 훌륭한 생각과 작품성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그 작품에는 동시대의 건축 수준, 좀 더 포괄적으로 얘기하자면 동시대의 총체적인 문화 특성이 조금의 가감도 없이 그대로 드러난다. 마치 건물이 그 지역의 토양을 빨아들여 만들어지는 것처럼, 그 시대 그 지역의 구성원들이 내뿜는 공기와 내뱉는 말 그리고 품고 있는 생각 들이 모여서 그 건물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그렇게 건물은 한 시대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은 기록을 남기게 된다.”(2권 287~288쪽)

어떤 미술 작품을 접하려면 작품을 만나러 미술관에 가야 하고 공연을 접하려면 극장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건축 작품은 우리 옆에 늘 자리 잡고 있어서 굳이 만나러 가지 않아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작품으로서의 한국 현대건축이 그 꽃을 피운 황금기는 언제일까? 건축사학자 임석재 교수는 그 황금기를 1990년대라고 주장한다. 이때는 우리 사회가 소득이 향상되면서 작품으로서의 건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드러내던 시기이며 동시에 그 이전 시기의 거대 담론이 아직 살아 있던 시기였다. 두 가지 경향은 자칫 서로 상쇄되기 쉬운데 당시의 한국 건축을 둘의 가능성을 합해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IMF 외환위기와 FTA 체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일련의 경제 사변을 겪으며 우리의 모든 기준은 경제 논리로 획일화된다. 건축에서는 부동산 건축을 낀 대형 개발 사업이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작품으로서의 건축은 그 존재를 위협받았다. 이 책은 1990년대 전후의 시기에 있었던 다양한 양식적 실험에 대해 해석한 비평서로, 1998년에 출간된 『한국 현대건축 비평』을 고쳐 쓴 것이다. 1권은 건축가론과 건축가 인터뷰, 건축문화비평을 담았으며, 2권은 개별 건물에 대한 비평을 실었다.

▦ 책의 내용

1권의 건축가론에서는 차운기, 김인철, 임재용, 원도시건축의 변용 등 네 명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의 건축적 생각과 경향을 볼 수 있는 작품 비평과 함께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건축가가 직접 얘기하는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싣고 있다. 우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차운기에 대해 스승 김중업의 뒤를 이어 한국의 비정형 건축을 다진 건축가라고 하며 신표현주의를 바탕으로 한국의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평가했다. 김인철은 차운기의 반대편에 서는 전형적인 추상 계열의 건축가이며 기하주의, 미니멀리즘, 네어 모더니즘에 걸쳐 있다. 임재용은 미국에서 배운 비정형주의를 한국에 적용하려는 건축가로 같은 비정형주의의 김중업-차운기와 달리 직선과 기하 파편에 의존하고 있다. 원도시건축은 2권의 정림건축과 마찬가지로 한국 대형 설계사무소의 하나로, 1990년대까지는 국제주의 양식에 기초를 둔 모더니즘의 전형을 추구했다.
1권의 후반부는 1990년대 이후의 한국 현대건축에 나타난 양상을 문화비평 관점에서 분석했다. 우선 외국 사조의 모방과 한국적 양식, 대중과의 교감, 기술의 횡포와 그에 대한 대응, 고층 건물의 수직선이 지배하는 대도시의 문제 및 그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수평선 운동, 후기 자본주의가 낳은 하이테크 양식과 대형 공간 등을 들여다보면서 큰 방향으로는 한국 현대건축의 부족한 점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이 주제는 건축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문사회학과 문화비평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이다. 후기산업사회에 들어오면서 이제 건축은 단순히 현장에서 물리적 구조물을 짓는 데 국한되지 않고 문화 현상의 하나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2권은 21명의 건축가가 남긴 21채의 건물을 통해 미니멀리즘, 회화추상주의, 원시형태주의, 도시 건축 운동, 상대주의 공간, 대중 색채주의, 구조 미학, 현대 합리주의, 전통 해석 문제, 맥락주의, 모더니즘의 진정성 문제 등을 다루었다. 현대건축을 이끌어온 핵심에 해당하는 이런 주제가 놀랍게도 1990년대 한국 현대건축에서 다양한 시도로 다루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림건축의 2003년 완공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건축의 무게중심이 점차 대형 건물로 옮겨가는 현상을 추적했다. 소규모 아틀리에 사무소와 대형 설계사무소의 장점을 취해 중규모의 건물을 많이 남겼으며 여기에 일정한 작품성을 실으려는 노력도 많이 기울였다. 시스템에 의한 디자인을 통한 설계에서 ‘기하 형식주의’, ‘재료 혼성 - 회화다움과 산업 재료의 연성화’, ‘수평-수직과 오피스 창’, ‘일상성 - 풍경과 상징’, ‘안과 밖 - 출입구와 실내 중정’ 등 제2 후기 모더니즘의 다섯 가지 특징을 읽어냈다.


▦ 지은이 소개

임석재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및 동 대학원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미시간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프랑스 계몽주의 건축에 관한 연구로 건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 1호 교수로 학과를 창설,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공은 건축 역사와 이론, 비평 등이며 이외에도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폭넓은 주제로 현실 문제에 대한 문명 비판도 병행하고 있다. 연구와 집필에 머물지 않고 그동안 공부하면서 쌓은 내용을 실제 설계 작품에 응용할 준비도 하고 있다.
왕성한 집필 활동으로 현재까지 40권이 넘는 저서를 펴냈으며, 대표 저서로는 『추상과 감흥』, 『미니멀리즘과 상대주의 공간』, 『건축, 우리의 자화상』, 『서양건축사』(전 5권), 『서울, 골목길 풍경』, 『교양으로 읽는 건축』, 『나는 한옥에서 풍경놀이를 즐긴다』, 『계단, 문명을 오르다』(전 2권), 『한국의 간이역』, 『서울, 건축의 도시를 걷다』(전 2권), 『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 『기계가 된 몸과 현대 건축의 탄생』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빛이 통하고 바람이 흐르면 사람 사이의 교류도 일어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 흔한 구멍 하나 없이 콘크리트 벽은 삭막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번에는 구멍 이상의 장치가 첨가되어 있다. 벽을 따라 길이 나고 길은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길은 걷고 싶게 생겨먹었다. 벽은 경계의 끝이 아니다. 벽 너머에는 이런저런 경치들이 모습을 내민다. 벽도 하나의 경치가 된다. 벽은 경계를 닫지 못한다. (1권 74~75쪽)

서양 건축은 우리에게 무엇이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어야 할 것인가. …… 이제 서양 건축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는 무조건적 모방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 바로 지금 우리에게는 서양 건축의 옥석을 가려내어 수용하고 거부할 줄 아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위에 ‘창작의 독립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정당한 노력을 더 기울임으로써 서양 것을 가지고 서양인을 능가하는 것도 서양 문화를 극복해내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1권 210~211쪽)

건축가에게 대중이란 무엇인가. 아니 그보다 대중에게 건축가란 무엇인가. …… 대중에게 건축가는 너무 어려운 집단이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분양 면적을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기능공쯤으로 비쳐지는 양극화된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건축가는 대중이 일상생활을 보내는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대중들과 가장 친밀해질 수 있는 직업이다. (1권 237쪽)

공예는 얼마든지 기능을 담을 수 있다. 모더니즘 건축의 실패는 기능이 지니는 다양한 내용을 한 가지로 단순화시켜 공예와 상충되는 것으로 작위적 결론을 내린 데 있다. 실패에 대한 대안은 기능과 공예가 상호보완적으로 서로 담기고 담아낼 수 있는 건축 구성 체계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런데 밀알학교에서는 모더니즘의 극단과 정반대인 공예를 위해 기능이 희생되는 또다른 극단이 일어나고 있다. (2권 53쪽)

샘터화랑의 실내도 지금까지 소개한 외부 공간 개념의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실내는 외부 공간보다 훨씬 단조롭다. 외부 공간에서 한껏 기대한 바에 비해 실내는 평범한 구성으로 실망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샘터 화랑의 매력은 내외부 공간 사이의 인위적 구별을 없애고 두 공간의 혼재 개념으로 건물을 구성한 점에 있다. 대지 경계선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외부 공간인지 내부 공간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외부 공간들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이런 느낌은 건물 내부에 들어와서도 계속되어 이번에는 내부 공간 사이사이로 조금 전에 본 외부 공간의 장면들이 보인다. 이곳이 내부 공간인지 외부 공간인지 구별하기 힘들어진다. 내외부를 명확히 구분하던 전통적인 공간 구성에서 탈피하여 내부 공간 같은 외부 공간과 외부 공간 같은 내부 공간이 파노라마처럼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을 구획 짓던 전통적인 프레임이 허물어지는 것이다. (2권 96~97쪽)

관람객은 출입구를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만나는 중앙의 로톤다 원형 홀에서 시작해서 ‘선형 공간-원형 공간-계단-선형 공간-원형 공간’의 순서를 강제로 돌아야만 한다. 여기에 ‘호국추모실-선사시대실-설수대첩실’이라는 테마를 붙여 전시물과 실내 처리를 특색 있게 꾸몄다. 전형적인 절대주의 동선몰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서 있는 지점은 처음 시작점인 중앙 로톤다 홀의 바로 아래층이다. 음악이나 소설의 도입부 혹은 코스 요리의 애피타이저에 해당되는데 건축가가 심혈을 기울여 일렬로 순서를 짰으며 각종 볼거리를 집어넣어 자랑하고 싶은 부분으로 만들었다. 여러 종류의 신비한 느낌을 연속적으로 만들어낸 이 부분의 공간 처리 자체가 잘 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아무리 재미있는 공간이 이어진다고 해도 전시관람 시설의 실내에서 이렇게 긴 공간의 이동을 관람객에게 강요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2권 132쪽)

우리는 이 두 건물에서 시대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구조적 솔직성과 효율성이라는 모더니즘 건축의 이상적 가치를 확립하는 가장 기본적 매개였던 가구식 구조가 어느새 세월이 지나 상업 간판을 붙이는 용도로 쓰이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어떤 면에서는 상업주의가 이 시대에 발하는 절대적 권위를 상징하는 조그마한 일례에 불과할 것이다. 모더니즘을 낳은 ‘새로운 유토피아의 창출’이라는 사회적 동인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라지고 이제 모더니즘 어휘만 남게 되었다. 혹은 모더니즘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적이 결국 물질적 풍요가 아니었나 하는 자괴를 지울 수 없다. 모더니즘 초기에 제시된 숭고한 각종 거대담론은 모두 사라지고 오직 돈만 남아 소비상업주의가 난무하는 시대로 변질되었다. 두 건물은 이렇게 변한 시대에 적응해서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으로 느껴진다. (2권 214~216쪽)

적어도 고급 건축가라면 공장을 만질 때 큰 방향을 이런 식으로 잡아야 된다. 아무 고민 없이 ‘공장은 기계를 담는 건물이다’라는 19세기 산업혁명 시대의 역사관을 단순 반복하는 것은 반시대적이고 반건축적이다. 이제 공장 건축은 기계문명을 치유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상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경제성이 최고 생명인 공장을 굳이 비싼 고급 건축가에게 맡길 이유가 없다. …… 신도리코 본사 및 서울 공장에서도 이런 내용을 조금은 읽을 수 있다. ……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이 건물은 진부하다. 차분함이라고 다 같은 차분함이 아니고 편안함이라고 다 같은 편안함이 아니다. 특히 반첨단적 해방의 의미로서 이런 감성을 공장에 표현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단순히 무난한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시대적 고민에 대한 건축적 선언 같은 것이기 때문에 작품적 해석에서 역사의식과 철학을 강하게 주장해야 된다. 지어진 시점도 중요하다. 1990년대에 하는 선언은 1990년대의 언어로, 즉 1990년대의 시대정신으로 해야 된다. 그런데 이 건물에는 그것이 없다. (2권 326~329쪽)

모더니즘 건축의 최대 업적을 안과 밖 사이의 소통을 열어놓은 것으로 오해한 때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모더니즘 거장들 스스로가 이것을 자신들의 중요한 미션이라고 설파했다. 그리고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이 업적이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둔탁한 돌에 싸여 은밀하게 쑥덕이던 실내가 환한 속살을 다 드러내 보인 것이다. 유리로 전면을 두른 건물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 충격의 위력은 모더니스트 거장들의 이런 거짓말을 사실로 믿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사실 건축가의 노력으로 얻어진 게 아니었다. 내외부 사이의 소통은 전적으로 유리라는 한 가지 재료가 가져온 결과였다. 모더니즘 건축을 속살 보기를 향한 투쟁의 과정으로 정의한다면 그 승리는 건축가가 아니라 유리가 얻은 것이다. (2권 392~394쪽)


▦ 차례

서문

1부 건축가

1. 탈자연과 친자연 - 차운기의 당연한 건축이 실험적인 이유
2. 차운기 대담 - 비정형주의의 가능성과 한계
3. 기하, 경험, 선험 - 김인철 비평
4. 김인철 대담 - 어떻게 만드는가보다 무엇을 만들지를 궁리하고 있다
5. 기하, 중심, 대비적 균형 - 임재용 비평
6. 임재용 대담 - 양면성 : 흔적 남기기 vs 흔적 만들기
7. 동아방송대학과 양식 혼용의 문제 - 변용
8. 변용 대담 - 땅 위에 선을 긋는다는 것의 의미

2부 문화비평

9. 한국 건축에 예술적 전문성은 있는가
10. 카스바와 홍등가 - 기계문명시대와 미로의 교훈
11. 팝 건축과 대중문화 - 소비 산업사회와 건축의 대중성 문제
12. 현대 도시와 ‘수평-수직선’의 문제 1 - 제 3 메트로폴리스와 수직선
13. 현대 도시와 ‘수평-수직선’의 문제 2 - 제 4 메트로폴리스와 수평선
14. 지난 세기말과 지금 세기말 - 세기말 현상과 모던 휴머니즘의 의미
15. 기술이상과 약식 하이테크 건축
16. 대형공간과 참아야만 하는 존재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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