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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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법과 윤리
- ‘불신 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미디어 사용 지침 안내


지은이 강준만 | 쪽수 552쪽 | 판형 152×225(신국판)
값 20,000원 | 분야 언론학 > 미디어
ISBN 978-89-5906-394-9 93070 | 출간일 2016년 3월 4일


키워드 : 미디어, 법, 윤리, 표현의 자유,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정보 접근, 정보 공개, 정보 공유, 취재원 보호, 취재 윤리, 보도 윤리, 언론사, 언론인 윤리, 미디어 법 논쟁, 미디어 정책 논쟁, 광고 규제, 음란, 저작권, 인터넷, 디지털 콘텐츠 불법 복제, 볼티모어 진실 선언, 산업 스파이, 관급기사, 공정재판, 언론재판, 수정헌법 제1조



▣ 출판사 서평


‘신뢰 사회’를 위한 미디어 사용 지침서


최근 유명인들이 인터넷이나 SNS 등에서 쓴 글로 인해 많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역시 자신이 쓴 글이나 타인의 글로 인해 고소, 고발은 물론 심적인 상처를 입히기도, 받기도 한다. 개성이 넘치는 표현의 자유가 만발하다 보니 법적인 문제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단 인터넷만이 아니라 온갖 매체에서 상대를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지침서는 없고, 단순한 캠페인만 난무할 뿐이다. 이 책은 ‘표현의 자유,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취재·보도 윤리, 언론사와 언론인 윤리, 저작권’ 등 미디어의 법과 윤리를 다루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법과 윤리가 존중받는 사회를 위한 미디어 사용 지침서다.


‘불신 사회’가 된 한국


한국은 ‘불신 사회’다. 어느 조사에서건 국민의 80퍼센트 이상이 법과 사회지도층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지난 2000년 6월 형사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서울 지역 성인 493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399명(80.9퍼센트)과 415명(84.2퍼센트)이 각각 “유전무죄(有錢無罪)․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에 공감한다”, “동일 범죄에 대해서도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이 더 큰 처벌을 받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10월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동아일보』와 함께 실시한 ‘한국 사회 기관 및 단체에 대한 신뢰도’ 조사 결과를 보면, 주요 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사법부 10.1퍼센트, 행정부 8.0퍼센트, 국회 3.2퍼센트, 정당 2.9퍼센트였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3’을 보면,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여기는 한국인은 10명 중 2명에 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신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2퍼센트만 대체로 또는 항상 신뢰한다고 답한 것이다. 반면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이용하거나 해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불신 사회’ 한국이 유지되는 비결


이렇게 불신이 심각한 대한민국이 유지될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그건 한국 사회 특유의 이중 구조에 있다. ‘공적 신뢰’는 약한 반면 ‘사적 신뢰’는 강하다. 200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회적 자본 실태 종합 조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회적 관계망 가입 비율은 동창회가 50.4퍼센트로 가장 높고, 종교단체 24.7퍼센트, 종친회 22.0퍼센트, 향우회 16.8퍼센트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공익성이 짙은 단체들의 가입률은 2퍼센트대에 머물렀다. 그래서 사회 전반이 겉보기와는 달리 의외로 안정되어 있지만, 공사(公私) 이중 구조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은 매우 심각하다. 불신의 영역이 된 공공 영역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정치는 불신을 넘어서 저주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한국인은 사적 영역에서 각개약진(各個躍進)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든다. 각개약진이란 적진을 향해 병사 각 개인이 지형지물을 이용해 개별적으로 돌진하는 걸 뜻하는 군사 용어인데, 사회적 문제조차 혼자 또는 가족 단위로 돌파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는 뜻이다. 그런 전투적 삶의 자세가 한국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점이 있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한국인의 행복도는 매우 낮다. ‘법과 윤리’가 존중받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각자 개인적 네트워크로 동원할 수 있는 힘에 의한 정치적 해결이 선호된다.


왜 ‘미디어 법과 윤리’ 교육이 필요한가?


‘법과 윤리’가 존중받지 못하는 것은 미디어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디어 분야로 진출하려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미디어 법․윤리 과목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에 주목한다. 그러니까 미디어 법․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불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하나의 작은 시작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보자는 것이다. 이는 정치경제적 구조와 의식․문화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점에 착안해보자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은 미디어의 존재 이유라고도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시작으로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정보 접근과 공개, 취재원 보호, 공정 재판과 언론 보도, 취재․보도 윤리, 언론사와 언론인 윤리, 미디어 법·정책 논쟁, 광고 규제, 음란, 저작권 등 대중매체와 관련해 생각해볼 만한 모든 문제를 망라해서 다루고 있다.



▣ 차례


머리말 … 5


제1장 표현의 자유: 이론
왜 표현의 자유가 필요한가?: 토머스 에머슨의 이론 … 17
존 밀턴은 정녕 언론 자유의 수호자였는가?: 『아레오파지티카』… 22
왜 미국의 연방수정헌법 제1조가 나오게 되었는가?: 수정헌법 제1조 … 26
왜 촘스키는 유대인 학살을 부정한 포리송을 옹호했는가?: 절대주의 이론 … 30
왜 ‘성공적인 자치’가 표현의 자유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 마이클존 이론 … 34
왜 똑같은 행위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이론 … 37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는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위험한 경향의 이론 … 41
왜 언론 자유의 보호 이익과 제한 이익을 따지는가?: 이익 형량의 이론 … 44
왜 미국에서 ‘형평의 원칙’은 폐지되었는가?: 접근 이론 … 47


제2장 표현의 자유: 실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할 때에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인가?: 명확성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 … 55
왜 ‘국익’의 정의를 둘러싸고 치열한 투쟁이 벌어지는가?: 국가보안법 … 59
‘펜타곤 기밀문서’ 사건은 언론 자유의 승리였나?: 사전 억제 … 66
어떤 경우에 미디어 생산물의 유포를 중지시킬 수 있는가?: 사전 유지 청구권 … 71
왜 김수용 감독은 은퇴를 선언해야 했는가?: 사전 심의제 … 75
왜 김기덕 감독은 〈뫼비우스〉의 3분 분량을 잘라내야 했나?: ‘제한상영가’ 등급 … 78
헌법 제21조는 한국인에겐 사치인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 82
극우 온라인 사이트 일베에 표현의 자유를 무한정 허용해야 하는가?: 혐오 표현 … 86
상징에 대한 비방이나 모독은 안 되는가?: 국기 소각 … 92


제3장 명예훼손
내적 명예, 외적 명예, 명예감정은 어떻게 다른가?: 명예의 3분법 … 101
프로야구 kt 장성우 선수를 법으로 처벌해야 하는가?: 공연성·전파성 … 106
왜 “호스티스 출신 서울대 여학생의 충격 고백”이란 기사가 문제가 되었나?: 피해자 특정 … 111
국가가 개인의 명예 문제에까지 개입해야 하나?: 형사책임·민사책임 … 115
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게 가장 안전한가?: 공인 … 119
왜 『뉴욕타임스』는 40년 전의 ‘설리번 판결’을 극찬하는가?: 현실적 악의 … 124
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중요한가?: 상당성 원리 … 131
어느 정도의 손해배상이 적정한가?: 징벌적 손해배상 … 135
왜 기자들은 ‘차라리 옛날처럼 데려가 패달라고’ 하는가?: 방어 저널리즘 … 140
왜 명예훼손법 폐지론까지 나오는가?: 명예훼손법 개혁론 … 145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선의의 사마리아인 원칙 … 149


제4장 프라이버시
프라이버시 보호는 어떤 권리에서 출발했는가?: 홀로 있을 권리 … 157
프라이버시는 ‘그 시대가 도래했다가 가버린’ 개념인가?: 프라이버시의 종언 … 162
사생활 침해는 명예훼손과 어떻게 다른가?: 프라이버시권 … 166
왜 ‘민효린 인형코’와 ‘유이 꿀벅지’는 각각 다른 판결을 받았는가?: 퍼블리시티권 … 171
왜 배우 조인성은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싶다”고 했을까?: 침입 … 176
왜 『뉴스위크』는 이화여대생 3명에게 6,000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나?: 오해를 낳는 공표 … 180
왜 『문화일보』는 신정아에게 1억 5,000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나?: 개인적인 일의 공표 … 184
왜 대기업들은 스스로 ‘범죄 집단’이 되어가는가?: 자기정보 관리통제권 … 187


제5장 정보 접근과 공개
관료제의 비밀주의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알 권리 … 195
미국에서 정보공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미국 정보공개법 … 200
한국에서 정보공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한국 정보공개법 … 205
공공 기관들은 어떤 수법으로 정보를 은폐하려 드는가?: 정보공개 투쟁 … 211
왜 불법과 반칙엔 호루라기를 불어야 하는가?: 내부 고발자 보호법 … 216
내부 고발의 장려인가, 억제인가?: 부패방지법·공익신고자보호법 … 220
한국은 어떻게 내부 고발을 억제하는가?: 불감 사회 … 223


제6장 취재원 보호
왜 취재는 수정헌법 제1조의 적용 대상이 아닌가?: 취재·보도의 분리 … 231
왜 감옥에 가는 기자들이 영웅이 되는가?: 미국의 법정모욕죄 … 237
법으로 취재원을 보호할 수 있는가?: 방패법 … 244
왜 검찰은 가끔 언론사 압수 수색에 들어가는가?: 한국의 취재원 보호권 … 249
언론은 취재원 보호에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 윤리강령의 취재원 보호 … 256
왜 ‘온 국민에게 경찰관과 같은 의무를 지우게’ 하는가?: 불고지죄 … 260


제7장 공정 재판과 언론 보도
재판은 법원에서만 이루어지는가?: 언론재판 … 267
왜 재판은 가끔 ‘미디어의 서커스’가 되는가?: O. J. 심슨 사건 … 271
어떻게 해야 언론재판을 막을 수 있는가?: 공정 재판을 위한 7대 조치 … 274
왜 한국에서도 공정 재판을 위한 언론 보도가 중요해졌나?: 국민참여재판 … 278
언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책임을 져야 하나?: 피의사실 공표 … 282
왜 『조선일보』는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나?: 피의자 초상권 … 287


제8장 취재·보도 윤리
기자실은 ‘죽치고 앉아 기사를 담합하고 기사의 흐름을 왜곡하는’ 곳인가?: 기자단 제도 … 295
왜 보도 시점을 둘러싼 논란이 자주 벌어지는가?: 엠바고 … 301
왜 인용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자주 벌어지는가?: 오프더레코드 … 306
몰래 취재 또는 속임수에 의한 취재는 어떤 경우에 정당한가?: 위장 취재 … 310
왜 신문 1면과 사회면 머리기사의 80퍼센트가 ‘관급기사’인가?: 발표 저널리즘 … 314
왜 한국 언론엔 ‘관계자’나 ‘고위 관계자’가 난무하는가?: 익명 저널리즘 … 318
취재원에게 금품을 주어도 괜찮은가?: 수표 저널리즘 … 325


제9장 언론사와 언론인 윤리
왜 언론중재법은 ‘고충처리인’을 제도화했는가?: 옴부즈맨 … 333
언론의 대표적인 자율 규제 방식은 무엇인가?: 윤리강령 … 340
왜 지키지도 못할 윤리강령을 만드는가?: 윤리강령 무용론 … 343
모든 언론 윤리강령이 피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건 무엇인가?: 이해 상충 … 348
왜 보사부 기자단은 8,800만 원의 촌지를 받고도 무사했는가?: 배임수증죄 … 354
언론계에도 ‘산업 스파이’가 있는가?: 폴리널리스트 … 358


제10장 미디어 법·정책 논쟁
한국 방송은 정당들의 대리 대결장인가?: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 367
온라인 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법제화가 필요한가?: 잊힐 권리 … 372
‘침해배제청구권’은 인터넷 공간에서 의사소통을 크게 위축시킬까?: 언론중재위원회 … 377
왜 ‘수지 열애설’에 기사가 1,840건이나 쏟아졌는가?: 포털 뉴스 규제론 … 383
기자의 자격을 국가가 정할 수 있는가?: 인터넷신문 요건 강화 … 389
왜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가 난타전을 벌였는가?: 방송 광고 총량제 … 393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말 ‘지상파방송 권익 보호 위원회’인가?: MMS … 398


제11장 광고 규제
왜 광고는 대표적인 ‘민주주의의 수사학’인가?: 광고와 수정헌법 제1조 … 407
광고는 어떻게 표현의 자유를 누리게 되었는가?: 상업적 표현 원칙 … 412
왜 미국 광고인들은 ‘볼티모어 진실 선언’을 했는가?: 광고 자율 규제 … 416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 광고를 규제하는가?: FTC 규제 … 419
광고의 허위와 기만을 어떻게 판별하는가?: 허위·기만 광고 … 422
어디까지 부풀리거나 기만할 수 있는가?: 부풀리기와 기만적 진실 … 425
왜 한국에서 비교 광고는 광고주에게 ‘대단한 모험’인가?: 비교 광고 … 429
왜 〈무한도전〉은 농심 ‘짜왕’을 끓여 먹는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나?: PPL … 433


제12장 음란
왜 ‘음란’의 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운가?: 음란 … 439
왜 ‘경향이 있다’와 ‘영향을 받기 쉬운’이란 표현은 위험한가?: 히클린 원칙 … 443
왜 ‘현 사회적 기준’, ‘전체적 주제’, ‘평균인 기준’이 중요한가?: 로스-멤와즈 테스트 … 447
한국에선 어떤 법으로 음란을 규제하는가?: 한국 음란법 … 451
왜 고야의 명화 〈나체의 마야〉가 음란 판정을 받았는가?: 상대적 음란성 이론 … 458
현학적인 게 없으면 음란한 것인가?: 『즐거운 사라』사건 … 463
왜 집 안에서의 음란 행위라도 처벌될 수 있는가?: 공연음란죄 … 468
왜 인터넷은 방송보다는 인쇄매체에 유사한가?: 미국의 통신품위법 … 473


제13장 저작권
저작권 보호 대상과 저작권 침해 여부의 기준은 무엇인가?: 미국 저작권법 … 479
저작권 보호의 예외는 무엇인가?: 공정 이용의 원칙 … 483
유료 디지털 콘텐츠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어떤 방법이 사용되는가?: DRM … 488
왜 토르발스와 스톨먼은 게이츠에 반대하는가?: 카피레프트 … 492
‘저작권 보호’와 ‘정보 공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순 없는가?: CCL … 497
코카콜라 병의 디자인은 무엇으로 보호를 받는가?: 트레이드 드레스 … 501


주 … 505
찾아보기 … 543



▣ 본문 중에서


표현의 자유는 사상의 도미노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 인간의 창의성이란 총체적인 성격이 강하다. 즉, 어느 한 가지만 건드리지 말고 나머지 분야에서만 창의성을 발휘하라는 주문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른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는 언론뿐만 아니라 지식인에게도 작용하는 법이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진보적 사상의 대부분이 서양에서 수입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양 좌파 이론가의 사상 수입은 허용되지만, 그런 사상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건 이념 공세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이는 한국에서 국가보안법이 한국의 인문사회과학 발전에 장애가되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를 역설하더라도 논리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미끄러운 경사면의 오류(fallacy of slippery slope)’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미끄럼틀을 한번 타기 시작하면 끝까지 미끄러져 내려간다는 점에서 ‘연쇄반응 효과의 오류’라고도 부른다. 예컨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반대 주장들 중엔 인터넷 실명제가 이 나라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말살시킬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주장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런 오류일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과도한 비약은 자제하는 게 좋다. 「왜 표현의 자유가 필요한가?: 토머스 에머슨의 이론」(본문 22쪽)


명예훼손에 있어서 인터넷은 기존 매체와는 무엇이 다른가? 인터넷의 쌍방향성을 근거로 인터넷상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기존 매체와 다른 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피해자가 같은 게시판을 통해 반론을 할 수 있으므로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반대로 인터넷의 가공할 파급효과를 들어 오히려 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인터넷에서의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① 공인과 사인의 구분, ②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information service provider: ISP)의 책임에 관한 것이다.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선의의 사마리아인 원칙」(본문 149~150쪽)


자꾸 정보를 감추려는 공공 기관 못지않게 청구인들도 반드시 고쳐야 할 못된 버릇이 하나 있다. 2015년 12월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8년 2만 5,475건에서 2014년 34만 9,931건으로 13배 이상 증가했지만 2013년부터 2014년 10월 말까지 공개가 결정돼 관공서에서 작성한 자료 90만 8,266건 중 청구인이 찾아가지 않은 자료는 15만 3,780건(17퍼센트)이나 되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지난 3년간 일본에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찾아가지 않은 비율은 3퍼센트로 한국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무엇일까? 일본은 정보공개 신청을 할 때 수수료 일부를 먼저 내게 하고 자료를 받을 때 나머지 수수료를 내게 한다. 일종의 예약금을 받는 것이다. 미국도 정보공개 청구를 해놓고 찾아가지 않은 전력이 있는 청구인에 대해선 수수료 전액을 미리 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우리는 정보공개 청구인에게 예약금이나 위약금을 받는 건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자료를 찾아가지도 않으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정보공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한국 정보공개법」(본문 210쪽)


이젠 엠바고인듯 엠바고 아닌 엠바고 같은 ‘암묵적 엠바고’라는 것도 생겨났다. 엠바고를 걸지 않아도 기자들이 지켜야 하는 자발적 엠바고다. 예컨대, 2015년 7월 27일 신청사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경기도 대변인은 출입 기자들과 나눈 티타임 자리에서 30일 남경필 도지사가 경기도 신청사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보도와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에 『중부일보』는 28일 관련 기사를 썼다가 기자단에게서 징계를 당했다. 경기도에서 공식적으로 엠바고를 요청하지 않았지만 ‘기사를 7월 30일에 쓰자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암묵적 엠바고’는 경제부·산업부 기자들이 더 많이 경험한다. 한 산업부 기자는 “정치부나 사회부의 경우 기자들이 만장일치해야 엠바고가 걸리는데 산업부나 경제부에서는 그런 논의 과정이 없다. 그런데 정작 기사가 먼저 나가자 기자들끼리 ‘우리가 썼어야 하나’라고 후회하기도 했다”며“이 사건 다음부터는 보도자료에 ‘엠바고’라고 표기돼서 나왔다”고 전했다. 「왜 보도 시점을 둘러싼 논란이 자주 벌어지는가?: 엠바고」(본문 304~305쪽)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볼 수 있는 개인 신상 정보, 사망한 뒤 페이스북에 남아 있는 사적인 사진 등의 정보는 개인의 것이지만 정보의 삭제 권한은 기업에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이러한 온라인상의 정보를 삭제 요구할 수 있는 잊힐 권리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유럽연합(EU)은 2012년 1월 25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인터넷에서 정보 주체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잊힐 권리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 보호법(data protection) 개정안을 확정했다. 1995년 정보 보호 방침을 제정한 이후 16년 만으로, 세계적으로 잊힐 권리가 입법화된 것은 이게 처음이다.
EU 집행위는 이번 개정안을 개인 및 법인을 포함한 EU 전체 회원국에 직접 적용시키는 최고 수준의 규범인 ‘규정(regulation)’ 수준으로 격상해 법적 구속력을 강화했다. 기존 법규는 권고 수준의 구속력을 갖는 ‘지침(directive)’이었다. 이 개정안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27개 회원국의 정부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와 유럽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EU 집행위는 2014년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잊힐 권리가 인정될 경우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인터넷 업체들이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커 이를 반대하는 분위기다. 「온라인 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법제화가 필요한가?: 잊힐 권리」(본문 372~373쪽)


2012년 3월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 개정안은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경우는 모두 아동·청소년 음란물로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성인이 아동·청소년으로 분장해 등장하는 음란물도 아동·청소년 음란물로 간주된다.……그러나 기술 발전은 규제와 단속을 날이 갈수록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예컨대, 음란물 유통의 최신 통로로 부상한 토렌트(torrent)는 단속의 사각지대로 알려져 있다. 기존 P2P(Peer to Peer)가 ‘일대일’ 방식이라면 토렌트는 다수의 공급자에게서 파일 조각을 조금씩 내려받는 ‘일대다’ 방식이다. 1개의 야동을 여러 명이 나눠 공급하다보니 적발은 더욱 어려워졌다. 정부 측에선 동영상이 음란물인지를 판단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유해 콘텐츠 필터링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만,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이 나와도 하루 1,600여 개씩 생겨나는 전 세계 포르노 사이트를 커버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버를 해외에 둔 음란물 공유 사이트의 단속도 쉽지 않다. 「한국에선 어떤 법으로 음란을 규제하는가?: 한국 음란법」(본문 457쪽)



▣ 지은이 소개 __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인’,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널룩 『인물과사상』(전33권)이 2007년 『한국일보』 ‘우리 시대의 명저 50권’에 선정되었고, 『미국사 산책』(전17권)이 2012년 한국출판인회의 ‘백책백강(百冊百講)’ 도서에 선정되었다. 2013년에 ‘증오 상업주의’와 ‘갑과 을의 나라’를 화두로 던졌고, 2014년에 ‘싸가지 없는 진보’ 논쟁을 촉발시켰으며, 2015년에 청년들에게 정당으로 쳐들어가라는 ‘청년 정치론’을 역설하며 한국 사회의 이슈를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흥행의 천재 바넘』,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독선 사회』,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생각의 문법』, 『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 『싸가지 없는 진보』,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한국인과 영어』, 『감정독재』,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갑과 을의 나라』, 『증오 상업주의』, 『교양영어사전』(전2권), 『강남 좌파』, 『룸살롱 공화국』,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한국 현대사 산책』(전23권), 『한국 근대사 산책』(전10권), 『미국사 산책』(전17권)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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