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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독서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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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5년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지하철 독서 여행자
- 문득, 당신을 발견하다!


박시하 지음 | 쪽수 280쪽 | 판형 122×188(46판 변형, 무선) | 값 13,000원
분야 비소설 > 에세이 | ISBN 978-89-5906-381-9 03810 | 출간일 2015년 11월 30일


키워드 : 지하철, 독서, 책, 여행, 봄, 여름, 가을, 겨울, 사랑, 고통, 그린라이트, 불안, 세월, 세상, 희망, 심연, 별, 미래, 기쁨, 슬픔, 종착역, 불꽃, 용서, 속죄, 비극, 불확실성, 가능성, 육체, 정신, 우주, 도서관



▣ 출판사 서평


독서는 여행이다
“우리는 어딘지 모를 끝없는 여행을 한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다. 머묾과 떠남이 함께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계속 이동하는 공간이다. 이 도시와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우리의 삶과 감정, 고통과 기쁨을 품고 달리는 거대한 지하의 미로, 그곳은 아름답지도 않고 밝지도 따스하지도 않다. 지하철은 매일 도시를 관통하며 기나긴 역사가, 세월이 되어간다. 한 개인의 역사에서부터, 이 도시의 역사까지를 모두 싣고서. ‘이 지하철의 목적지는 어디인가요, 우리의 삶은 대체 어디를 향하는 건가요.’ 문득, 누구에겐가 묻고 싶어진다. 그러나 가장 어두운 부분, 그것은 언제나 더 밝은 부분을 드러내준다. 그곳은 우리 모두에게 훌륭한 도서관이 될 수도 있다.
지하철은 삶의 현장이요 자투리 시간을 쪼개 책을 읽는 도서관이다. 우리는 당연히 지하철에서 책 읽는 풍경화를 수천 장쯤은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다. 그 풍경화를 통해 우리는 도서관으로서 지하철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삶으로서 독서가 어떤 것인지 기억해낼 수 있다. 그 기억의 장면들은 25편의 에세이를 통해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독서는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투덜대는 우리를 환기시킨다.
시인 박시하는 지하철을 타고 새벽부터 밤중까지 약 1년 동안 지하철 독서 여행을 떠났다. 지하철에서 의미 있는 독서 풍경을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속에 25장면으로 담아냈고, 그 풍경을 시인의 언어로 스케치했다. 새벽 풍경도 있고, 출퇴근 시간 풍경도 있으며, 한가한 오후의 풍경도 있다. 우리는 지하철을 친구들과 함께 탔고, 첫사랑과 함께 탔으며, 가족과 함께 탔다. 지하철을 타고 학교를 다녔고, 직장을 다녔다. 지하철에서 수많은 책을 읽었고, 음악을 들었고, 쓸데없는 물건을 샀으며, 안타까운 일들을 목격했다. 지하철이 없었다면 읽지 못했을 책들이 있었을 것이고, 겪지 못했을 경험이 있었을 것이며, 학교와 직장을 다니기도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시인은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한 권의 책 안으로 접히고, 그 접힘이 다시 펼쳐져 자신의 기억들과 섞이고, 또 다른 문장들로 확장되는 놀랍고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책이라는 사물 안에는 누군가 그 책 안의 문장들을 써내려간 시간과 공간, 그리고 때로는 몇 개의 우주가 담겨 있었다. 시인은 매번 그 우주 속에서 지하철이라는 시공간을 다시 발견했고, 사람을 보았으며, 세계의 비밀들을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삶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인은 친숙하면서도 낯선 여행을 통해 ‘지하철 독서 여행자’들을 만났다.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을 보았네


장맛비가 내리는 7월, 열차는 3호선 옥수역에 도착한다. 한 청년이 『위대한 게츠비』를 읽고 있다. 개츠비는 인간이 빠지는 헛된 매혹에 대한 위대하고 슬픈 상징이다. 우리는 ‘그린라이트’를 향한 착각 어린 도취 없이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매혹과 맹목이 없는 인생은 얼마나 재미없는 것인가? 시인은 『위대한 게츠비』를 읽는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설사 한여름에 빵모자를 쓰고, 체크무늬 바지를 입었다고 해도 말이다. 꿈을 향해 손을 뻗었기 때문에, 그 꿈을 끝까지 믿었기 때문에 결국 죽임을 당하는 남자. 삶의 거대한 공허를 막아낼 수 있는 고통, 멀리서 빛나는 초록 불빛……. 당신의 초록 불빛은 어떤 것인가요?
어느 토요일 저녁, 2호선 합정역에서 박완서의 『노란집』을 읽고 있는 단발머리의 앳된 소녀를 본다. 누구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박완서는 육체의 시간에 지배당하지 않는 정신, 육체의 시간을 부인하지 않는 통찰을 갖고 있는 소설가다. 소박하고 솔직할 뿐 아니라 재치 넘치는 글을 읽다 보면, 작가가 이 글을 쓰면서 누군가에게 교훈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교훈을 얻고자 했고, 실제로 그랬다는 것을 알 수있다. 한 작가가 쓴 글에 담긴 성찰을, 세대를 뛰어넘은 누군가가 지하철에 앉아 열심히 읽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한 작가가 삶의 끝자락에서 썼던, ‘가슴 울렁거리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은 소녀가 작가와 만나는 특별한 인연이다.


사랑에 관한 짧은 기록


월요일 오전 4호선 동대문역을 지날 때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을 읽고 있는 여성을 발견했다. 며칠 후 ‘종로도서관’이라고 찍힌 스티커가 붙은 책을 읽고 있는 젊은 남자를 보았다. 책 본문에는 도표 같기도 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앨리스’와 ‘필립’이라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보인다. 그 책은 『우리는 사랑일까』였다. 알랭 드 보통은 한없이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사랑이라는 관계, 그 모든 과정과 고통, 기쁨과 성장에 대한 매우 지적이며 논리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 폴 사르트르는 “내가 존재하는 것은 내가 나를 아낌없이 주기 때문이다”이라고 말했다. 나를 어딘가로 던지지 않는다면,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에게 사랑받기를 원할 수도 없는 것이다. 물론 우리 존재의 피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인해서, 사랑하는 내내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 되물을 수밖에 없겠지만……. ‘과연, 우리는 사랑일까?’
월요일 오전 4호선 지하철에서 젊고, 세련되고, 날씬한 여자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있다. “사랑은 인간에게 능동적인 힘이다.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다. 사랑이 없으면 인간성은 하루도 존재하지 못한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이렇게 정의한다. 우리는 서로를 끊임없이 사랑하고, 끊임없이 사랑을 알아채지 못한다. 사랑이 ‘기술’이라는 에리히 프롬의 말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사랑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사람은 서로에게 죽음보다 더한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결국 너에게 다가가는 것, 나를 지우며 너의 중심으로 다가가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핵심을 경험하는 일이다. 그것은 죽음을 만지는 것처럼 두려우면서도 놀라운 경험이다.


저 지하 깊숙이 묻어둔 슬픔


2호선 지하철에서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를 읽고 있는 말쑥한 정장 차림의 50대 남성을 본다.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세실리아와 로비. 그들의 사랑은 그녀의 동생인 브리오니의 거짓 증언으로 깨어지고, 누명을 쓴 로비는 감옥에 간다. 한 소녀의 돌이킬 수 없는 과오로 두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가끔 어떤 순간이 미치도록 안타까울 때가 있다. 사소한 일상의 한순간일 뿐인데, 그것이 뼈저리게 아플 때가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그런 후에 용서를 비는 것, 그것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의 삶에서 돌이키고 싶은 것, 용서를 빌고 싶은 순간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지난 일들은 무엇 하나 돌이킬 수 없다.
시인은 오늘도 내릴 역을 지나쳤다. 그 덕분에, 검고 긴 생머리에 흰 얼굴, 붉은 입술을 가진 여자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고 있는 풍경과 마주칠 수 있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는 비극이지만, 그 슬픔 속에 드러나는 사랑은 우리가 아는 그 어떤 사랑 이야기보다 지극하고 아름답다. 사랑의 기쁨이 슬픔과 고통을 통해서 커진다는 사실, 그 달콤하고 치명적인 모순을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이 보여준다. 알랭 바디우는 사랑을 “삶의 재발명”이라고 말했다. 사랑은 때로 죽음의 형태로 닥쳐오지만, 그것이 무언가를 ‘죽일’만큼 강력하기에 우리는 사랑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발명할 수 있다. 죽음보다 깊은 사랑은 절망과 고통을 그림자처럼 데려오지만, 그 어떤 생의 순간보다 빛나는 어둠의 순간이 아니던가?


우리는 여행자다


시인은 존 버거의 소설 『킹』을 갖고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부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역까지 가는 동안 그 책을 잠시 읽었다. 소설 『킹』의 화자는 킹이라는 이름을 가진 떠돌이 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개가 바라보는 어떤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된다. 그 사람들은 세상의 끝, 지구의 끝에 닿아 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끝에 다다랐지만, 그 끝에서 아직 살아가고, 아직 기도하고 있다. 개는 그들과 우정을 나누고 사랑에 빠진다. 지하철에 앉아보라.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라. 같은 얼굴의 같은 반짝임들이 있다는 것을 보라. 시인은 부산의 지하철에서도 그런 반짝임들을 보았다고 말한다. 킹이 바라보던 쓰레기 더미 위의 사람들도 미약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초라하게 불타오르는 불꽃처럼, 누군가 그들을 지상에서 몰아내려 한다고 해도, 그들은 반짝이고 있었다.
3호선 지하철에서 긴 머리를 묶은 젊은 남자가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고 있다. 지하철은 신사역을 지나간다. 이 열차는 수서역이 종착역이지만, 어떤 책을 읽음으로써 더 멀고 더 신비로운 어떤 장소로 갈 수 있다. 헌책방에서 책을 구입하고 나서 그레고리우스는 무작정 리스본행 열차를 탄다. 그가 평생 동안 지내던 집과 도시, 일과 사람들을 떠나 전혀 알지 못하는 장소를 향해서 가는 그 여행의 유일한 단서는 책 한 권뿐이다. 그는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낯설고도 기묘한 여행을 계속한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자기 자신을, 즉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다.
지하철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우리도 지하철을 타고 도시의 지하 여행을 떠나고, 그럴 때 지하철에서 독서는 여행의 여행, 두 겹의 여행이 된다. 지하철 한 량의 면적 안에서 우리가 ‘움직임 없는 여행자’로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에는 한계가 없다. 우리는 지하에 앉은 부동의 여행자로서 리스본에 갈 수 있고, 화성에 갈 수 있고, 안드로메다은하의 중심까지도 갈 수 있다. 독서란 그런 것이다. 독서란 가장 먼 곳까지 꿈꿀 수 있는 행위, 인간이 꿀 수 있는 가장 큰 꿈이다. “인생이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여행자다. 도시의 지하를 관통하며 꿈꾸는 진실한 여행자.



▣ 추천의 글


내가 아는 박시하 시인은 누구보다 성실한 몽상가다. 몽상을 성실하게 할 수 있다니. 그런데 정말 그렇다. 녹색식물이 부지런히 햇빛을 빨아들여 광합성을 하듯, 꿈을 꾸지 않으면 몸이 아플 것처럼, 그녀는 어디에 있든 쉬지 않고 꿈을 꾼다. 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 도시의 매혹과 아픔과 비밀들을 붙잡아 여리지만 단단한 시로 빚어낸다. 그녀가 지하철에 올라 책을 읽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응시하며 써내려간 이 산문집은, 그저 우연히 같은 칸에 앉은 피로한 타인이던 우리가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떻게 새롭고 내밀하게 서로를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세월이 흘러도 지하철을 여전히 최고의 독서 공간으로 편애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삶에 지쳤지만 누군가의 내면에 닿고 싶다는 목마름만은 포기할 수 없는 당신에게도 반짝이는 위로가 될 것이다.
_ 윤이형(소설가)


이 책은 ‘이동’에 관한 책이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이야기,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에게 시선을 이동하는 이야기, 책 속의 사연으로 자신의 오감을 이동시키는 이야기다. 몇 번의 이동을 거치면 흡사 인생의 한 시기를 건너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밤이 있어야만 아침이 오고 슬픔을 딛고 일어나야 비로소 다음 역에서 내릴 수 있듯, 이동을 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따뜻한 슬픔이 남는다. 책을 읽는 내내 당신의 마음 또한 가만히, 그러나 절실하게 움직일 것이다.
_ 오은(시인)



▣ 차례


시작하며 : 삶의 기적을 발견하다 ․ 007



새를 품은 사람 ․ 015
이 여자의 고통을 보라 ․ 025
사랑, 나를 발명하는 시간 ․ 035
가끔 뼈저리게 아플 때 ․ 045
별이 되는 사람들 ․ 055


여름
사랑은 ‘기술’일까? ․ 069
끝없이 알 수 없는 세계를 사랑하다 ․ 079
당신에게도 그린라이트가 있나요? ․ 090
오래된 미래를 읽고 있는 사람들 ․ 101
쓸모없는 것들을 위하여 ․ 111
여름은 훌륭하게 죽어갈 것이다 ․ 120


가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 133
끝없는 불안 속에서 ․ 142
우리는 여행자다 ․ 150
함께 거쳐온 세월을 견딘다는 것 ․ 160
사랑의 기쁨과 슬픔 ․ 169
세상의 끝, 지구의 끝 ․ 179
페스트는 과연 사라졌을까? ․ 189


겨울
희망이라는 슬픈 바위 ․ 201
푸른 심연 ․ 212
보이지 않는 사람들 ․ 221
당신의 바깥은 무엇일까? ․ 232
순간을 기다리다 ․ 243
나는 당신을 사랑했다 ․ 252
당신의 욕조 ․ 261


밑줄긋기 ․ 274
참고한 책 ․ 276



▣ 본문 중에서


지옥 같은 현실과 구차한 삶이지만, 버트런드 러셀은 인간이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근원적인 생명의 욕구와 ‘삶’에 대해서 말하고, 불행이 왜 나를 잠식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행복에 이를 수 있는지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행복은 불행에 대해 알고 있는 우리가 살아가는 그 모든 순간이 아닐까? 행복은 새와 같은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날아가 버리는 것. 사실은, 좀처럼 정복되지 않는 것. 정복하려고 애쓰면 오히려 더 멀리 날아가 버리는 것. 「새를 품은 사람」(본문 22쪽)


더불어 모든 추억이 언제까지나 빛을 잃지 않기를. 내 기억 속의 흰 개와 금빛 개처럼, 작은 개의 무덤처럼. 그것은 슬프고 안타깝지만, 돌이킬 수 없어서 더욱 빛나는 순간들이니까. 그리고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한, 순간들 역시 사라지지 않는 것이니까. 그 모든, 존재하지 않으면서 사라지지도 않는 거대한 순간들을 쌓아올려서 우리는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한 끝없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가끔 뼈저리게 아플 때」(본문 53~54쪽)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와 새모가 꿈꾸었던 문학은. 혹은, 우리는 정말 문학이라는 꿈을 통해 어딘가에서 탈출하려고 시도했던 걸까. 나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문학은, 책은, 입이 없는 사람들의 말일 거라고. 지상에 있을 자리를 찾지 못해 별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대신해서 입을 열 수 있는 통로일 거라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별이 되는 사람들」(본문 62쪽)


내 첫 번째 시집에는 지하철에 관한 시들이 몇 있는데, 「옥수역」은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나는 때로 버스나 지하철, 혹은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는 경험에서 시를 얻고는 한다. 시 자체가 일종의 이동 수단일 수도 있고, 이동의 경험이 시적인 것일 수도 있으며, 결국 삶 자체가 이동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어딘가를 향하여. 「당신에게도 그린라이트가 있나요?」(본문 92쪽)


알 수 없는 모든 것, 그래서 살아갈 가치가 있는 이 생에 찬사를, 매일 지하의 어둠을 헤치며 불행한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이 지하철에게도, 모든 생의 보석 같은 순간들을 보낸다. 어둠은 빛이기도 하고, 빛이 어둠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까, 내 오늘의 운세는 나쁘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것은 나쁘지만도 않고 좋지만도 않은 것이니까. 「쓸모없는 것들을 위하여」(본문 119쪽)


그러고 보면, 한 권의 책 혹은 한 사람의 작가와 만나는 것 또한 특별한 인연이다. 작가-독자라는 만남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우연, 설렘, 부딪힘, 사랑, 대화, 성장, 고통, 이별이라는 과정이 모두 들어 있으니까.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토록 생생하고 뚜렷해 보이는 이유는 그들이 그 책과, 그 책을 쓴 작가와 사랑에 빠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독서’라는 사랑의 행위를 통해 존재의 중심을 재건하고 있는 중이라서. 「함께 거쳐온 세월을 견딘다는 것」(본문 168쪽)


만약에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지친 얼굴들을 보고 싶다면, 출퇴근 시간의 서울 지하철로 가면 된다. 아침의 사람들은 새로운 피로의 예감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의 사람들은 하루치의 피로를 안고 멀고 먼 집으로 향하는 곳.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직립을 후회하는 사람처럼 간신히 삶의 무게를 견디며 서 있는 곳. 특히 밤의 지하철, 그것은 서울이라는 이 도시의 숨겨놓은 뒷모습이다. 인간으로 붐비는 밤의 지하철을 타 보지 않은 사람은 이 도시의 삶에 대해 모른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본문 222쪽)


언젠가, 우리 모두는 이곳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곳에 우리의 삶이 존재하는 지금, 아름다운 추억들은 죽음들 위에서 윙윙 소리를 내며 여전히 떠오른다. 그렇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다’라는 사실보다 소중한 것은 거의 없다. 비록 그 사랑이 지나가 버린다 해도, 결국 우리의 삶이 어디론가 강물처럼 흔적 없이 흘러가 버린다 해도. 「나는 당신을 사랑했다」(본문 260쪽)



▣ 지은이 소개 _ 박시하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다. 2008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1월 11일’ 동인이다. 시집으로 『눈사람의 사회』가 있고, 『사라지는 그림들』(가제)이 문학동네시인선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 그린이 소개 _ 안지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디자인·출판·개념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각이미지 생산자로서 사회에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을 꾸준히 탐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기억의 반대편 세계에서: 워바타』, 『세계인권선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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