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구입

도서구입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 중 가
14,000
판 매 가
12600
수량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감각한 사회의 공감 인류학

지은이 김관욱 | 쪽수 264쪽 | 판형 145×210(국판 변형)
값 14,000원 | 분야 인문일반 > 인문/교양
ISBN 978-89-5906-508-0 03300 | 출간일 2018년 10월 15일

키워드 아픔, 공감, 위로, 가족, 정상가족, 베이비 박스, 해외 입양, 체면 문화, 아동 폭력, 장애인, 공동체, 미투 운동, 여성 인권, 성정치학, 가습기 살균제, 폐 손상, 삼성전자, 반올림, 사회적 질병, 노동, 눈치 보는 사회, 지역 도덕관, 이주노동자, 니코틴 중독, 알코올 중독, 마리화나, 인터넷 중독

▣ 책소개
우리는 타인의 아픔에 얼마나 민감한가? 아픔이란 단어는 질병, 질환, 혹은 고통이란 명칭과 사뭇 다르다. 그건 “아프지 말고! 알았지?”라는 흔한 당부 속 ‘아픔’이다. 누군가에게 아프지 않기를 바랐던 바로 그 소중한 이들의 아픔이다. 그 속에는 화자의 애정 어린 감정이 오롯이 충전되어 있다. 한편, 이 아픔은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법한 ‘말 못할 아픔’이다. 타인에게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구할 수 없는, 혹은 구해서는 안 되는 그런 감춰둔 아픔이다. ‘아픔’을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너무 친숙해 아픔인지 모르고 있던 것들과 너무 낯설어 아픔인지 모르고 있던 것들을 마주하고, 그리하여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순간 나를 짓누르던 아픔 또한 ‘공감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 서평

우리는 모두
사회적 질병을 앓는 환자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고(故) 황유미가 2007년 3월 6일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그녀의 아버지인 황상기가 삼성반도체에 본격적으로 산업재해 소송을 하면서 결성되었다.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과 홀로 싸운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보다 딸이 23세 어린 나이에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우리는 소수의 지배자 계층을 제외하면 모두 노동자이거나 노동자의 가족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지 산업재해의 피해자 혹은 그들의 가족이 될 가능성이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과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현실 속에서 우리 모두 긴장하고, 상처받고, 때론 위로 받으며 살고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 사회와 문화가 병원체가 되어 우리를 공격하고 있는데, 나는 아프지 않고 행복하다고 자신할 수 없지 않을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면, 그래서 나 또한 사회적 질병의 환자임을 자각한다면, 우리 역시 타인과 전인적 인격체로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반올림 농성장은 모두를 동등한 인격체로 마주할 수 있도록 서로의 어깨를 짓누르는 사회적 중력을 흡수하는 블랙홀이었다.

시선과 통증,
아픔은 개인의 문제인가

콜센터 상담사에게 ‘의무’처럼 받아들여지는 어깨 통증을 가지고 한 여성 상담사가 항상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그녀는 콜센터 안에서 팀장이나 주변 동료들에게 신임을 얻을 수 있을까? 또 다른 예로 네팔의 이주 노동자가 조선소에서 파워공으로 일하면서 어깨 통증을 한국인 관리자와 동료에게 지속적으로 호소했더라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긍정적인 상황이 전개되었으리라고 말하기 머뭇거려진다. 그 머뭇거림만큼 한국의 도덕적 가치관은 통증을 인내하고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선’으로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의료인류학자 아서 클라인먼은 통증은 내 몸에 있지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갖고, 그 의미란 나와 타인과 공유하는 당대의 도덕적 가치에 기반한다고 했다.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겪는 일상에서의 당혹감과 모욕감은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에 대한 불신 혹은 의구심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호소하는 통증 자체에 대한 불신과 의구심도 한몫한다고 보아야 한다. ‘엄살 아닐까?’, ‘무언가 얻어내려는 수작이 아닐까?’ 같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

키보드는 차갑고
사람의 손은 따뜻하다

사회 곳곳에는 게임 중독, 소셜미디어 중독, 쇼핑 중독 등 인터넷 중독으로 아픈 사람들도 있다. 특히 게임 중독은 그 피해 사례가 넘쳐난다. 게임에 중독된 부부가 하루에 6~12시간씩 게임을 하느라 3개월 된 딸아이를 돌보지 않아 굶어 죽게 한 사건, 게임에 빠진 중학생이 꾸중하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한 30대 남성은 5일 동안 PC방에서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있다가 돌연사 했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인터넷 중독은 이렇게 가족과 사회를 파괴한다. 인터넷 중독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것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식에 있다.
인터넷 중독은 치료해야 할 ‘질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각종 사회적 낙인과 고립으로 인해 집단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비록 일시적이고 또 다른 고통의 원인이 될지언정 ‘치유’의 방법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닐까? 즉, 인터넷에 ‘중독’되어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고립’이 중독을 강화시킨 것은 아닐까? 지적으로 충만한 과학의 시대, 객관의 시대지만, 사회는 가장 기초적이고 명백한 사실을 잊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몸에는 보고 듣는 것 외에도 다른 감각들이 있다는 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물적인 공간에서 촘촘한 ‘넷(net)’을 구축해야 이 사회에 진정한 연결망이 생기지 않을까?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도 결국 맞잡은 사람의 손이다.

▣ 본문 중에서
전통적으로 가부장적 문화에서 가족과 가부장의 체면은 여성의 몸가짐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그 가족의 체면을 위해 아이와 산모의 생명과 삶은 제도권 밖에서 위태롭기만 하다. 교복 상의에 갓 태어난 아이를 감싼 채 하혈을 하며 맨발로 찾아온 청소년 미혼모부터 아이를 파묻고자 마음먹었다가 흙투성이가 된 아이를 데리고 온 산모까지 현실은 정말 비참하기만 하다.
-본문 29쪽

중요한 것은 이 여성들이 왜 이제라도 말하는지 그 '의도'는 무엇이고, 이들이 미투 운동으로 지키고자 하는 ‘신념’과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서지현 검사가 8년간의 침묵을 깨고 대중 앞에 나서서 다른 성폭력 피해자에게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려 했다는 그 신념 말이다.
-본문 93쪽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자료들을 읽으며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아이를 하나 둔 부부가 이런 일을 당하면 열에 아홉은 헤어집니다”라는 것이었다. 자식을 잃은 후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게 되고 주변 사람들까지 개입하면서 결국 한 가정이 해체된다는 것이다. 이혼으로 다시는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지옥과도 같은 순간을, 피할 수 없었던 가혹한 ‘운명’을 끊고 싶었을지 모른다. 고통스러웠기에 더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을지 모른다. 국가가, 살인 기업이 운명을 같이 짊어져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혼은 합리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본문 103쪽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과 홀로 싸운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보다 딸이 23세 어린 나이에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아직 11세밖에 안 된 딸을 둔 겁 많은 아버지인 나로서는 가늠하기도 힘든 고통이다. 상상만으로도 숨이 쉬어지질 않는다.
-본문 119쪽

어느 상담사의 몸이 기억하는 경험은 식은땀, 조마조마, 벌벌 떨리는 손이었다. 문득 막다른 골목에서 고양이를 마주친 생쥐가 벌벌 떠는 만화 같은 장면이 떠올랐다. 그렇게 겁을 먹고, 또 겁을 먹을 줄 아는 순종적인 ‘을’의 문화가 고통스러운 시선에 노출된 상담사의 몸이 보여주는 한국 사회의 민낯일지도 모른다.
-본문 149쪽

어깨 결림에 대한 기사나 광고를 보면서 문득 눈길을 끈 약물이 있었다. 박카스. 1963년에 출시된 최장수 피로 회복제다. 지금도 사업장이나 공장에 찾아갈 때 단골 선물로 선택하는 박카스. 이 물건이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1970년대 박카스의 광고 문구는 이랬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새 한국인, 소중한 땀의 현장에는 박카스가 있습니다.” 박카스는 땀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듯하다. 그런데 내게는 이 땀의 소중함이 오늘날 (회사를 위한) ‘근로’를 강조하는 것이지 (노동자 개인을 위한) ‘노동’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으로 들리지 않는다. 고단한 노동의 위문품일 뿐이다.
-본문 168쪽

미국 인류학자이자 의사인 세스 홈스는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고 강조한다. 의미 부여가 오히려 고통을 받아들이고 당연시할 수 있다며, 고통이 존재하는 것 자체를 문제시해야 한다고 보았다. 맞다. 분석은 이제 필요 없을지 모른다. 고통 받는 것을 선호하는 몸이란, 그래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몸이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고통이 당연한 몸은 존재하지 말아야 한다.
-본문 184쪽

흡연자의 경험을 존중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건강한 삶’에 대해 고민은 부족했던 셈이다. 여기서 ‘건강’이란 의학적 정의를 넘어선다. 내 짧은 연구 경험에 비추어보면 여기서 말하는 ‘건강’은 ‘당당한 몸’에 가깝다.
-본문 192쪽

나는 담배가 초래하는 금단증세보다 삶 자체가 초래한 금단증세에 집중한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흡연자들의 삶을 통해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즉, 흡연자를 통해 담배의 해로움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결핍이 무엇인지,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떤 해를 끼치는지 관찰할 수 있다.
-본문 204쪽

결국 논란을 유발하는 것은 사람이다. 식물도, 의학 지식도 그 자체로는 논쟁을 유발하지 않는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의료용 대마가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것이다. 더불어 논란의 대상자도, 피해자도 사람이다. 검찰이, 법원이, 의료계가 대마 오일을 두고 ‘논란’을 벌이는 사이, 어떤 사람들은 대마의 치료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을지 모른다.
-본문 217쪽

게임에 중독된 자녀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분노하는 부모가 많다. 아이들의 중독이 병적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데려가 진료를 받게 하고, 치유를 권유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녀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녀와 대화하는 법을 모르거나 능력이 결여된 경우도 있다.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후자가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중독은 결핍의 산물이다. 자녀에게 대화가 통하지 않는 부모란 재앙과도 같을 것이다.
-본문 231쪽

▣ 차례

프롤로그

하나. 가족의 아픔

누구를 위한 ‘정상가족’인가
아이, 사회의 영혼을 비추는 창 | 아이도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간다 | 체면 문화는 생명을 살리지 못한다 | 가혹한 ‘정상가족주의’ 담론 | ‘사랑의 매’인가, ‘아동 폭력’인가 | 작은 성인과 큰 어린이

4·3항쟁과 4·16참사 사이에서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 베트남에 세워진 한국군 증오비 | 베트남전쟁의 유령들: 상호 돌봄과 공유된 몸 | 국가가 보장한 ‘빨갱이 사냥’ | 애도되지 못한 유령들의 공간 | 국가권력에 희생당한 억울한 혼령들

둘. 낙인의 아픔

장애를 보는 비열한 시선
왜 무릎을 꿇어야만 했는지 | 장애인 특수학교와 국립 한방병원을 둘러싼 대립 | 빈부의 갈등 위에 세워진 학교 | 장애인은 ‘오염’된 ‘경계인’인가 | 장애인과 공존하는 아프리카 송게족 | 공동체 관계를 개선하는 마법사

미투 운동, 피해자는 잘못이 없다
“딸을 낳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야” | 권력 앞에서 일그러진 여성의 인권 | 존재 자체가 ‘잘못’이 되다 | ‘순결한’ 피해자만 입을 열어라 | #MeToo, 해시태그의 성정치학

셋. 재난의 아픔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사회적 대응
창자가 끊어질 듯한 고통 | 왜 그들이 죽어야만 했는지 말해달라 | 피해자는 여러 번 죽는다 | 검증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 폐 손상 원인이 황사와 꽃가루라니 | 베네수엘라 열대우림에서 일어난 비극 | 와라오 원주민들에게 있고, 우리에게는 없는 것

삼성전자와 또 하나의 가족
얼마나 많은 이름이 새겨져야 하는가 | 세간의 비아냥과 아버지의 약속 | 그리고 또 다른 아버지들 | 산재 입증 책임을 떠맡은 피해자들 | 우리는 모두 사회적 질병을 앓는 환자다

넷. 노동의 아픔

문화는 어떻게 몸에 새겨지는가
타인을 바라보는 도덕적 잣대 | 눈치 보는 사회 | 시선과 고통: 어느 콜센터 상담사의 자살 | 식은땀, 조마조마, 벌벌 떨리는 손 | 시선과 ‘지역 도덕관’ | 가난이 죄가 되는 사회

통증을 강요하는 사회
피로는 한국의 풍토병 같다 | 너무 흔해 당연해진 어깨 결림 | 옳지 못한 통증과 정당한 통증 | 통증의 경계성 | 탈정치화된 통증

죽음의 땅에 온 이주노동자들
삼겹살과 이주노동자 | 사장들의 도덕은 법을 넘어설 이유가 없다 | “한국어 잘하면 사장이 싫어해요” | 상징적 폭력: 사회적 고통 당연시하기 | 자살을 택한 이주노동자들 | 살아남아서 노동하고 싶은 ‘사람’들

다섯. 중독의 아픔

삶도 금단증세를 유발한다
국가가 허락한 중독 | 흡연자도 건강할 권리가 있다 | 우울증을 이기게 해준 담배 | 고된 작업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도구 | 감정노동자의 방패 | 나를 지키는 방법 | 담배는 단순한 ‘기호’ 식품이 아니다 | 삶이 유발하는 금단증세 | 니코틴 중독은 개인의 문제인가 | 담배의 정치학

중독 ‘논란’ 속에 방치된 몸
‘정치적 식물’이 되어버린 마리화나 | 유색인종에게만 감옥행 특급열차가 된 마약 | 살기 위해 불법을 택하는 사람들 | 마약중독자라는 낙인찍기 | 소외되는 한국인의 ‘몸’

‘가짜 세계’에 중독되는 이유
다양한 중독의 언저리에서 | 사회적 문제가 된 인터넷 중독 | 누가 ‘중독’을 규정하는가 | 인류학자가 본 게임 중독 | 중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 컴퓨터라는 제단 앞에 선 사람들 | 키보드는 차갑고 사람의 손은 따뜻하다

에필로그


▣ 지은이 소개 __ 김관욱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의료인류학자다. 아픔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끈이 되어 서울대학교에서 의료인류학 석사 과정을 밟고, 곧이어 영국 더럼대학교(Durham University)에서 의료인류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흡연(여성 흡연, 가열담배)과 중독, 감정노동(콜센터)과 공황장애, 이주노동(네팔인)과 자살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2017년 가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문화와 질병’ 교양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굿바이 니코틴 홀릭』, 『흡연자가 가장 궁금한 것들』, 『폴 파머, 세상을 구하는 의사가 되어줘』, 『의료, 아시아의 근대성을 읽는 창』(공저)이 있고, 번역서로는 『보건과 문명』(공역), 『자본주의의 병적 징후들』(공역)이 있다.

공통정보입니다.

 

상품 리뷰
No 제목 작성자 날짜 평점
상품 문의
No 제목 작성자 날짜 상태