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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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소멸 - 비인간적인 세계에서 산다는 것
지은이 박민영 | 쪽수 408쪽 | 판형 152×225(신국판, 무선)
값 16,000원 | 분야 : 사회 > 사회비평/비판 > 한국사회비평
ISBN 978-89-5906-249-2 03300 | 출간일 2014년 2월 17일

키워드 : 한국사회, 사회비평, 사회학, 대중문화, 휴대전화, 모바일, 정보화, 디지털, 디지로그, SNS, 스마트, 커뮤니케이션, 문화 산업, 강연, 텔레비전, 오디션, 연예인, 대중음악, 자본, 정치권력, 자본권력, 사학재단, 강남 좌파, 복지, 자본주의, 사회적 책임, 키덜트, 스펙, 독서, 낭만, 인간성, 위험 사회, 에코데믹

 

낭만이 사라진 사회에 사는 우리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인가



▣ 출판사 서평



해외여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일상에서 낭만이 사라졌다는 증거

올해 설 연휴 기간의 해외여행객은 지난해보다 7.1퍼센트 증가했다고 한다. 연휴만 되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여행을 떠나기 바쁘다. 갑갑한 한국 땅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여행은 현대인이 추구하는 최고의 낭만이 되었다.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보면 여행 다녀온 사진들이 훈장처럼 걸려 있다. 가장 이상적인 노년의 모습도 은퇴 후 ‘부부가 손잡고 여행이나 다니며 사는 것’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우리의 일상이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미지의 공간을 여행하며 낭만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약간의 낭만도 느끼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무엇이 우리에게서 낭만을 빼앗아갔나?

낭만은 기본적으로 ‘합일’의 감정이다. 다른 사람이나 미(美), 자연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 것, 아름다운 예술품을 창조해내거나 그것을 보는 것, 산이나 바다에 가는 것은 낭만적이다. 그러나 현대인이 이러한 것들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대사회에서 낭만에 대한 접근은 주로 소비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를 테면 사랑하는 남녀의 데이트는 소비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애인에게 선물을 사주고, 함께 영화 보고, 술 마시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식으로, 상대방을 위해 돈을 얼마 썼는지가 내가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증명이 된다. 즉 낭만도 자본화되었다.
우리 손에 들려 있는 휴대전화도 낭만의 소멸에 일조했다. 언제 만나자는 약속과 약속 시간까지의 설레임은 사라지고 휴대전화로 인한 가벼운 약속만 남았다. 휴대전화로 매순간 소통하며 약속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하게 된 우리는 빌렘 플루서가 『디지털시대의 글쓰기』에서 말한 ‘기다림이라는 종교적인 카테고리’를 잃어버렸다(본문 25~27쪽). 편지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직접 손으로 정성스레 쓰던 편지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고, 더 이상 우편배달부를 기다리지도 반기지도 않게 되었다(본문 356쪽).
이처럼 디지털 기술은 우리에게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빼앗는다. 디지털이 보여주는 시각적 세계는 이미 실재보다 더 실재 같다. 이러한 과실재는 일상적인 환경이 되어버렸고, 인간의 감성과 인식에 광범위한 왜곡을 낳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아날로그적 감각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더욱 붕괴되고 있는데, 아날로그적 감성을 흉내 낸 ‘디지로그’는 그 ‘모순 속의 몸부림’일 것이다(81~82쪽).


낭만의 소멸은 인간성 파멸의 징후

사람들은 보통 과거에서 낭만을 찾는데, 그 이유는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릴 적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일, 좋아하는 소녀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연애편지를 쓰던 일,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던 일 등은 디지털 문화가 보편화되기 이전의,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세계의 경험들이다. 이러한 것들이 디지털 기술과 무한경쟁을 유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등의 영향으로 한국 사회에서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낭만의 소멸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가 갈수록 멀어지게 만든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소외’, ‘자신에 의한 자기소외’가 거의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골방에서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의 파리한 불빛에 의지해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딜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낭만의 소멸’에 포커스를 두고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현대인에게 외로움과 쓸쓸함을 유발시키는 세계와 그 정치적 함의가 무엇인지를 ‘휴대전화, 디지털 기술, 문화 산업, 경제권력, 일상의 문화’ 등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 독자들이 이러한 사회현상이 발생하게 된 정치경제적 맥락을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우리 시대 이전의 삶도 그리 녹록지는 않았다. 그래도 예전에는 낭만적인 부분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낭만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텔레비전·영화·소설에서나 발견될 정도로 희소해졌다. 그것은 억지로 만들어진 낭만, 조작된 낭만, 가짜 낭만이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낭만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낭만이 없으면 인생은 비참한 것이 되고 만다. 심지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그렇다. 낭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간다는 것은 위험한 사회적 징후다.(5~6쪽)


▣ 책 속으로


오늘날 쿨하고 시크한 태도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것은 결코 그것이 올바르거나 좋기 때문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경박한 인간관계가 주된 현상이 된 사회, 그로 인해 언제든지 입을 수 있는 심리적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논리인 것이다. 애초부터 지속적이고 뿌리 깊은 인간관계를 기대하지도 않는 것, 알던 사람과 갑자기 멀어지거나 소식이 끊겨도 ‘난 괜찮다’며 쿨하게 웃어넘기는 것이 당당하고 슬기로운 일이 되었다. 차가운 대인관계가 지혜가 된 것이다.
- 「휴대전화를 통한 연애 vs 휴대전화와의 연애」, 37쪽


사람들은 시위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집에 누워서 혹은 밥수저를 놀리면서 손가락 클릭으로 정보를 연결하고 리트윗한다. ‘트친’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과장된 만족감을 선사한다. 그것은 ‘간편하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착각을 낳는다. 소셜 네트워크의 시민들은 짱돌이나 화염병을 던지지 않는다. 스크럼을 짜거나 몽둥이를 들지도 않는다. 폭력 투쟁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몸의 연대 없이 손가락 클릭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권력의 입장에서 보면 가소롭기 그지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 「SNS는 혁명의 수단이 될 수 있는가 2 - 클릭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93쪽


오디션 프로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언론들은 너도나도 그 이유를 분석했다. 주된 견해는 이런 것이었다. ‘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기회의 평등을 제공했다, 실력만 있으면 약자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원자들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를 유도해 민주적인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 그러나 나는 오디션 프로들이 현실과 다른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한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오디션 프로들은 기본적으로 끼와 재능이 있어도 거대한 대중문화 산업자본과 결합되지 않으면 그것을 발현할 수도, 그것으로 먹고살 수도 없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오디션 과정은 거대 자본에 소속될 기회를 얻기 위한 경쟁에 다름 아니다. 그 기회는 극소수만이 누릴 수 있다.
- 「오디션 프로그램의 불편한 내막」, 165쪽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특권을 지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행위가 도덕적 관념으로 포장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그것은 상류층 내부의 규범이면서 지배 전략이다. 상류층의 솔선수범은 사회적 지배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을 약화시키고 그 지배를 정당화시킨다. 또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상류층에 대한 존경을 불러일으키며, 상류층을 중심으로 국민을 단결케 한다. 그것은 백성들에게 다소의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상류층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보수성」, 232쪽


키덜트 현상의 또 다른 심리적 이유는 현실도피다. 취업난과 고용 불안은 높은 경쟁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양산한다. 그런 상황에서 청년들은 어린 시절로 회귀하려고 하게 된다. 부모의 보호를 받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거나 동심의 세계에 빠져 있으면 불안과 스트레스를 잠시 잊거나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키덜트 현상은 더욱 강화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키덜트 현상은 우울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 「키덜트 문화 - 점점 어려지는 성인들」, 318~319쪽


예를 들어 우리가 외국 여행을 갈 때, 말라리아나 뎅기열 예방주사 같은 것을 맞는 이유는 그곳의 풍토가 우리 땅과 다르기 때문이다. 풍토는 일종의 생태적 칸막이다. 그 칸막이는 독립적인 ‘질병권’을 의미하기도 한다. 칸막이가 있으면 전염성이 생겨도 그 안에서만 유행한다. 그런데 현대인은 이 칸막이를 무시하고 파괴함으로써 세계를 동일한 생태적 환경으로 바꿔놓고 있다. 이것이 전대미문의 세계적 질병이 발생하는 조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 「구제역, 신종플루 그리고 에코데믹」, 399~400쪽


▣ 저자 소개


박민영
인문, 사회, 문화 관련 글을 쓰고 있는 작가이자 문화평론가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경향신문』, 『교육과 사색』 등에 칼럼을 쓰고 있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시절, 광주민중항쟁을 경험했다. 미술을 하고자 했지만, 집안 형편이 안 좋아 포기했다. 청소년기 내내 문제아였지만, 내면은 무척 쓸쓸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에서 우연히 들어간 문학동아리에서 시를 쓰며 글쓰기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문학동아리에서 시 쓰고 데모하며 대학 시절을 다 보냈다. 대학 졸업 후, 사업도 잠시 하고 인문사회 출판사 편집장으로도 일하다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저서로 『인문내공』, 『책 읽는 책』(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 도서), 『인문학, 세상을 읽다』(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이즘』(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즐거움의 가치사전』(2007년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KBS 선정 도서), 『공자 속의 붓다, 붓다 속의 공자』(2006년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논어는 진보다』 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서장


1장 휴대전화 • 소통 혹은 단절의 오브제
01 휴대전화와 유동하는 약속
02 재난과 휴대전화-휴대전화를 쥔 채 죽어가는 사람들
03 휴대전화를 통한 연애 vs 휴대전화와의 연애
04 응답할 수 있다 vs 응답해야 한다
05 휴대전화 예절 스트레스
06 모바일 오피스-노동 착취의 수단
07 통신 매체-콘택트냐, 인터셉트냐
08 정보화 시대, 노인으로 산다는 것


2장 디지털 • 편리함의 잔혹한 이면
01 디지로그의 친기업적 논리
02 SNS는 혁명의 수단이 될 수 있는가 1-개발도상국에서 SNS 파워가 큰 이유
03 SNS는 혁명의 수단이 될 수 있는가 2-클릭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04 디지털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 1-불안과 감각 왜곡
05 디지털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 2-외롭고, 낮고, 씁쓸한
06 디지털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 1-스마트한 바보들이 몰려온다
07 디지털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 2-가치판단 능력의 소멸
08 디지털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 3-커뮤니케이션 능력의 퇴화


3장 문화 산업 • 의식 통제의 핵심 수단
01 <생활의 달인>의 슬픈 이면
02 강연 프로그램 열풍의 그늘
03 TV 인생-우리 삶은 진짜일까
04 오디션 프로그램의 불편한 내막
05 연예인의 사생활-보호되어야 할 권리 혹은 마케팅 수단
06 가요가 사랑 타령뿐인 이유
07 싸이 논쟁-대중음악 산업의 현주소
08 문화가 국력이라는 것에 대하여
09 문화 산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1-자본에 포획된 예술
10 문화 산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2-경제 논리와 문화 논리
11 문화 산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3-기만적 의식 통제의 기구


4장 정치경제 • 정치권력 위의 자본권력
01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보수성
02 사학재단 비리-우리 시대 악의 꽃
03 북방한계선 논쟁과 치킨 게임
04 금언복합체-시민의식의 지배자
05 강남 좌파 논쟁과 엘리트주의
06 현대인의 불안-세 가지 사회적 근원
07 대학이 기업화되는 근본적인 이유
08 무상급식 논쟁-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09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다시 보기
10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거대한 기만


5장 일상의 문화 • 잘 보이지 않는 것들
01 소풍문화의 어제와 오늘
02 상하관계에서의 예의 그리고 조화
03 스펙보다 스토리가 힘이 세다
04 키덜트 문화-점점 어려지는 성인들
05 한국인의 독서 문화
06 남자도 때로는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07 사회적 관점에서 본 거짓말


6장 낭만 없는 시대 •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
01 낭만의 소멸-인간성 파멸의 징후
02 편지 쓰지 않는 시대
03 현대인은 왜 돈에 집착하는가
04 소박한 마음과 선물의 가치
05 스마트한 삶 1-영악하게 살 것인가, 총명하게 살 것인가
06 스마트한 삶 2-생각에 대해 생각하기
07 어느 작가의 죽음과 잠수함의 토끼
08 구제역, 신종플루 그리고 에코데믹
09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위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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